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원 부산시설공단 감독이 8일 충북 청주 국민생활관에서 열린 2018-2019 SK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삼척시청과의 경기 도중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잘하는 선수들인데 짧은 시간 맞추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해준 선수들 덕분입니다.”
강재원 부산시설공단 감독은 팀 창단 첫 여자부 정규리그 우승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부산시설공단은 2011년 핸드볼 코리아리그가 출범한 이후 줄곧 하위권에 머물렀으나 2017년 처음으로 입상(3위)에 성공했고, 겨울리그로 재편된 2018~2019시즌에는 마침내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부산시설공단은 시즌을 앞두고 에스케이(SK), 삼척시청, 서울시청 등 강팀을 제치고 일찌감치 우승후보로 꼽혔다. 우승 경력은 한번도 없었지만 라이트백 류은희, 레프트백 심해인, 센터백 권한나까지 국가대표 핵심 공격수들을 잇따라 영입하면서 선수 면면이 화려해졌기 때문이다.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감독을 겸하고 있는 강재원 감독은 “잘하는 선수들로 이뤄졌으니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래도 그걸 이겨내서 우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부상 등의 여파로 리그 후반에 접어들며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내 우승을 위협받기도 했다. 권한나·강은혜·류은희 등이 최근 부상에서 돌아왔고, 심해인은 아직도 손가락이 안 좋은 상태다.
시즌 중반 주전들이 줄부상을 당하자 일본리그에서 뛰던 센터백 이미경을 영입했고, 여자부 사상 첫 외국인선수인 케시 달링(37·등록명 케티)도 합류했다. 케티에 대해 강재원 감독은 “미국 대표선수인데 5월 판아메리카대회를 앞두고 소속팀이 없어 함께 하게 됐다”며 “전력 보강을 위한 영입은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다른 팀도 외국인선수를 데려올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설공단이 이번 시즌 리그에서 지각 변동을 일으킨 것은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부산시설공단 선수들의 유니폼에는 소속을 의미하는 비스코(BISCO·부산시설공단) 외에 제이씨(JC)케미칼(대주주 서울석유)이라는 또다른 이름이 붙어 있다. 이런 스폰서십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부산시설공단이 주전급 선수들을 잇따라 영입하면서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 강 감독은 이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는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선수들이 좋아진 기량 만큼 대우받으며 팀을 옮길 수 있다면 선수들도 좋지만, 핸드볼리그도 그만큼 프로화를 앞당길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설공단은 정규리그 1위를 확보하면서 챔피언결정전 1차전(18일)까지 선수들의 체력을 비축할 여유를 갖게 됐다. 부산시설공단의 챔피언결정전 상대는 삼척시청-인천시청의 준플레이오프(13일) 승자와 2위 에스케이가 15일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어 결정된다.
강재원 부산시설공단 감독.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강재원 감독은 “챔프전에서는 조금 다르게 경기를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며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강 감독은 “수비시스템을 바꾸고 챔프전에 앞서 체력을 끌어올려 빠른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 첫 통합우승을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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