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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 특집

우크라 보육원 출신에서 패럴림픽 ‘마스터’로…두 팔로 우뚝 서다

등록 2022-03-03 16:24수정 2022-03-08 02:30

[베이징, 주목! 이 선수] 미국 옥사나 마스터스
생모 체르노빌 피폭으로 선천적 신체 결함
8살 때 미국으로 입양…13살에 조정 시작
조정·사이클·스키 등 패럴림픽 메달만 10개
미국의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사이클 선수인 옥사나 마스터스. 올림픽채널 누리집 갈무리
미국의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사이클 선수인 옥사나 마스터스. 올림픽채널 누리집 갈무리

조정, 사이클,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옥사나 마스터스(33·미국)는 4종목을 넘나들며 5번의 패럴림픽에서 10개의 메달을 휩쓸었다. 두 다리 대신 단련된 이두근과 삼두근으로 페달을 밟고 스키를 타는 그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근육은 스스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라고 말한다. 미국 선수단을 대표하는 영웅이자 우크라이나의 별인 그가 자신의 6번째 패럴림픽 대회인 베이징에서 다시 금 사냥에 나선다.

마스터스는 1989년 우크라이나 크멜니츠키에서 태어났다. 약 400㎞ 떨어진 체르노빌에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지 불과 3년 된 시점이다. 어린 마스터스는 건강했지만 팔다리와 장기 일부에 선천적 결함이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해둔 누리집에서 그는 체르노빌의 방사선 누출이 생모에 영향을 줬고 이것이 기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보육원만 세 곳을 전전하던 그는 8살에 미국으로 입양됐다. 이후 그는 5년에 걸쳐 두 다리를 모두 절단했고, 몇 차례 손가락 재건 수술을 받았다.

옥사나 마스터스가 지난해 9월 일본 도쿄 후지 국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여자 사이클 로드레이스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옥사나 마스터스가 지난해 9월 일본 도쿄 후지 국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여자 사이클 로드레이스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13살에 마스터스는 조정을 시작했다. 그는 “물 위에 있으면 빼앗겼던 자유로움과 통제력의 감각이 돌아왔다”며 조정에 빠져든 계기를 설명했다. 공공연하게 “패럴림픽에 나가 메달을 딸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던 마스터스는 2012 런던 패럴림픽에 아프간 전쟁 상이군인 출신 조정 선수 롭 존스와 짝을 이뤄 출전했고, 동메달을 따냈다. 같은 해 그는 ‘미국 조정 올해의 여자 선수’로 선정됐다. 세상에 자신을 증명한 첫 번째 순간이었다.

얼마 안 가 허리 부상으로 조정을 그만둬야 했던 마스터스의 열정은 절망할 새도 없이 스키와 사이클로 옮겨갔다. 페달을 밟고 스키 폴을 미는 근육은 노를 저을 때와 다르지 않았다. 그는 스키를 시작한 지 14개월 만에 2014 소치 대회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고, 2018 평창 대회에서는 생애 첫 금메달 2개를 포함해 5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도쿄에서는 사이클로 금메달 2개를 추가하는 등 동·하계를 가리지 않는다. 두 팔로 우뚝 선 수륙양용 레이서의 탄생이다.

옥사나 마스터스가 지난 2일 중국 장자커우에서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을 대비해 훈련 중이다. 머리에는 하트 모양 우크라이나 국기가 새겨진 헤어밴드를 쓰고 있다. 장자커우/교도 통신 연합뉴스
옥사나 마스터스가 지난 2일 중국 장자커우에서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을 대비해 훈련 중이다. 머리에는 하트 모양 우크라이나 국기가 새겨진 헤어밴드를 쓰고 있다. 장자커우/교도 통신 연합뉴스

마스터스는 <올림픽채널> 인터뷰에서 “(경기 도중) 힘에 부쳐 도저히 더는 못 갈 것 같은데 여전히 2∼4바퀴가 남은 극한의 순간이 오면 저를 믿어준 사람들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특히 어머니의 존재는 각별하다. 그는 “엄마는 저 자신보다 더 저를 굳게 믿어준 저의 영웅”이라면서 “엄마의 믿음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 게리 마스터스는 4년 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옥사나는 자신감 넘치는 아이였기에 나는 길만 잘 열어주면 됐다”고 했다.

이제 마스터스는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다. 미국의 ‘알파인 여제’ 미케일라 시프린이 그의 팬을 자처하고, 나이키·도요타 등 쟁쟁한 기업들이 그를 후원한다. 지난달 26일 마스터스는 베이징행을 앞두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의 마음과 영혼은 우크라이나인이자 미국인”이라며 “아직 나에게는 우크라이나에서만 이룰 수 있는 꿈이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기도하겠다. 영원히, 그리고 언제나 나는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다”라고 썼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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