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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금의 무회전 킥] 럭비협회 ‘아이디어 뱅크’ 이사회의 혁신 가능성

등록 2021-04-06 15:52수정 2021-04-07 02:06

선수, 전문직, 부문 대표 등 27명 이사진
‘60만번의 트라이’ 재일동포에도 문호
“용광로처럼 왕성하게 의견 모아낼 것”
지난달 27일 경상북도 경산생활체육공원에서 열린 2020~2021 코리아 럭비리그 3차 대회에서 포스코건설과 현대글로비스가 대결하고 있다. 대한럭비협회 제공
지난달 27일 경상북도 경산생활체육공원에서 열린 2020~2021 코리아 럭비리그 3차 대회에서 포스코건설과 현대글로비스가 대결하고 있다. 대한럭비협회 제공
‘누구라도 오라. 아이디어만 갖고.’

새 집행부 출범 이후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는 대한럭비협회(최윤 회장)가 혁신적인 이사회 구성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자칫 회장의 거수기가 되기 쉬운 게 이사회지만, 대한럭비협회의 이사 면면을 보면 ‘펄펄 끓는 용광로’ 같다.

27명의 이사진 구성 자체가 워낙 규모가 큰 데다, 경기인보다는 사회 각계의 전문가가 대거 포진해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연구원인 최재섭 부회장은 “최윤 회장이 원래 럭비계에 학연, 지연이 없는 분이다. 럭비가 생활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소수가 주도하는 협회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로 이사회를 구성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국가대표 등을 역임한 경기인은 9명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동호회 성격이 강한 서울대, 외국의 대학에서 럭비를 경험한 럭비 애호가와 실업팀 대표 등이 다수 포진해 있다. 서울대에서 럭비를 한 이호동 변호사, 미국 예일대 럭비부 출신 전동옥 김앤장 변호사, 박창용 한국전력 스포츠단 단장 등이 그렇다.

‘스토리’가 풍부한 사람도 있다. 일본 오사카 조선고교 럭비부의 전국대회 4강 진출을 그린 영화 ‘60만번의 트라이’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오영길 당시 감독이 주인공이다. 현재 일본 엔티티(NTT)도코모 오사카 럭비부 육성 코치인 그는 이달 한국에 들어온다. 대한럭비협회가 5월부터 럭비 관계자를 대상으로 전국 순회 강연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의 스토리를 통해 럭비의 교육철학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여자국가대표팀 선수 출신의 박인경 한국예술종합대학교 무용원 강사, 조현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선임 연구위원도 럭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현장 목소리 청취를 강화하기 위해 중학교 지도자 대표, 고교 지도자 대표 1명씩도 이사회에 들어와 있다.

앞서 대한럭비협회는 한국 7인제 럭비팀의 도쿄올림픽 진출을 도운 찰리 로우 대표팀 코치를 완전 영입해 기술 총괄에 선임했다. 그는 풀타임으로 대표팀부터 학원 럭비부까지 일관된 기술지도를 할 예정이다. 또 최윤 회장은 취임 뒤 아시아럭비연맹, 일본럭비협회 회장 등과 교류하는 등 스포츠 외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부분이 국제대회 성적 등 럭비 엘리트 부문 강화를 위한 것이라면, 배타적 성격이 강했던 이사회의 체질을 대폭 개선한 것은 생활 럭비 강화를 위한 포석이다. 국제, 법률, 학계, 행정 전문가가 다수 포진하면서 참신한 의견 청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포츠 단체에서는 그동안 경기인 출신의 발언권이 셌다. 성적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리트보다 생활체육의 활성화가 강조되는 시대 흐름에서는 사회, 문화, 경제 등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다채롭게 구성된 대한럭비협회 이사회는 다른 종목 단체에서도 참고할 만한 모델로 보인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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