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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마음산책

불교-기독교, 스포츠 ‘종교성 세리머니’ 공방

등록 2010-03-10 16:04

기도 골뒷풀이 자제 요청…해설자 발언 제재도

“신앙과 표현 제한하는 전근대적인 발상” 발끈

 

 

종교편향 스포츠 해설 논란이 종교계의 ‘스포츠 세리머니’ 시비로 비화하고 있다.

 

보수 개신교를 대변하고 있는 한국교회언론회는 9일 ‘스포츠 선수까지 관리하려는 불교계’라는 논평을 내 스포츠 선수 세리머니에 대한 불교계의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난달 24일 아침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1만미터 경기를 해설하던 에스비에스의 제갈성렬 위원이 이승훈의 금메달이 결정되자  “주님의 뜻입니다” “주님께서 허락해주셔서 금메달을 땄습니다” 라는 ‘종교 발언’이다.

 

제갈성렬 방송 중 “주님이 허락해 금메달” 흥분이 발단

 

이에 대해 조계종과 종교평화위원회(종평위)는 “이 발언은 공정성을 추구해야할 방송과 방송인으로서 본분에 어긋난 발언으로서 반드시 당사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조치 및 해당 방송사의 시청자 사과 조치가 이루어져야할 사안’이라며 에스비에스와 방송통신심의원회에 공문을 보냈다.

 

나아가 종평위는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에 ‘국가대표 축구선수의 종교행위 개선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내, “선수 개인의 종교 생활도 존중돼야 하지만 시청하는 사람의 종교도 존중돼야 한다”며 “사전교육을 통해 기도 세리머니 등 종교적 행위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종평위는 이 요청에 대한 답신을 19일까지 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자 한국교회언론회가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교회언론회는 논평에서 “‘기도 세리머니’를 없도록 하라고 대한축구협회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명백히 개인의 신앙과 표현을 제한하는 전근대적인 발상임에 틀림 없다”면서 “개인의 신앙표현과 용기까지 통제하려는 것이 어찌 가당한 일인가? 또 이는 불교에 무슨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는 종교가 가져야 할 도리와 역할에서 한참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교회언론회는 이어 “축구 선수는 불교에서 ‘종교 편향’의 타깃으로 삼고 있는 공직자도 아닐뿐더러, 선수들이 승리감에 세리머니를 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달린 사항이어서 누구도 그것에 대해 제한을 둘 수 없는 것이 명백하고,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모 선수의 성호를 표시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으나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또 “조계종의 이런 태도는 일시적으로 불교가 원하는 작은 것들을 얻어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국민들로부터 더 많고 큰 것을 잃게 될 것”이라며 “불교계는 국가와 국민 모두를 ‘종교 편향’의 잣대로 통제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무애자재하기를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개인적 자유가 타인의 자유 헤치면 안돼…정도가 문제

 

한국교회언론회의 주장대로 종교적 신념과 신앙의 자유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스포츠 선수는 물론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도 이런 자유는 보장 받아야 한다. 타종교인들이 서운해할지라도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자신의 신앙에 따라 기도하고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얻어야 한다. 다만 개인적 신앙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를 헤치거나 침해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신앙에서 자신의 신념을 따르지 않는 자는 마귀이고, 지옥에 간다고 배웠다할지라도 타종교인을 향해 ‘마귀라거나 지옥에 간다’는 발언을 했다면, 이는 분명한 명예훼손이며, 모욕죄와 협박죄로 볼 수 있다. 특히 공직자로서 업무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종교적 편향 행위를 했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스포츠 세리머니도 신앙의 자유에 해당되니, 누가 뭐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도의 문제다. 기독교 국가로 볼 수 있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월드컵이나 올림픽 못지 않게 국민들을 열광시키는 축구와 야구, 농구 등 스포츠 속에서 살아감에도 그들 나라의 선수들보다 한국 개신교인들의 세레머니는 유독 두드러진다. 대형교회의 아무개 목사는 유명선수를 전도시켜 스포츠 세리머니를 하도록 해 하느님의 은총의 위대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준다고 자랑한다는 애기도 전해진다. 종교를 떠나서 전국민이 응원하는 경기인만큼 표나지 않게 개인적인 신앙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의도성을 가진 과도한 표현이 타종교인들의 거부감을 사고 있다.  ‘스포츠 세리머니’에 대해서도 성숙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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