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철 신부 선종 1주기 맞아 비화 공개
유학시절 빼곡한 용돈 기입장과 노트도
오는 16일로 선종 1주기를 맞는 김수환 추기경이 생전에 외국에 나가면 꼭 영화를 즐겨보던 영화광이었고, 젊은 날엔 줄담배를 피우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 서울대교구 사무처장 안병철 신부(58)는 5일 김수환 추기경 추모행사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김 추기경께서는 영화를 좋아했는데 국내에서는 너무 바빠 영화를 볼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로마 출장 때는 보고싶던 영화를 보곤했다”면서 “처음 교구장이 되실 때는 담배도 많이 피웠는데, 어느 날부터 담배를 끊었다”고 회고했다.
1981년 프랑스 파리 유학 도중 잠시 돌아와 김 추기경의 주례로 신부 서품을 받은 안 신부는 “도림동성당에서 두 사람이 함께 서품을 받기로 했는데, 서품식 직전에 한 명이 신부의 길을 포기해 혼자 서품을 받게 됐다. 그런데 당시 강론에서 김 추기경께서 ‘포기하는 것도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것’이라며 포기자를 위로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고 회고했다. 안 신부는 또 “김 추기경께서 유학가 있던 신부와 신학생들에게 매년 한두 차례씩 엽서를 보내고, 또 로마에 출장 갈 때면 서울대교구에 소속된 당시 250여명의 신부들에게 일일히 자필로 엽서를 보냈다”면서 “엽서엔 개인의 특성을 파악해서 각기 다른 내용을 적어 보낼만큼 세심한 분이었다”고 전했다. 김 추기경을 생전에 만났던 사람들은 한결 같이 자신이 김 추기경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고 느끼는 비결이 각 개별에 대한 특성을 파악하고 배려한 세심함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날 서울대교구가 공개한 유품에서도 김 추기경이 독일 유학시절 소비 내역과 액수가 빼곡히 기록된 용돈 기입장과 친필 노트 등이 포함돼 있어 고인의 세심한 성격이 드러나 있었다. 이 유품들은 오는 16일부터 5월 23일까지 절두산 순교성지의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에 전시된다.
서울대교구는 안구를 기증하고 떠난 김 추기경의 나눔의 정신을 본받기 위해 모금전문법인인 ‘바보의 나눔재단’을 출범하고, 김 추기경의 아호를 딴 옹기장학회를 공식 기념사업으로 지정해 북방선교에 나선 사제뿐 아니라 수도자와 연구자들에게까지 혜택을 주기로 했다.
김 추기경의 영향으로 그의 선종 이후 국내 가톨릭 신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신부는 “서울대교구의 경우 김 추기경 선종 이후 예비신자(세례를 받기 전) 수가 평년보다 30~40%나 증가했다”면서 “예비신자들 가운데 30~40%는 ‘김 추기경의 장례를 보고 성당에 올 결심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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