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혁신위원회 문경란 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학교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체육계 구조개혁을 위해 민관합동으로 출범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스포츠혁신위원회(위원장 문경란)가 학교 스포츠 정상화를 위한 파격적인 권고안을 내놨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며 반발했다.
스포츠혁신위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학교 체육을 정상화를 위해 엘리트 육성시스템 전면 혁신과 일반 학생의 스포츠참여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올해 2월 11일 닻을 올린 후 체육계에서 발생한 폭력과 성폭력 등과 관련한 스포츠 인권 분야 권고안을 지난달 7일 내놓은 데 이은 2차 권고다.
이번 2차 권고안은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뿌리인 학교 스포츠 정상화가 체육계 패러다임 전환의 핵심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마련했다.
혁신위는 학생 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학기 중 주중 대회 참가와 개최를 전면 금지하고 최저학력제 도달 학생만 대회 참가를 허용하도록 촉구했다.
학생 선수들이 운동 이외 진로를 포기하지 않고 꿈을 펼칠 수 있으려면 정규수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혁신위는 실행 방안으로 △학생 선수의 대회 참가, 훈련시간, 전지훈련 등의 1년 계획을 학교 교육계획안에 포함할 것 △ 경력전환 학생 선수 대상 학습지원 프로그램 마련 △ 국가대표 학생 선수의 국제대회 참가 시 학습지원 방안 마련 △ 주말 대회 운영을 위한 재정 지원 등을 권고했다.
또 학교 스포츠의 '비정상성'이 경기실적 중심의 체육특기자 진학 시스템에서 있다고 보고 경기력은 물론 내신성적과 출결, 면접 등을 반영한 종합적 선발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시행에 앞서 3년 6개월의 예고기간을 두도록 했다. 혁신위는 경기실적으로만 체육특기자의 대학입학 당락이 결정되지 않도록 전형요소별 반영비율을 정한 지침을 만드는 한편 이를 대학입학 전형에 반영하도록 교육부 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와 협의하도록 권고했다.
아울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국소년체육대회(소년체전)가 소기의 교육적 목적보다 우수 선수 조기 발굴에 치중한 나머지 시도 간 과열 경쟁과 강도 높은 장시간 훈련 등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판단에 따라 개편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소년체전을 학교 운동부와 학교스포츠클럽이 참여하는 '통합 학생스포츠축전'으로 확대 개편하는 한편 중등부와 고등부를 참가하도록 하고, 기존의 소년체전 초등부는 권역별 학생스포츠축전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다.
이밖에 학교 운동부 개선 방안으로 △ 정규수업 후 훈련 실시…주중 훈련시간 및 휴식시간 규정 마련 △ 주말 대회 참여 시 출전일수만큼 학생 선수·지도자 휴식보장 △ 혹서기 혹한기 대회 개최 및 훈련 최소화 △ 합숙소 전면 폐지 및 원거리 학생만 제한적으로 기숙사 허용 △ 학부모의 비공식적 비용 갹출·지원 금지…위반 시 관련자 엄중 징계 및 학교 운동부 대회 참가 제한 △ 학교 운동부 지도자에 대한불법 찬조금 금지…위반 시 지도자 자격 박탈·영구제명 조치 등도 권고했다.
또 학교 운동부 지도자 고용 불안정 문제 개선을 위한 예산 지원 방안 마련과 일반 학생의 스포츠참여 확대를 위해 △ 스포츠클럽과 운동부가 모두 참여하는 종목별 통합 대회 개최와 이를 위한 선수등록제도 개선 추진 △ 매년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 비율 목표 설정 및 결과 공표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를 비롯한 정부 관련 부처는 혁신위의 권고 취지를 존중해 구체적 이행계획을 만들고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 체육 경기단체 등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실효성 있는 방안을 실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체육계에선 현장의 목소리를 담지 못한 일방적인 제안이라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소년체전의 과열 경쟁을 방지하고 참가하는 학생 선수들의 수업 결손을 최소화하고자 그간 종합채점제를 폐지하고 주말부터 4일간 대회를 열었으며 개·막회식도 열지 않는 등 여러 개선 정책을 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로 48회를 맞이한 소년체전이 제2의 손흥민, 류현진, 김서영과 같은 스포츠 스타에 도전하는 꿈나무들의 경연장이었으며 전국체육대회와 더불어 우리나라 스포츠를 이끈 주요 원동력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체육회는 일본과 중국이 생활체육을 지향하다가 우리나라의 엘리트 체육 정책을모델로 삼아 회귀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스포츠혁신위의 권고안으로 운동하는 어린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접거나 동기부여 기회를 덜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소년체전을 통합 학생스포츠축전으로 확대 개편하라는 권고안에도 체육회는 개최지의 경기장 여건, 숙박시설, 대회 운영 능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고안대로 학생 운동부와 학교 스포츠클럽 학생들이 경쟁하고, 중·고등부 학생들이 참여하는 학생스포츠축전이 열리려면 그만한 경기장·숙박 인프라를 갖춘 곳에서 대회를 열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사회 기반 시설을 갖춘 곳은 우리나라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지방 체육 활성화와 시·도 간 균형 발전을 위해 전국을 돌아가며 열리던 소년체전이 특정 개최지에서만 열릴 수 있다는 문제점을 체육회가 지적한 셈이다.
체육회는 스포츠혁신위 권고안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예상되는 문제점들이적지 않은 만큼 체육회 회원종목단체, 시도체육회, 시도교육청 등과 머리를 맞대고 이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