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선이 앞으로 선전을 다짐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최경선 제공
지난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마라톤에서 최경선(27·제천시청)이란 이름이 갑자기 주목을 받았다. 2시간37분49초의 기록으로 4위에 올라 지난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이미옥이 동메달을 딴 이후 한국인 최고 성적을 올린 것이다.
최경선이 최근 급성장하면서 새해 한국 여자마라톤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최경선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직후인 10월 전국체전에서는 5000m와 1만m 우승 등 2관왕에 올랐다.
최경선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떠올리며 “
35㎞ 지점까지 2위 그룹을 유지했고 몸상태도 좋아 메달을 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좀더 참고 끝까지 따라갔어야 했는데 마음이 급해 먼저 레이스를 시작하는 바람에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고 돌아봤다. 그는 “아시안게임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다음 대회에서는 메달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경선이 지난해 8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마라톤에서 2시간37분49초의 기록으로 4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제공
최경선은 전형적인 대기만성형이다. 고교 졸업 이후 5000m와 1만m, 마라톤 등에서 뛰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한국신기록 역시 마라톤과 5000m는 김도연(26·케이워터)이 보유하고 있고 1만m 한국신기록의 주인공은 안슬기(27·SH공사)다.
그러다 25살이던 2017년 8월 전국실업육상경기대회 1만m에서 첫 우승을 맛봤다. 특히
2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김도연과 함께 여자마라톤을 이끄는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최경선은 역설적이게도 대부분의 마라토너들이 실시하는 식이요법을 포기하면서부터 도약의 계기를 만들었다. 그는 “2017년 4월 대구에서 열린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식이요법 대신 평소대로 식사했더니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밝혔다. 전체 8위였고, 국내 선수로는 1위를 기록했다. 대회만 나가면 항상 훈련 때 성적에도 못미쳐 결국 식이요법을 포기했더니 새로운 활로가 열렸다.
그는 “식이요법을 꾸준히 해왔지만 장이 예민해서 설사가 나오는 등 몸에서 잘 받지 않았다”며 “지금은 대회 전이라도 평소대로 먹는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계기는 아
시안게임 직전인 지난해 6월 대표팀에 합류해 일본으로 떠난 전지훈련이었다. 그는 “일본인 감독에게 프로정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정신력을 단련하면서 더욱 성숙한 선수가 됐다.
최경선은 한번도 자신을 ‘천재형’ 운동선수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남들보다 많이 늦은 중3 때 운동을 시작했다. 선생님의 조언으로 일반고가 아닌 체고로 진학하면서 그의 인생은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최경선은 “운동신경이 타고난 선수들이 있지만 저는 훈련과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장점이라면 체력이 좋고 잔부상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최경선은 “아픈 데가 없다 보니 훈련한 성과가 꾸준히 이어지는 것 같다”면서도 “스피드는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최경선의 사전에 중도 포기는 없다. 그는 2017년 런던세계육상선수권에서 35㎞ 지점에서 북한 김혜성과 부닥쳐 넘어지며 치아가 부러지고 입술이 터졌지만 끝까지 달렸다. 최경선은 “중도포기를 하다보면 그것도 습관이 된다. 훈련한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무조건 완주하려 한다”고 말했다.
최경선은 “한살 한살 먹으면서 실력도 올라오고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까 더 잘하고 싶어진다”며 “마라톤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침체된 국내 분위기도 바꿔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기록 보유자인 김도연에 대해서는“지난해 일본 전지훈련 때 많이 친해졌다.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열심히 하게 되고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올해를 내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정의한 최경선은 “내 기록을 조금씩 더 끌어올리고 언젠가는 한국기록도 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