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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마음산책

정신 나간 정신수련원의 맹신, ‘교주’만 있다

등록 2010-01-20 11:27

탤런트 방송인 교사 의사 등도 ‘유혹의 덫’ 빠져

아기가 어머니에 매달리 듯 ‘유아기’ 못 벗어나

 

 

“여러분은 원장님이 누구신지 몰라요. 하늘의 어머니예요.”

 

지난 16일 <에스비에스>의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영한 ‘대해부-H정신수련원 사건의 진실’ 1부에서 한 신자가 성령으로부터 들었다고 증언하는 내용이다. 두 편 가운데 한 편이 방영된 이날 방송에선 수련원 회원 70여명이 교주인 원장에 대해 23차례에 걸쳐 살해를 기도하고, 집단 성관계 장면을 촬영해 비동조자들을 협박한 것 등에 대해 경찰에서 조사 중인 사건을 다뤘다.

 

그런데 살해 기도가 너무나 엉성한가 하면 집단 성관계 테이프가 경찰에 제출하기 위해 ‘재연’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그들이 실제 원장을 살해하려 한 게 아니라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이 단체와 교주를 세상에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을 개연성이 높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살해 기도·집단 성관계도 고발이 아니라 홍보용인 듯

 

아닌게아니라 프로그램에선 자신을 살해하려던 신자들을 ‘무조건 용서’ 해줄 만큼 ‘어머니처럼 자상한’ 교주의 모습이 비쳤다. ‘살해 기도’라는 끔찍한 범죄에 연루됐다는 피의자들이 경찰 조사 중임에도 그런 원장의 품에서 여전히 함께 수련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신자들은 원장이 ‘하늘의 어머니’이고, 자신들은 성령이 직접 임해 이를 알려주었다고 증언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자 인터넷 게시판엔 교주와 신자들을 비판하는 글이 쇄도했다. 그러나 정작 신자들은 ‘차분한 논조로’ 여전히 교주가 메시아임’을 밝혀준 ‘집단적 성령 임재’를 주장하고 있었다. 더구나 텔레비전에 등장한 신자들 중에는 탤런트, 방송인, 교사, 경찰, 공무원, 의사 등 사회 지도층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성령이 임재했다는 ‘7일간의 기적’과 ‘21일간의 기적’을 증언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주가 메시아나 재림주라고 주장하는 신흥종교의 대부분이 통일교 문선명 교주나 천부교 박태선 장로로부터 분파되어 나왔듯이 이 단체는 마음수련원에서 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말 가야산에서 시작된 마음수련원은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모두 버리고 결국 자기 자신까지(마음으로) 죽임으로써 일체가 빈 경지를 체험하는 수련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모든 것을 텅 비우고 나면 유일하게 남는 건 교주(신자들에게 스승님으로 불리는 이른바 우명씨)뿐’임을 증언한 자들을 ‘대각’(大覺·큰 깨달음)으로 인가해 결국 마음 속에 자신은 사라지고 교주가 주인이 되는 ‘교주의 절대화’를 모색하는 단체로 변해갔다. 이곳에서 분파된 이 정신수련원에선 ‘자신은 사라지고 수련원 원장만이 남는 경지를 체험’한다고 해 ‘최후에 남는 대상’만이 바뀌었다.

 

“힘든 현실 회피하지 말고 인정하며 타개해야”

 

무조건적 믿음이 아니라 이성적이고 성찰적 신앙을 위한 ‘무쇠솥 신앙론’을 펼치는 서울 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는 “자기 모습을 직면하지 못하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주체자로 살지 못한 의존적인 사람들이 쉽게 현혹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정신분석학회 회장과 대한정신의학회 회장을 지낸 이무석 전남대 의대 교수는 “사람들에겐 어떤 완벽한 대상, 신적인 존재가 있어서 어떤 위험에서도 보호해주고 이해해주기를 원하는 심리가 있는데, 아기에게 그런 대상이 부모이므로 아이들은 어떤 위험 앞에서도 어머니가 있으면 두려움 없이 안심하고 행복한 안정감을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고통스럽고 좌절감이 클수록 고통이 없는 그런 세계로 자신을 데려다 줄 대상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많이 배운 박사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들 가운데서도 정신은 그런 유아기에 머물러 계룡산에서 도를 닦아 초능력을 가졌다는 사람들과 같은 이들에게 현혹되곤 한다”면서 “건강한 사람은 아무런 고통이 없는 세계로 건너가려는 사람이 아니라 힘든 현실 속에서도 현실을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현실을 인정하며 그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려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 기적과 맹신

“성령 체험·치유 능력 등 너무 쉽게 일반화”

맹신증후군은  사기 증거도 안 믿는 인지적 장애

 

정신수련원을 비롯한 신흥종교나 수련단체들은  ‘성령 체험’과 ‘기적’, ‘치유’ 등을 앞세운다. 그런 현상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신격화에 가까운 숭배를 받는 대형교회 목사들의 설교를 낱낱이 해부해  ‘설교 비평’영역을 개척했던 정용섭(대구성서아카데미원장) 목사는 “기독교에서 ‘생명의 신비’로 들어가는 성령 체험 자체를 부인하지 않지만, 한국 사회에선 대형교회 목사들부터 치료행위 등에서 나타나는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너무 쉽게 일반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며 “꿈이 현실의 투영이고, 무의식의 반영이듯이 절대자에게 의존해 위로받고 싶은 마음의 투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예수는 죽은 나자로를 살린 뒤 예수 자신이 아닌 나자로의 믿음이 나자로를 살렸다고 했고, 석가는 ‘일체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니체와 프로이트가 최고의 심리서 가운데 하나로 꼽았던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에도 “기적으로부터 신앙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신앙으로부터 기적이 나오는 것”이라는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언급이 나온다. 의식교육프로그램인 <아바타>의 결론도 믿음과 신념이 현실을 창조한다는 대전제를 깔고 있다. 결국 기적도 ‘마음의 빛에 의한 그림자’로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며,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대 심리학에서도 같은 그림을 보고 느낀 점을 묻는 로르샤흐 검사 등을 통해 같은 대상을 두고도 보는 사람의 심리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사실이 좀 더 뚜렷해지고 있다.

 

하지만 맹신자들에게 이런 주장은 효과가 없다. ‘맹신증후군’은 기적과 초능력을 주장하는 구루와 교주들에 대한 믿음에 자신을 비이성적으로 맡기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가짜 초능력자였다가 훗날 많은 종교적 야바위꾼들을 폭로하며 이 말을 만들어낸 라마르 키네 박사는 “맹신증후군은 기적이 사기극으로 조작된 것이라는 증거가 압도적으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믿는 명백한 인지적 장애를 말한다”며 “증거와 논리적인 주장으로 그들의 잘못을 설득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한 바 있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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