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재(왼쪽)가 채유정과 함께 혼합복식 경기를 치르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제공
스포츠 무대에서 어느 실업팀이든 대학이나 고교의 특급선수를 스카우트하고 싶은 욕심은 크기 마련이다. 그러나 욕심이 지나쳐 특정팀과 가계약을 한 선수를 도중에 가로채 데려간다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중계약 논란에 휘말려 그 선수의 장래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셔틀콕 남자복식 기대주인 국가대표 서승재(22·원광대)가 이중계약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2020 도쿄올림픽 남자복식과 혼합복식 메달 후보다. 남자복식에서는 최솔규(24·요넥스)와 짝을 이뤄 올해 국제오픈대회에서 한 차례 우승하며 세계 10위까지 올랐고, 혼합복식에서도 채유정(24·삼성전기)과 함께 한차례 정상에 오르며 세계 7위에 올라 있다.
내년 2월 원광대 졸업을 앞둔 그는 실업팀의 주요 스카우트 표적이었고, ‘2년 남짓 공을 들였다’는 안재창 감독이 이끄는 인천국제공항과 지난 2일 입단 가계약을 했다. 그러나 서승재 부모와 학교 쪽은 더 나은 조건을 앞세운 삼성전기의 공세에 마음을 바꿔 지난 5일 삼성전기와 정식계약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대표팀에서 서승재를 지도하고 있기도 한 안재창 감독은 “승재가 우리팀에 오기로 한 것은 이미 다 알려져 있었는데 중간에 삼성전기가 계약을 해버리는 바람에 난처한 지경이 됐다”며 “승재가 있는 남자대표팀 분위기도 쑥대밭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길영아 삼성전기 감독한테 물어봤더니 그도 서승재가 우리 팀에 오는 걸로 알고 있더라.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길영아 삼성전기 여자팀 감독은 “스태프(팀 주무)가 원광대에 내려가서 (서승재 쪽과) 계약한 것으로 안다. 여자팀 감독으로서 나는 할 말이 없다”고 답을 피했다.
배드민턴계에서는 10여 년 전 여자단식의 배연주가 대교와 케이티앤지(KT&G)의 이중계약 문제에 휩싸여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서승재의 이중계약 문제는 아직 불거지지 않았지만, 잠재적으로 피곤한 사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이 뛸 팀을 선택하는 것은 선수 쪽의 최종선택에 달려 있다. 또 실업팀들도 더 나은 계약조건을 내세워 다른 팀과의 스카우트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팀들 간에도 넘지 말아야 할 최소한의 선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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