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출신 마라토너 오주한(33) 선수가 ‘한국 아버지’라고 부르는 오창석 마라톤 국가대표 코치(백석대 교수)가 5일 오전 4시52분에 별세했다. 향년 60.
고인은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오주한과 함께 케냐 현지에서 훈련하다가 비자 연장 등을 위해 4월 11일 귀국한 뒤 고열 증상을 보여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서 투병하다 끝내 눈을 감았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귀국 사흘 뒤인 14일에 심한 열감을 느껴 가까운 병원을 찾았으나 코로나바이러스로 병원들이 발열 환자를 기피해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 열이 나고 나흘이 지난 18일에야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고 한다. 한 유족은 “병원은 고인의 증상을 두고 케냐 풍토병인 다발성 장기부전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케냐 전지훈련 때부터 감기 증상이 있었는데 자신이 한국으로 오면 훈련비 지원이 끊길 수 있다며 귀국을 미뤘다”고 전했다.
고인은 한국 마라톤의 재도약을 위해 애쓴 지도자다. 1997년 국군체육부대 마라톤팀 감독을 맡으며 김이용, 제인모 등 마라토너를 키웠다. 2007년부터는 케냐 마라톤 유망주를 가르쳤다. 이때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한국명 오주한)와 인연을 맺었고, 에루페는 2018년 9월 한국 국적을 얻었다.
한국 육상계 내부에서는 찬반이 엇갈렸지만 고인은 “한국 마라톤이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서 에루페의 귀화는 꼭 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에루페는 ‘한국을 위해 달린다’는 뜻인 ‘주한’으로 한국 이름을 지으며 고인의 성을 따랐다.
오주한은 2019년 10월 20일 경주에서 열린 2019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42.195㎞ 풀코스를 2시간8분42초에 완주해 도쿄올림픽 기준기록(2시간11분30초)을 통과했다. 대한육상연맹도 오주한의 올림픽 메달을 위해 고인을 올림픽 마라톤 대표팀 코치로 임명하는 등 지원에 나섰다.
유족은 부인 정지예(재미), 아들 정택(군인)·성택(재미)씨가 있다. 빈소는 충남 청양군 정산 미당장례식장이며 발인은 6일 오후 2시다. (041)942-4447.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