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사령탑으로 부임한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8일 경기도 용인의 구단 체육관에서 선수들을 지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은 맛 좋은 수프 같은 팀이다. 약간의 소스만 첨가하면 된다.”
남자 프로배구 첫 외국인 사령탑 로베르토 산틸리(55) 대한항공 감독이 8일 경기도 용인 구단 체육관서 첫 훈련을 지휘한 뒤 ‘고소한’ 평가를 내놨다.
이날 훈련은 24일 입국해 2주 동안의 자가 격리를 마친 뒤 이뤄진 선수들과의 첫 대면. 이탈리아 21살 이하 대표팀, 오스트레일리아 남자 대표팀 등을 이끌었던 그의 눈에 한국 프로배구는 ‘세계 수준급’이었다.
산틸리 감독은 “대한항공엔 좋은 선수들이 많다. 자신이 코트 안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국제적 수준의 선수들이다”며 “나는 기존 팀 스타일에 약간의 기술적인 부분을 추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시설이 매우 잘 갖춰져 있다. 다른 나라에서 지도자 생활을 많이 했지만, 이렇게 훌륭한 인프라를 찾아보기 힘들다. 좋은 환경에 좋은 선수들이 모이게 돼 있다”며 흡족해했다.
전술훈련 뒤 두 팀으로 나눠 펼친 연습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주문한 것은 전문성과 승부욕. 그는 “프로선수들은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기술을 펼쳐야 한다. 비록 연습경기지만 승부욕을 발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인터뷰를 한 주장 한선수(35)는 “훈련 때 집중을 해야 실제 경기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감독님이 연습부터 즐거워야 한다고 말했다. 즐겁게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집중해서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국가대표 세터 한선수와 레프트 정지석, 곽승석이 있다. 외국인 선수 안드레스 비예나의 기량도 흠잡을 데 없다. 하지만 불안 요소는 김규민의 입대와 자유계약선수(FA) 진상헌의 이적으로 허술해진 센터진이다. 산틸리 감독은 센터진의 속공과 블로킹 훈련에 많은 공을 들였다.
산틸리 감독은 연습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 좋은 플레이가 나오면 한국어로 “좋아요”라고 칭찬했고, 정신줄을 놓으면 바로 선수를 불러 지적했다.
2주간의 격리 기간에는 지난 시즌 대한항공 팀의 경기 동영상을 보며 선수들과 한국 배구의 특징을 살폈다. 그는 “유튜브에서 한국 배구 베스트 10 랠리 영상을 봤는데 몸을 바쳐 수비하는 허슬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 같다”고 평했다. 다른 팀에 대해선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을 눈여겨봤지만, 외국인 선수 활약 여부가 관건이므로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올 시즌 목표를 묻는 말에 그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했다. 이어 “우승도 중요하지만, 우승하는 것이 두렵지 않은 팀이 돼야 한다. 단순히 승리를 목표로만 하지 않겠다. 이기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용인/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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