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환(가운데)이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국립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파라아이스하키 4강 진출 결정 플레이오프 이탈리아와 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장동신(왼쪽), 최시우와 기뻐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한민수 호’의 감동 신화가 패럴림픽 상영을 이어간다. 패럴림픽 2연속 메달이라는 새 역사에 한 발짝 다가섰다.
한민수(52) 감독이 이끄는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은 9일 중국 베이징 국립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패럴림픽 4강 진출 결정 플레이오프에서 이탈리아를 4-0으로 꺾었다. 미국, 캐나다를 상대로 조별 예선 2연패를 당한 뒤 이번 대회 첫 승을 거두면서 2018년 평창 대회에 이어 2연속 패럴림픽 4강 무대를 밟게 됐다. 4년 전 패럴림픽 사상 첫 파라아이스하키 동메달을 따냈던 ‘그때 그 선수들’은 또다시 메달을 가시거리에 두게 됐다.
이날 한국은 저돌적인 보디체킹과 기동력으로 시작부터 이탈리아를 몰아붙였다. 1피리어드 초반 장동신(46)이 하프라인 근처에서 날린 시원한 중거리 슛으로 골대를 뚫어냈다. 평창 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이탈리아를 상대로 결승골을 넣었던 장동신이었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장동신은 2피리어드 때도 송곳 패스로 정승환(36·강원도청)의 득점을 도우며 펄펄 날았다. 한국은 3피리어드 시작과 동시에 이종경(49·강원도청)이 추가골을 넣었고, 장동신이 피날레 골을 장식했다. 장동신은 이날 2골 1도움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수비 또한 안정적이었다. 한국은 패스미스로 이탈리아에 몇 차례 결정적 찬스를 내줬지만 골리 이재웅(26·강원도청)과 최혁준(50·서울특별시)이 선방쇼를 펼치며 골문을 틀어막았다. 상대의 유효샷을 수차례 막아낸 둘은 지난 캐나다전에서도 상대팀 주장 타일러 맥그리거로부터 “특히 한국 골리의 활약이 놀라웠다. 우리 슈팅이 42개였는데 엄청난 선방으로 다 막아냈다”는 평가를 들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이탈리아와 팽팽했던 상대전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통산 19전 10승 9패. 2018년 이후 이탈리아를 상대로 이어오던 기분 좋은 승리 행진이 3연승으로 늘어났다.
아이스하키와 장애인 스포츠 둘 다 토양이 척박한 환경에서 파라아이스하키를 패럴림픽 ‘효자 종목’으로 일으켜 세운 대표팀은 살아있는 전설이다. 잘 곳이 없어 라커룸에서 잠을 자고 대관이 어려워 새벽 3시에 훈련하기도 했다. 국내 실업팀이 하나도 없어 2005년까지는 국제 대회에 나가기 위해 사비를 털어야 하기도 했다. 이번이 네 번째 패럴림픽 참가. 2012 노르웨이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 2017 강릉 세계선수권 대회 동메달 등 여러 성과도 냈다.
역경을 함께한 세월을 담금질 삼아 대표팀은 ‘원 팀’이 됐다. 단단한 팀워크를 앞세운 ‘원팀 코리아’는 지난해 6월 훈련 재개 40일 만에 나간 체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위를 기록하며 베이징 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평창겨울패럴림픽 때 백전노장 주장에서 대표팀 사령탑으로 돌아온 한민수 감독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2년간 국제대회를 아예 못 나갔다. 4년 전과 비교해 70~80%의 전력이지만 끈끈한 조직력으로 이번엔 결승에 오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준결승 무대에 오른 한국의 다음 상대는 조별 예선에서 0-6 패배를 당했던 캐나다(세계랭킹 2위)다. 10년 넘게 메이저 무대에서 맞대결을 가지며 단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강호다. 통산 전적은 35전35패. 4년 전 강릉 아이스하키센터를 가득 채웠던 환희의 눈물이 베이징에서 다시 재연될까. 캐나다와 준결승전은 오는 11일 오후 1시5분(한국시각) 같은 장소에서 펼쳐진다 .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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