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1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지시를 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프로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팀이다. 지난 시즌 ‘리그 꼴찌’ 굴욕을 겪었지만, 이번 시즌 상승기류를 타며 어느덧 리그 2위에 안착했다. 돌풍이 이어지면서, 이제는 리그 선두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은 15일 삼성화재전에서 승리(3-1)하면서 승점 3을 획득해, 승점 55가 됐다. 1위 대한항공(승점 59)을 향한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이 최근 5경기에서 1승4패로 부진한 터라 역전 가능성도 커졌다. 승점 4점 차이는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격차다.
돌풍 중심에는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있다. 최 감독은 이번 시즌 전 “한국 배구는 실패했다”는 도발적인 선언을 하며 “기본기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당시 최 감독은
<한겨레>와 만나 “기본 기술이 탄탄한 팀이 돼야 스피드 배구도 하고, 서브를 더 강하게 하는 등 요즘 추세에 맞는 배구를 할 수 있다”며 “강한 서브는 필연적으로 범실을 동반하기 때문에, 기본기 강화를 통해 다른 범실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했었다.
최태웅 감독의 철학은 현실에서 통했을까? 먼저 범실만 보면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세트당 범실 5.96개를 기록했다. 반면 올 시즌은 6.6개로 오히려 늘었다. 하지만 서브까지 함께 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평균 0.78개를 기록해 리그 꼴찌였던 서브가 1.33개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강한 서브를 위해 다른 범실을 줄이겠다”던 최 감독 생각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허수봉과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1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더욱이 현대캐피탈은 에이스
허수봉이 아포짓 스파이커와 미들블로커를 넘나들며 전천후 활약을 펼치고 있다. 덕분에 최태웅 감독은 전술을 더욱 변화무쌍하게 가져갈 수 있다. 최 감독은 “최근 상황이 좋기 때문에 두 세 가지 옵션을 사용하려고 한다. 허수봉이 미들블로커로 들어가면 경기가 또 달라진다. 상황마다 전술적으로 사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현대캐피탈에 남은 일정이 만만치는 않다. 현대캐피탈은 18일 의정부에서 케이비손해보험과 맞붙고, 21일과 24일에는 각각 천안과 서울에서 우리카드와 잇달아 맞붙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경기는 3월5일 인천에서 열리는 대한항공과 맞대결이 될 전망이다. 현대캐피탈은 앞서 대한항공과 5번 맞붙어 딱 1번 승리를 거뒀다.
한편 V리그 여자부도 선두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흥국생명이 15일 인천에서 페퍼저축은행을 3-0으로 완파하며 승점 63점을 기록해, 현대건설(승점 61점)을 밀어내고
리그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주포 김연경이 은퇴 가능성을 시사해서 흥국생명의 우승 갈망은 더 커졌다. 김연경은 페퍼저축은행과 경기 뒤 “예전부터 가장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내려놓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