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SK슈가글라이더즈의 야마노 유미코가 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은퇴를 선언했던 운동 선수가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하는 일은 종종 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도 그랬다. 하지만 은퇴 뒤 다른 나라에서 다시 선수 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흔한 예는 아니다.
27일 개막하는
2020~2021 에스케이(SK)핸드볼코리아리그에서 뛰는 일본 출신의 야마노 유미코(32·SK 슈가글라이더스)는 20여년 동안의 핸드볼 인생에 마침표를 찍고 올해 초 일본서 은퇴를 했었다. 하지만 그는 제2의 선수 생활을 한국에서 하고 싶다며 대한해협을 건넜다. 왜 그랬을까.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유미코를 만났다.
핸드볼경기장 지하에는 선수들이 연습을 하는 보조경기장이 있다. 24일, 막 점심을 먹고 오후 훈련을 위해 내려온 유미코는 활짝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사전에 정보가 없었다면 한국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발음이 유창했다. 인터뷰도 한국어로 진행할 정도의 실력이었다.
유미코가 한국어에 관심이 생긴 것은 일본 실업 핸드볼팀 소니에서 함께 뛰었던 배민희(컬러풀대구), 김다영(부산시설공단) 같은 동료 선수들 덕분이었다. 한·일 양 나라 핸드볼 선수들의 교류가 활발하기 때문에 국가대표 김온아와는 학생 때부터 친하게 지냈다. 친한 한국선수들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친구들과 이야기도 자주 나누고, 〈별에서 온 그대〉, 〈사랑의 불시착〉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공부했어요”라고 말한 뒤 유미코는 수줍게 웃었다.
일본서 왜 은퇴를 결심했을까. “중학교 1학년 때 선배를 따라 운동을 시작했어요. 국가대표도 지내고, 컵 대회 우승도 경험했을 정도로 핸드볼 선수로서 충분히 이룰 것을 이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무릎 부상을 당했어요.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처음 운동을 관둘 때는 마음이 홀가분했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아는 한국 선수들과 박성립 에스케이 감독은 계속 “한국에서 뛰어라”라며 그를 설득했고 결국 유미코는 한국행을 선택했다. “한국은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 좋았어요. 일본에선 오전에 회사 일 하고 오후에 운동하느라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소니가 가고시마현에 있었는데 너무 외진 곳이라 외롭기도 했어요.”
지난 10월 한국에 들어온 유미코는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평소 한국음식도 좋아”해서 적응도 쉬웠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개인 생활을 많이 보장해주는 일본 실업팀과 달리 합숙 등 단체 생활을 중시하는 한국 스포츠 문화엔 아직까지 낯설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 될 문제에요. 선수들이 많이 챙겨줘서 크게 어렵진 않아요.”
라이트백과 라이트윙 등 공수 양 쪽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유미코는 “슈팅에 자신이 있다”며 라이트백 포지션으로 경기에 뛸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립 감독도 왼손잡이 슈터인 그를 공격의 활로를 풀어줄 키플레이어로 보고 있다.
한∙일 핸드볼에 차이는 있을까. 유미코는 “일본의 핸드볼은 교과서적인데, 한국 선수들은 임기응변에 강해요”라며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한국 선수들은 빠른 판단을 하면서 다양한 선택을 하는 게 배울 점”이라고 말했다.
강한 승부욕은 자신의 강점이다. “경기에 이기고 싶고, 팀의 우승을 위해 일조하고 싶어요”라고 말한 유미코는, “하지만 수비가 조금 불안한 거 같아요. 연습을 많이 해야해요”라며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열심히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 것이 선수로서의 작은 소망이다. “제가 열심히 하는 걸 보고 팬들도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요. 일종의 동기부여랄까요.”
“한국에서도 열심히 할 테니, 응원해주세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제주도에 꼭 가보고 싶어요”라고 말한 유미코는 코트 안으로 힘차게 뛰어 들어갔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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