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컬링 대표팀 ‘장윤정고백'의 장재혁이 8일 오전 중국 베이징 국립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예선 캐나다와 경기에서 신중하게 투구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선소에서 일하다가 불의의 낙상 사고로 장애를 얻었다(장재혁). 역시나 건설현장 낙상 사고로 척수를 다쳤다(윤은구). 만능 스포츠맨으로 20㎞ 되는 출퇴근 거리를 자전거로 이용했지만 그만 자전거 낙상 사고를 당했다(정성훈). 야구 동호회 활동을 할 만큼 운동을 좋아했지만 교통사고를 당했다(고승남). 가족들과 여행 중 교통사고로 하반신 장애가 왔다(백혜진).
낙상, 낙마, 교통사고 등 여러 이유로 닥친 삶의 큰 변화. 장재혁(51)처럼 “그저 신체적 불편함에 맞춰 살아가면 된다고 각오하면 될 뿐”이라고 생각한 이도 있었으나 ‘이게 진짜 현실일까’라는 좌절감에 2년여를 절망의 터널에서 헤맨 정성훈(34)도 있었다. 신체 장애를 받아들이기까지 걸린 시간은 모두 달랐지만 이들은 현재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의정부 롤링스톤 휠체어컬링팀 ‘팀 장윤정고백’ 이야기다.
팀 이름에서 언뜻 트로트 가수가 떠오르지만 사실 다섯명의 성씨를 한 글자씩 따서 지은 것이다. 팀 명을 듣고 가수 장윤정이 실제로 이들을 후원하기도 했다. 팀 장윤정고백은 2021년 혜성처럼 등장해 그해 경기도지사배 전국휠체어컬링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거두더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정상에 오르며 패럴림픽 출전권마저 따냈다. 경력도 3~7년 정도로 10~15년 가까이 되는 다른 팀보다 짧고 다섯명 모두 국가대표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도 이뤄낸 쾌거였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당찬 각오로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에 참가한 팀 장윤정고백은 8일 오전 중국 베이징 국립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대회 5차전에서 컬링 최강 캐나다 팀에 9-4,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시종일관 경기 주도권을 쥔 채 4-2로 앞선 6엔드 때 대거 4점을 뽑아낸 게 주효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그동안 후보로 있던 윤은구(53)가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팀 장윤정고백은 대회 2승(3패)을 챙기면서 중간 순위 공동 7위로 올라섰고 일격을 당한 캐나다는 4승2패로 라트비아와 공동 1위가 됐다. 베이징겨울패럴림픽에는 11개 팀이 참가했으며 상위 4개 팀이 준결승전에 진출한다. 한국 휠체어컬링은 2010 밴쿠버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2018년 평창 대회 때는 4강에 올랐다. 패럴림픽 휠체어컬링 종목에는 혼성 단체전에만 메달이 있으며 8엔드까지 진행된다. 빗자루질은 없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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