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구단 지명을 받은 신인 선수들이 3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3∼2024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역대 최저 취업률이다.
프로배구 남자부 7개 구단은 3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3∼2024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42명 참가자 가운데 수련선수 포함 총 20명을 뽑았다. 취업률은 47.6%. 역대 최저다.
삼성화재와 케이비(KB)손해보험은 각각 5명을 뽑았다. 하지만 오케이(OK)금융그룹 3명을 비롯해 현대캐피탈, 우리카드, 한국전력이 각 2명을 뽑았다. 대한항공은 단 1명만 지명했다. 신인 드래프트 취업률이 50%를 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뽑을 만한 선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은 “대학과 프로 기량의 괴리감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후인정 케이비손해보험 감독도 “배구 선배로 안타깝다. 하지만 배구 실력이 점점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취업률이 저조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가장 많은 선수를 지명한 두 구단 사령탑 입에서도 이런 말이 나왔다.
아시아쿼터 도입 영향도 있다. 구단들 입장에서는 기본기부터 가르쳐야 하는 신인 선수를 어렵게 육성하기보다는 연봉도 낮으면서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는 아시아쿼터를 활용해 전력을 보강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도 “아시아쿼터 영향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의 저조한 취업률은 한국 배구가 처한 위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당장 V리그 코트는 여전히 베테랑 중심이다.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후배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저변 확대를 하는 게 정답”이라고 했다. 후인정 케이비손해보험 감독은 “구단과 연맹이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며 “배구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게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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