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선수들이 1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경기 도중 비디오판독을 지켜보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놀라운 투혼이었다. 하지만 승리를 따내기엔 한 끗이 부족했다.
흥국생명은 1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과 안방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3(28:30/20:25/25:16/25:21/11:15)으로 석패했다.
이날 흥국생명은 1, 2세트를 잇달아 내주며 쉽게 무너지는 듯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3세트부터 반격에 나선 흥국생명은 잇달아 2세트를 가져왔다. 경기장 공기가 바뀌었다. 삼산체육관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대역전극이 탄생하는 듯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역시 강했다. 현대건설은 5세트에 침착하게 득점을 이어가며 결국 승리를 가져왔다. 이날 승리로 현대건설은 19승2패(승점 53)를 기록했다. 2위 흥국생명(승점 48)과 격차는 승점 5점 차이로 다시 벌어졌다. 리그 개막 15연승을 달렸던 현대건설은 연말 연승이 끊기며 잠시 주춤했지만, 4연승을 달리며 다시 순항을 시작했다.
현대건설 선수들이 1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흥국생명 입장에선 뼈아픈 패배다. 흥국생명은 앞서 지난달 29일 상대 안방에서 열린 맞대결에서 3-1 승리를 따내며 상승세를 탔다. 특히 이날 현대건설은 주포 야스민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흥국생명은 김연경-옐레나가 모두 출전했던 터라 아쉬움이 더욱 크다. 흥국생명은 이날 패배로 현대건설과 올 시즌 상대전적 1승3패를 기록했다.
더욱이 흥국생명은 여전히 감독 경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앞서 2일 권순찬 전 감독을 경질하며 논란에 중심에 섰다. 여기에 구단 윗선이 선수 기용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겹치며 파문이 커졌다. 흥국생명은 김기중 전 코치를 새 감독으로 선임했지만, 김 신임 감독은 사령탑직을 고사했다. 다시 감독대행 체제가 된 흥국생명은 뒤늦게 사과문을 냈지만, 차기 감독 선임이 가능할지조차 미지수다.
한편 이날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끈 김대경 코치는 선수단이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감독대행은 “제가 (팀을) 나가는 순간 배구를 할 수 있는 스태프가 남질 않는다. 선수들을 위해 일단 남아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권 전 감독 경질 뒤 대행을 맡았던 이영수 수석코치는 한 경기를 치른 뒤 사퇴한 바 있다. 김 감독대행은 또 “선수들 분위기가 마음속으로는 좋지 않다. 하지만 티를 내는 순간 더 안 좋아질 게 뻔해 티를 내지 않고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인천/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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