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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의 무회전 킥] ‘스포츠 우스개’ 만드는 정치인들

등록 2020-12-29 16:28수정 2021-01-08 18:21

장영달, 출사표 냈다가 ‘없던 일로’
이종걸, 문자로 사퇴 표명 뒤 등록
안민석, 체육계 이슈 ‘오지랖식’ 관여
‘스포츠 도구화’에 정치권 신뢰 상실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이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체육회장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이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체육회장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마 자격 있다. 유권해석 받았다.”(장영달 전 의원)

“강신욱 후보에 통큰 양보, 단일화 완성.”(이종걸 전 의원)

“최철원 법 발의하겠다.”(안민석 의원)

세 사람의 정치인이 한바탕 체육계를 ‘웃픈’ 코미디로 만들었다. “새로운 대한민국 체육의 100년을 열어야 한다. 체육인들이 앞장서고, 제가 그 선봉에 서겠다”던 장영달 위원은 100년이 우습게도 한 달도 안 돼 출마 포기를 했다. 대통령 선거법 위반으로 입후보 자격이 문제가 됐을 때 그는 “선관위에서 유권해석을 받았다. 체육회 회장은 비상근이어서 공무담임권에 제한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선관위에 ‘회장은 비상근’이라는 체육회 규정을 첨부해 질의한 것은, 100년 구상을 말한 입후보자로서는 멋쩍은 일이다. 결국 자격 시비가 앞으로도 문제가 될 것 같아서인지 26일 중도 포기했다.

장영달 전 의원이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영달 전 의원이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걸 전 의원은 장영달 전 의원의 출마 포기 뒤 28일 갑자기 등장했다. 출사표 또한 생뚱맞다. “장영달 선배의 출마 여부에 대한 무차별 공격이 <중략> 집중되면서 그에 반격하다가 후보등록을 하기 전에 이미 지쳐 정신적 피로를 느끼신 것에 대하여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만큼 체육계의 적폐가 극심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망설이지 않고 출마를 결심했다.” 체육회장 입후보 동기를 선배 의원의 정신적 피로감, 적폐의 공격으로 단순화시키는 발상은 준비가 돼 있지 못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종걸 의원 쪽은 29일 오전, “강신욱 후보에 통큰 양보, 후보 단일화 사실상 완성!”이라고 문자 메시지를 돌렸다. 체육계에서는 이를 포기설로 받아들였지만, 이날 후보 등록을 함으로써 철썩같이 믿었던 강신욱 후보 등 주변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안민석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이다. 하지만 최근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새 회장에 ‘맷값 폭행’의 주인공인 최철원 엠앤엠 사장이 당선되자, “최철원 법을 발의하겠다”고 했다. 발의야 자유지만, 외통위에서 체육단체장 후보를 표적 삼아 법안을 내겠다는 발상이 상식적이지는 않다. 장영달 전 의원의 출마포기와 이종걸 전 의원의 대타 등장 배후에서 막후 조정을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서 ‘도대체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뭐길래’라는 의문이 든다. ‘대한체육회장은 비상근’이라는 말처럼 명예직이다. 4천억원 안팎의 재정은 대부분 정부 지원금이어서 예산·사업계획은 모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인원 한 명 증원하거나 부서 하나 만드는 것 또한 회장이 독단적으로 할 수 없다. 국민체육법진흥법상 문체부의 지휘·감독을 받게 돼 있으니, ‘체육계 대통령’이라는 표현도 과장된 것이다.

과거엔 박세직, 노태우, 정주영, 김운용 등 군부나 재계, 전문가 집단의 실력자들이 회장을 맡았지만 민간자율이라는 시대정신에 따라 지금은 실무형 회장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선거에 4~5선 의원들이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행보로 개입하면서 선거와 체육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 체육학자는 “국가나 정치인이 대중 파급력이 큰 스포츠 이슈를 도구화해 정치적 이득을 보는 경우가 많다. 반면 체육계는 그동안 국가가 주는 대로 받아먹는 데 익숙했다. 그 사이에서 체육계는 정체성을 잃었고, 사회의 한 부문으로 당당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서 외풍에 흔들리게 됐다”고 분석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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