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겨울패럴림픽에 출전했던 신의현이 태극기를 들고 포효하고 있다. 평창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 좌식 금메달(7.5㎞)과 동메달(15㎞)을 목에 걸었던 신의현은 이번 대회에서 2연속 금메달을 노린다. 브라보앤뉴 제공
한국 최초 겨울패럴림픽 금메달을 확정하던 순간, 그의 눈에선 폭포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결승선을 넘은 뒤 관중석을 향해 포효하는 모습은 백두대간 호랑이를 떠올리게 했다. 2006년 대학 졸업을 앞두고 당한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뒤 세상과 담을 쌓았던 그가 2018년 ‘평창의 영웅’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장애인 스키 국가대표 신의현(42)에게 그해 평창은 뜨거운 눈물이었고, 그 눈물은 산맥을 타고 내려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당시 크로스컨트리 스키 좌식 금메달 1개(7.5㎞)·동메달 1개(15㎞)를 목에 건 신의현은 “다른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했다.
신의현은 4일 개막하는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에서 한국 사상 첫 겨울패럴림픽 2연패를 노린다. 상황은 만만치 않다. 적지 않은 나이인 데다, 평창 대회 이후 두 다리 길이 차이로 몸의 균형이 깨져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살았다. 코로나19로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훈련에 어려움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대한민국 선수단에서도 신의현이 이번 대회에 동메달 1개 정도를 따주리라 전망하고 있다. 다소 박한 전망이다.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국가대표 신의현.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크고 작은 산봉우리가 호랑이를 막을 순 없다. 어려운 상황만큼, 신의현은 더욱 구슬땀을 흘리며 베이징을 향해 칼을 갈았다. 양쪽 몸 근육량을 측정하는 과학적 훈련을 통해 최대한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고, 여름과 겨울 종목을 오가며 운동능력을 키웠다. 땀은 눈물만큼이나 정직했다. 신의현은 패럴림픽을 약 2달 앞두고 열린 지난 1월 장애인 설상 세계선수권대회 크로스컨트리 남자 좌식 18㎞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메달 사냥 청신호다.
신의현은 자신감이 넘친다. 이제 마흔줄에 접어들었지만, 오히려 4년 동안 몸이 더욱 강해졌다고 느낀다. 갖은 시련 속에 몸이 더욱 단련된 셈이다. 신의현은 “코로나로 훈련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꾸준히 몸을 만들었고 평창 때보다 훨씬 컨디션이 좋다.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하겠다. 두 번째 금메달을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했다. 신의현은 이번 대회에서 크로스컨트리와 바이애슬론 6개 세부 종목에 출전해 메달을 노린다.
2018 평창겨울패럴림픽에 출전했던 신의현. 평창/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첫 메달을 기대해볼 수 있는 건 개막식 다음 날인 5일 열리는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 스키+사격) 스프린트 좌식 6㎞다. 주 종목은 아니지만 신의현은 바이애슬론에 자신감이 있다. 그는 지난 평창 대회 때도 바이애슬론 메달을 노렸지만, 사격 실수로 아쉬움을 삼킨 바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사격 훈련에 힘을 쏟은 만큼 충분히 메달도 노려볼 수 있다. 만약 이날 메달을 따면 한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길 수 있다.
6일 열리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좌식 18㎞는 신의현이 금메달을 노리는 주력 종목이다. 지난 1월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종목이기도 하다. 더욱이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가 이번 대회에서 러시아·벨라루스 선수를 완전히 퇴출하기로 입장을 바꾸며, 금메달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세계선수권 1위로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러시아 이반 골룹코프가 베이징 대회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평창 이후, 신의현은 4년간 힘겨운 오르막을 올랐다. 이제 그의 땀과 눈물을 말려줄 시원한 내리막 질주가 베이징에서 신의현을 기다리고 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