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박지수 인스타그램 갈무리
한국 여자농구 대표 스타 박지수(22·KB)가 악성 메시지로 인한 고통을 토로했다. 프로농구에서 인종차별적 비난 메시지에 대한 폭로가 나온 데 이어 일부 팬들의 ‘도 넘은 비난’에 대해서도 선수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지수는 20일 밤 인스타그램을 통해 “농구가 좋아서 하는 것이고 직업에 자부심이 있는데 이젠 그 이유마저 잃어버리고 포기하고 싶을 것 같다”며 악성 메시지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매번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시즌 초엔 우울증 초기까지 갔었다”고도 했다.
이날 박지수는 2019∼2020 여자프로농구 비엔케이(BNK) 썸과의 경기에서 62-45로 이긴 뒤 인터뷰에서 “오늘 표정 관리를 하려고 노력했고, 참고 참았다”고 말한 바 있다. 박지수 선수는 평소 인스타그램 개인 메시지 등을 통해 표정을 문제 삼는 악성 비난 메시지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수(왼쪽)가 20일 경남 창원 마산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BNK 썸과의 경기에서 단타스(BNK)의 수비를 뚫으려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선수들에 대한 비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4일 프로농구 라건아(31·전주 KCC)는 가족까지 공격하는 인종차별적 비난 메시지를 공개했고, 브랜든 브라운(35·안양 KGC)도 비슷한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전태풍(30·서울 SK)도 “나쁜 메시지 때문에 은퇴하고 싶었다. 농구 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놨다.
특히 최근 인스타그램 등 개인 에스엔에스(SNS)가 활성화되며 개인정보를 알 수 없는 일명 ‘깡통 계정’을 이용해 선수를 직접 비난하는 일이 늘고 있다. 불법 도박을 하다가 돈을 잃은 사람들이 선수에게 심한 비난과 욕설을 쏟아내는 일도 빈번하다.
구단과 연맹은 일단 상황을 파악한 뒤 필요한 조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병천 케이비 스타즈 사무국장은 “선수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 상황을 파악한 뒤 선수가 원한다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두 한국여자농구연맹 사무총장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뒤 선수 보호를 위해 필요한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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