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개막식이 열린 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패럴림픽 6개 종목을 표현한 출연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개막식이 열린 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 무대 바닥을 별빛이 가득 채웠다. 반짝이는 별 사이로 등장한 지구. 1976년 스웨덴 외른셸비스크 대회부터 베이징 대회까지 지금껏 열린 13차례 겨울패럴림픽이 차례로 지나쳤다. 이윽고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출연자들이 등장해 패럴림픽 6개 종목을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휠체어컬링 스톤이 움직이며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겨울패럴림픽 출발을 알리는 화려한 무대였다. 겨울올림픽 개·폐막식에 이어 총 연출을 맡은 장이머우 감독 말대로 열정적인 느낌이 다양한 색채로 잘 표현된 무대였다. 특히 이날 공연자는 총 800명인데, 이중 약 30%는 장애인으로 꾸며 의미가 더 컸다. 오성홍기 게양과 함께 중국 국가가 연주될 때 수어가 등장한 점도 눈에 띄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 와중에 열리게 된 베이징겨울패럴림픽 개막식에선 단연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날 46개 나라 가운데 4번째로 등장한 우크라이나 선수단은 우크라이나 국기 색을 딴 노란색과 파란색으로 된 옷을 입고 등장했다. 일부 선수는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앤드루 파슨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위원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선수단을 환영했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4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애초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없어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할 거란 전망이 컸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선수단이 전원 베이징에 입성해 정상 출전한다. 우크라이나는 2018년 평창에서 금 7·은 7·동 8로 종합 6위를 차지한 겨울스포츠 강국이다.
반면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국제패럴림픽위원회 결정에 따라 이번 대회에서 완전히 퇴출당해 개막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는 애초 중립국 자격으로 러시아·벨라루스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다고 결정했으나, 다른 회원국 반발로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출전을 완전히 금지했다. 러시아는 앞서 평창에서도 조직적 도핑 문제로 징계를 받아 중립국 자격으로 참가한 바 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이날 35번째로 입장했다. 중국 간체자 획순에 따른 입장 순서다. 한국 선수단 기수는 혼성 휠체어컬링 대표팀 리드 백혜진이 맡았고, 선수단 41명(선수 18명+임직원 33명)이 무대에 올랐다.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과 마찬가지로, 선수들은 태백산맥을 상징하는 무늬가 들어간 선수단복을 입고 입장했다.
한국은 이번 패럴림픽에서 6개 모든 종목에 선수단 82명(선수 32명+임원 50명)을 파견했다. 종목별로는 남자 파라아이스하키(17명)를 비롯해 휠체어컬링(5명), 알파인스키(4명), 크로스컨트리 스키·바이애슬론(3명), 스노보드(3명) 등이다. 이번 대회 목표는 동메달 2개인데, 강한 경쟁자였던 러시아가 사라진 만큼 더 좋은 성적도 노려볼 만하다.
포화 속에 열린 이번 패럴림픽에서 선수들이 흘릴 땀방울과 눈물이 꽁꽁 얼어붙은 세계를 녹일 수 있을까. 베이징겨울패럴림픽은 개막식이 열린 4일부터 폐막식이 진행되는 13일까지 펼쳐진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