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활보에도 팀·체육계 외면
문 대통령 “재발 방지책 세우라”
문 대통령 “재발 방지책 세우라”
국가대표와 청소년 대표로 뛴 23세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고 최숙현 씨가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물이요.”(최숙현)
“왜 거짓말해!”
복숭아가 뭐길래, 수차례 뺨을 맞았다. #장면 2 “엄마, 저쪽은 변호사를 선임했대.”(숙현)
“우리는 어떡해야 하나?”(부모)
“우리도 선임해야 하는데….”(숙현) 고소 사건은 벌금형으로 끝날 것 같았다. 가해자들은 멀쩡히 돌아다녔다. 죽음밖에는 항변할 무기가 없었다. 감독과 팀닥터, 선배의 구타와 폭언, 협박, 이간질에 왕따가 된 최숙현(22). 2일 동료의 얘기를 들으면, 그의 자살(6월26일)은 우리 사회의 타살이었다. 죽기 전에 엄마에게 보낸 마지막 카톡 메시지,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의 그 사람들은 우리 모두였다. 트라이애슬론 청소년 국가대표를 거쳐 실업 최고팀 경주시청에 입단한 최숙현. 수영과 마라톤, 사이클에 달통해야 해 이름도 ‘철인 3종’이지만 철인은 버티지 못했다. 그의 죽음에 펑펑 울었던 과거 경주시청 선수는 “너무 착하고 순했다.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신다. 주변에 기자라도 한명 알았다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국내 최강의 팀. 과거 전국체전에서 7연패를 했고, 국내 유일의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가 포진해 있다. 하지만 트라이애슬론 선수들한테는 악명 높은 곳이다. 10여년 전에도 한 선수가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 선수들의 표정은 늘 어두웠다. 최숙현이 남긴 녹취록에 실마리가 있다. 팀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의 빵 먹기, 체중 조절 실패로 3일 동안 굶기, 슬리퍼로 뺨 때리기 등이 대표적이다.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는 고참이자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언니한테는 더 큰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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