평창겨울올림픽에서 경기 중인 여자컬링대표팀 선수들. <한겨레> 자료사진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전 여자컬링대표팀 ‘팀 킴’에 대한 부당대우 의혹의 배경에는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의 컬링 사유화와 전횡 등이 자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9일 컬링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레슬링 선수 출신으로 1994년 컬링과 인연을 맺은 김 전 부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영향력을 확대하며 컬링연맹 회장 직무대행까지 올랐다. 이 과정에서 산하 시·도연맹과 산하 단체를 자신의 측근들로 채우며 장악했다. 한 컬링 관계자는 “울산연맹 회장은 처형이고, 부인은 대구연맹 부회장, 친구는 제주연맹 회장 등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친동생인 김경석 대한컬링연맹 이사는 중고연맹을 사실상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맹 실무자들도 측근들로 채웠다. 이 관계자는 “대한컬링연맹 실무자는 사위 친구, 충남연맹 사무국장은 사위의 동생, 대구연맹 사무국장은 딸 친구를 앉혔다”고 전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딸(김민정)은 여자대표팀 감독, 사위(장반석)는 남자믹스컬링대표팀 감독, 그리고 아들(김민찬)은 남자대표팀 선수로 발탁됐다.
애초 우리나라 컬링은 1988년 무역업을 하던 김영철 전 세계컬링연맹 부회장(현 대한컬링연맹 고문)이 독일에서 귄터 후멜트 전 세계컬링연맹 초대 회장과의 인연으로 도입해 그해 대한컬링경기연맹의 전신인 한국컬링클럽을 창립했다. 컬링인들은 ‘컬링 대부’는 김영철 고문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라고 입을 모은다. 또다른 컬링 관계자는 “김 고문이 일궈놓은 한국 컬링을 언제부턴가 김경두씨가 개입해 연맹을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김경두 전 부회장은 2013년 1월 자신이 추대한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컬링연맹 회장에 오르면서 운영위원장에 이어 부회장을 맡는 등 연맹의 실세가 됐다. 김 전 부회장의 기반인 경북 의성이 바로 김 의원의 지역구다. 김 전 부회장은 김 의원이 2015년 5월 국회의원 겸직 금지에 따라 회장직을 내려놓자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이때부터 차기 회장 선거를 차일피일 미뤘다. 컬링 관계자들은 “새 회장이 들어서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자신이 뽑은 국가대표팀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회장 선거를 고의로 지연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김 전 부회장은 ‘60일 이내에 회장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못해 지난 6월 1년6개월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앞서 여자컬링 ‘팀 킴’은 김 전 부회장한테서 욕설과 폭언도 자주 들어 모욕감을 느꼈고, 각종 포상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호소문을 대한체육회 등에 보냈다.
이에 대해 김경두 전 부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컬링은 원래 가족스포츠다. 한국 컬링은 우리 가족들이 애정을 가지고 키운 것”이라며 “(대표팀 선수들에게) 욕설을 한 적도 없고 상금도 투명하게 관리했다. 조만간 자료를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젊은 세대의 감성을 헤아리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팀 킴’이 제기한 호소문에 대해 두 기관이 합동으로 특정감사를 할 예정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또 ‘팀 킴’이 소속된 경북체육회를 관장하는 경상북도도 특별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