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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의 여기 VAR] 경제와 정치의 포로가 된 도쿄올림픽

등록 2021-05-27 05:00수정 2021-05-27 08:35

도쿄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올림픽은 가난한 사람들을 살해한다”고 적힌 걸개 등을 들고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올림픽은 가난한 사람들을 살해한다”고 적힌 걸개 등을 들고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강행을 주장하지만, 일본 국민 사이에서 올림픽 개최 반대 여론이 80%를 넘어서는 등 반대 목소리가 높다. 최근 미국이 일본을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하면서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전혀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하루 평균 4천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코로나를 이유로 도쿄올림픽 연기를 결정했을 때보다도 약 40배가량 많다. 도쿄올림픽 연기가 결정된 지난해 3월말 일본의 확진자는 하루 100명꼴이었다.

그런데도 올림픽을 강행하는 것은 경제적·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아이오시와 일본 정부는 올림픽이 무산될 경우 중계권 위약금 등으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보게 된다. 바흐 위원장은 최근 “바가지 남작”이라고 불리고 있는데, 아이오시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개최국에 희생을 강요한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이 무산될 경우 정치적 책임도 져야 한다. 애초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방사능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도쿄올림픽 유치를 강행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2013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일본 정부는 공공연히 이번 올림픽을 ‘부흥올림픽’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과연 도쿄올림픽은 열릴 수 있을까? 답은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개최 여부를 떠나 도쿄올림픽은 올림픽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올림픽은 이제 평화나 친선 도모의 장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 정치세력의 이득을 위한 메가 이벤트로 전락했다. 모두가 알고는 있었지만, 선수들의 피, 땀, 노력에 가려져 있던 진실이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그 실체를 분명히 드러냈다.

앞으로 올림픽은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점점 더 경제적, 정치적 목적이 노골화될 가능성이 크다. 벌써 미국 하원에서는 2022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겨울올림픽 보이콧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주장의 본질은 미·중 간 패권 다툼이다. 미국은 중국 인권 문제를 이유로 들지만, 군부 정권이 시민을 학살하는 미얀마나 팔레스타인을 폭격하는 이스라엘의 올림픽 참가에는 침묵한다는 점에서 초라한 변명일 뿐이다.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는 지난해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팬데믹은 이미 우리 사회에 존재했던 갈등을 끄집어내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 난제들의 결합은 매우 위험하지만 엄청난 해방의 잠재력이 있기도 하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존할 기회라도 얻으려면 우리는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논리를 올림픽에도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닐까. 지금은 어느 때보다 올림픽 정신의 복원이 필요하고, 그 시작은 먼저 사람의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개최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다.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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