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달 30일 팀 훈련 도중 감독의 얘기를 듣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전체 25명 선수 가운데 19명이 외부에서 수혈됐다. 선수들은 이름도 많이 바꿨다. 하지만 대표팀 자격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급조된 팀이라는 이미지를 떨쳐내기 어렵게 됐다. 사상 처음 올림픽에 나서는 중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이야기다.
<에이피(AP)> 등 외신은 중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올림픽 ‘희망’이 북미 출신 선수들의 재능에 의존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중국팀의 엔트리 25명 가운데 18명이 북미에서 자라거나 성장했고, 러시아 출신 1명을 더하면 19명이 외국인 선수다. 이들 가운데는 중국계 선수들도 있지만, 중국에서 나고 자란 선수는 6명밖에 안 되는 셈이다.
중국이 남자 아이스하키팀을 구성하면서 외부의 힘에 의존하는 것은 열악한 저변 때문이다. 중국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1990년대 세계 4위에 오르는 등 저력을 과시한 반면, 남자팀의 세계 랭킹은 현재 32위다. 이번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부에 처음 출전하는 중국은 12개 팀 가운데 최하위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경쟁국들과의 수준 차 때문에 지난해 중국팀의 올림픽 출전권을 박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은 올림픽 개최 확정 직후 2016년 베이징을 연고로 하는 쿤룬 레드스타를 창단해 러시아 중심의 콘티넨탈하키리그(KHL)에 편입시켰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25명 모두는 쿤룬 레드스타 선수들이다. 하지만 올 시즌 KHL 동부지구 12개팀 가운데 쿤룬은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쿤룬의 주전 골리인 미국 출신의 제러미 스미스는 자격 논란도 불러일으켰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은 올림픽 출전 귀화 선수 자격과 관련해 2년 룰과 4년 룰을 두고 있는데, 국제아이스하키연맹 공식 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는 귀화한 나라에서 4년 이상 뛰어야 국가대표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미국 20살 이하 대표팀 선수였던 스미스는 규정 미달의 ‘부정선수’다. 하지만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문제 삼지 않았다.
‘겨울올림픽의 꽃’이라고 불리는 아이스하키에서는 외국인 선수의 귀화가 종종 이뤄진다. 1998년 나가노 대회 때 일본 남자대표팀, 2018년 평창 대회의 한국팀에는 각각 7명씩의 외국인 귀화 선수가 수혈됐다. 하지만 3분의 2 이상을 귀화 선수로 채운 중국과 비교하면 적은 규모였다.
물론 중국의 ‘오성홍기’를 달고 출전하는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의 꿈에 부풀어 있다. 더욱이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불참하면서 중국팀 선수들의 자신감은 올라갔다. 미국 출신의 제이크 첼리오스는 외신에서 “미국의 가족들이 처음엔 나의 선택을 의아해 했지만 지금은 이해한다. 경기에서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고, 골리 스미스도 “올림픽 출전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국 남자 아이스하키팀은 10일 정치적으로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미국과 조별리그 첫 대결을 벌인다. 이후 독일(12일), 캐나다(13일)와 만난다. 국제대회 성적도 거의 없는 중국이 안방 올림픽에서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아이스하키 팬들의 시선이 미-중전에 쏠려 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