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는 정할 수 없고, 끝은 없는 것 같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사이클 4관왕에 오른 ‘자전거 여제’ 나아름(29·상주시청)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출전 포인트를 얻기 위해 연초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나아름을 지난 1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났다.
나아름은 지난 9~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19 트랙사이클 아시아선수권대회 단체 추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사상 첫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한자전거연맹은 이 대회 남녀 공동우승을 계기로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나아름은 “도쿄올림픽 트랙 단체에서 메달을 목표로 했는데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이나 우리나 똑같은 사람인데 언제 자전거를 시작했느냐, 얼마나 지원을 받느냐 그런 차이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나아름은 고1 때 첫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4관왕에 오른 뒤 한번도 정상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전국체전 금메달만 43개를 따냈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관왕에 오르며 국내를 넘어 아시아 최정상에 우뚝 섰다.
하지만 나아름은 2016년 리우올림픽 직후만 해도 선수생활을 지속할지 고민할 만큼 좌절해 있었다. “모든 선수들이 그렇 듯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와 의기소침했던 것 같다”며 “도로나 트랙 하나에 집중해야 할지 나의 정체성을 고민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동안 나아름의 국제대회 성적은 그의 이름값에 못 미쳤다. 처음 출전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경기 초반 넘어지며 기권했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금 1개, 은 1개, 동 1개를 따냈다.
그런 나아름이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한 단계 도약하며 출전한 4종목을 모두 휩쓸었다. 아시안게임 4관왕은 사이클 종목 최초이자 한국선수단 통산 5번째의 대기록이었다.
나아름(맨 앞쪽)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트랙사이클 아시아선수권대회 여자부 팀추월에 참가해 질주하고 있다. 대한자전거연맹 제공
나아름은 도약의 계기에 대해 “잘은 했지만 확 잘하고 그런 것은 없었다. 꾸준히 하다 보니 기회를 잡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는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넘게 되고, 끝인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니고… 한계는 정할 수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막연히 30대 이전에 선수생활을 접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2014년 인천대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선수 경력은 그 이후부터였다. 그동안 국내 여성 사이클 선수들 대부분이 20대 중·후반에 그만두는 추세가 그를 한계에 갇히게 했다. 하지만 국내 1인자인 그에게는 남다른 책무가 있었다. 그는 “힘든 시기를 이겨냈던 이유 중 하나는 후배 선수들이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겪지 않도록 뭔가 해놓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유럽 등 사이클 강국에서는 40대 선수도 즐비하다.
진천선수촌의 사이클 전용 벨로드롬도 보탬이 됐다. 나아름은 “그동안 전용경기장이 없다 보니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컨디션 조절은 둘째 문제이고 경기장 적응이 우선이었다”며 “이제는 외국선수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기에 집중할 수 있고 겨울에도 훈련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나아름은 올해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이탈리아의 프로 사이클팀에 입단하면서 프로선수로 국제 도로대회에 출전하게 된 것이다. 그는 “프로팀에 합류하면 출전 대회가 너무 많아 따로 훈련할 시간조차 없다”며 “덕분에 실전으로 훈련을 겸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되는 한해”라고 말했다.
진천/글·사진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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