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사이클 선수인 옥사나 마스터스. 올림픽채널 누리집 갈무리
조정, 사이클,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옥사나 마스터스(33·미국)는 4종목을 넘나들며 5번의 패럴림픽에서 10개의 메달을 휩쓸었다. 두 다리 대신 단련된 이두근과 삼두근으로 페달을 밟고 스키를 타는 그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근육은 스스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라고 말한다. 미국 선수단을 대표하는 영웅이자 우크라이나의 별인 그가 자신의 6번째 패럴림픽 대회인 베이징에서 다시 금 사냥에 나선다.
마스터스는 1989년 우크라이나 크멜니츠키에서 태어났다. 약 400㎞ 떨어진 체르노빌에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한 지 불과 3년 된 시점이다. 어린 마스터스는 건강했지만 팔다리와 장기 일부에 선천적 결함이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해둔
누리집에서 그는 체르노빌의 방사선 누출이 생모에 영향을 줬고 이것이 기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보육원만 세 곳을 전전하던 그는 8살에 미국으로 입양됐다. 이후 그는 5년에 걸쳐 두 다리를 모두 절단했고, 몇 차례 손가락 재건 수술을 받았다.
옥사나 마스터스가 지난해 9월 일본 도쿄 후지 국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여자 사이클 로드레이스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13살에 마스터스는 조정을 시작했다. 그는 “물 위에 있으면 빼앗겼던 자유로움과 통제력의 감각이 돌아왔다”며 조정에 빠져든 계기를 설명했다. 공공연하게 “패럴림픽에 나가 메달을 딸 것”이라고 말하고 다녔던 마스터스는 2012 런던 패럴림픽에 아프간 전쟁 상이군인 출신 조정 선수 롭 존스와 짝을 이뤄 출전했고, 동메달을 따냈다. 같은 해 그는 ‘미국 조정 올해의 여자 선수’로 선정됐다. 세상에 자신을 증명한 첫 번째 순간이었다.
얼마 안 가 허리 부상으로 조정을 그만둬야 했던 마스터스의 열정은 절망할 새도 없이 스키와 사이클로 옮겨갔다. 페달을 밟고 스키 폴을 미는 근육은 노를 저을 때와 다르지 않았다. 그는 스키를 시작한 지 14개월 만에 2014 소치 대회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고, 2018 평창 대회에서는 생애 첫 금메달 2개를 포함해 5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도쿄에서는 사이클로 금메달 2개를 추가하는 등 동·하계를 가리지 않는다. 두 팔로 우뚝 선 수륙양용 레이서의 탄생이다.
옥사나 마스터스가 지난 2일 중국 장자커우에서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을 대비해 훈련 중이다. 머리에는 하트 모양 우크라이나 국기가 새겨진 헤어밴드를 쓰고 있다. 장자커우/교도 통신 연합뉴스
마스터스는
<올림픽채널> 인터뷰에서 “(경기 도중) 힘에 부쳐 도저히 더는 못 갈 것 같은데 여전히 2∼4바퀴가 남은 극한의 순간이 오면
저를 믿어준 사람들을 떠올린다”고 말했다. 특히 어머니의 존재는 각별하다. 그는 “엄마는 저 자신보다 더 저를 굳게 믿어준 저의 영웅”이라면서 “엄마의 믿음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 게리 마스터스는 4년 전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옥사나는 자신감 넘치는 아이였기에 나는 길만 잘 열어주면 됐다”고 했다.
이제 마스터스는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다. 미국의 ‘알파인 여제’ 미케일라 시프린이 그의 팬을 자처하고, 나이키·도요타 등 쟁쟁한 기업들이 그를 후원한다. 지난달 26일 마스터스는 베이징행을 앞두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나의 마음과 영혼은 우크라이나인이자 미국인”이라며 “아직 나에게는 우크라이나에서만 이룰 수 있는 꿈이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기도하겠다. 영원히, 그리고 언제나 나는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다”라고 썼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