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픈에서 기권한 오사카 나오미(일본). 파리/EPA 연합뉴스
여자 테니스 세계 2위 오사카 나오미(24·일본)가 프랑스오픈을 기권했다. 인터뷰 거부에 따른 후폭풍에 심리적 압박이 크게 작용한 듯 보인다.
오사카는 1일(한국시각)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코트를 떠나 잠시 휴식기를 갖고 싶다”면서 프랑스오픈 2라운드 기권을 알렸다. 여자 단식 1라운드 승리 이후 인터뷰를 하지 않은 데 따른 징계(1만5000달러·1600만원)를 대회 조직위로부터 받은 다음날 전격적으로 내린 결정이다. 조직위는 인터뷰 거부가 계속될 경우 실격 처분을 내릴 수도 있고, 다른 메이저대회에서도 페널티가 부여될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다.
오사카는 “다른 선수들이나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 기권이 최선인 것 같다. 그래야만 모두가 대회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2018년 유에스(US)오픈 우승 이후 우울증 증세로 힘들었다”는 사실도 깜짝 고백했다. 오사카는 “대회 때마다 나를 본 사람은 누구나 내가 헤드폰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헤드폰이 사회적 불안감을 무디게 해주는데 도움을 준다”면서 “미디어를 상대로 인터뷰하기 전 최상의 답을 하기 위한 스트레스가 아주 심하다”고 했다.
오사카는 올해 호주오픈까지 4차례 메이저대회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작년 〈포브스〉가 발표한 여자 스포츠 선수 연간 소득 순위에서 전체 1위(3740만달러·413억원)에 오르기도 했다. 인종차별 문제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오기도 했다. 선수 기자회견 거부권도 이런 그의 신념에서 나왔으나 의외로 역풍을 맞은 셈. ‘테니스 전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오사카의 결정에 대해 “스스로나 다른 이들을 위해 내린 결정이겠으나 의도와는 다르게 상황을 더 안 좋게 만든 것 같다”고 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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