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철(왼쪽)이 6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주짓수 남자 77kg 결승에서 바레인의 압둘라 문파레디에 승리하며 금메달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20살, ‘종합격투기(MMA)를 배워볼까’ 싶어 등록한 동네 체육관이 알고 보니 주짓수 도장이었다. 서브미션(격투 중 상대 항복을 받아내기 위한 꺾기 기술)과 그라운드 싸움이 중시되는 종합격투기 특성상 주짓수는 필수 이수 종목이니 번지수를 아주 틀린 상황은 아니었으나, 이 우연이 그의 운명을 바꿨다. 불과 6년여 뒤, 한국 주짓수 국가대표 구본철(26·대한주짓수회)이 아시아 정상에 섰다.
구본철은 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샤오산 린푸체육관에서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주짓수 남자 77㎏ 챔피언에 올랐다. 바레인의 압둘라 문파레디와 맞붙은 결승전, 치열한 공방 속에 둘 다 점수를 내진 못했지만 구본철은 어드벤티지에서 4-1로 앞서 승리를 따냈다. 주짓수에서는 완벽하게 점수로 인정받지 못한 기술 시도에 한해 어드밴티지를 부여한다. 구본철은 경기 중 코피가 터져 지혈을 하기도 했다.
“짧은 경력을 2∼3배의 노력으로 따라잡았다”는 구본철은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경기 전에는 ‘내가 과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딸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들고 두려움도 느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자신감 갖고 경기에 임한 덕에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결승 상대가 가드 위주로 경기하는 선수라, 탑에서 어드밴티지를 따면서 버티는 전략이 잘 먹혔다”라고 승부를 돌아봤다.
구본철(왼쪽)이 6일 중국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주짓수 남자 77kg 결승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 오르기 전 눈가를 훔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주짓수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도입됐고, 당시 한국은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이번 대회에서는 앞서 지난 5일 남자 69㎏에서 주성현, 여자 52㎏에서 박정혜가 각각 동메달을 따냈고, 이날 구본철이 금메달도 추가했다. 오는 7일에는 2018년 한국에 첫 주짓수 금메달을 안겼던 ‘디펜딩챔피언’ 성기라가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