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노조 “헌금 빼돌려 빌딩 지어” 고발
교회개혁연대, 조 목사 사퇴 공개적으로 촉구
조용기(75)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가족들의 교회 사유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교회 쪽이 설립한 신문인 국민일보 노조가 13일 조 목사의 부인 김성혜(69·한세대 총장) 씨를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 배임죄 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교회 사유화 논란’ 파장 확산 예고
이로써 조 목사 가족들의 비리 의혹 문제가 교회를 벗어나 사회법의 판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노조와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는 김씨가 교회 돈을 빼돌렸다는 각종 의혹 관련 자료들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 불거진 조 목사 가족의 ‘교회 사유화 논란’의 파장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노조는 “김씨가 국민일보와 한세대 돈으로 자신의 땅에 지하 2층, 지상 7층 빌딩을 지어 운영·임대하는 과정에서 국민일보와 한세대에 최소한 17억 원의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 노·사공동비상대책위는 최근 특보를 통해 ‘교회 헌금이 1998년 2월 당시 김씨의 아들 조희준씨가 사장으로 있던 국민일보와 한세대 창구를 거쳐 김씨 개인 소유의 한세빌딩 공사비용과 매입비용을 충당하는데 사용됐다”고 폭로한 바 있다.
김성혜 씨의 측근인 한세대 이인제 법인국장은 이와 관련해 “김성혜 총장이 입장을 표명할 상황이 아니다”며 “나중에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노조는 지난해부터 김씨의 신문 경영권 장악 시도를 비판하면서 김씨의 각종 비리 의혹을 폭로해왔다. 조상운 노조위원장은 “앞으로 다른 비리 의혹들도 순차적으로 고발해 나갈 것”이라며 “특정 비리에 대해선 별도로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돈줄 쥔 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 사퇴 촉구
한편 교회개혁실천연대는 12일 서울 종로5가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 목사가 3년 전 ‘교회와 재단에 친인척 중용을 배제하고 자신도 3년 안에 (재)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한 약속을 사퇴시한인 오는 5월14일까지 지킬 것을 촉구했다.
이날 회견은 최근 김성혜 씨가 여의도순복음교회 명예목사로 진입하는 등 조 목사 가족들이 교회와 재단 주요직책에 대거 진출하면서 애초 약속과 거꾸로 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개혁연대는 회견에서 “교회 및 관련 기관의 재산은 절대로 조 목사 가족의 소유가 아니다”며 “친인척들의 교회재산 침탈로 조 목사와 교회가 겪었던 숱한 고통을 기억해, 약속대로 친인척들이 교회 및 관련 기관 요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남오성 사무국장은 “최근 (김성혜씨가) 조용기 목사의 사망 전에 재산을 정리해두어야 한다고 한 의중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조 목사 가족들이 교회와 재단을 사유화하기 위해 나선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특히 개혁연대가 주목하는 것은 조 목사가 대표이사로 있는 (재)순복음선교회다. 조 목사가 3년 전 교회 담임직을 사퇴하고 이영훈 목사에게 승계해주었지만, 당시 교회와 재단의 모든 재산권을 (재)순복음선교회에 귀속시킨 뒤 대표이사직을 맡아 사실상 교회의 모든 것을 조 목사가 여전히 직접 관장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혁연대쪽은 “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20개 제자교회, 관련단체들의 재산을 관할하고, 제자교회들 헌금 중 20%를 받도록 돼 있다”면서 “조 목사가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한 자율적 목회 운영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고, 요직을 차지한 친인척들의 교회 재산 침탈과 이에 따른 각종 의혹들도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인이 실권 장악해 지휘권 행사”
개혁연대에선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실권을 사실상 김씨가 장악해 지휘권을 행사한다고 보고 있다. 김씨가 남편 조 목사를 움직여 이영훈 담임목사를 계통상 지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 사무국장은 “이 목사에게 최근 교회 분란의 책임을 뒤집어 씌워 퇴진시키고, 김씨나 그의 동생 김성광 목사가 교회를 장악해 사유화하는 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김한수 홍보실장은 최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 목사는 매일 새벽마다 (조용기) 원로 목사를 뵙고 보고를 드린다”면서 “둘 사이는 아무런 틈새가 없이 결속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개혁연대 회견장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뱃지를 단 교인들도 상당수 방청객으로 나와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다. 기독교하나님의성회 통합 쪽 박승학 전 헌법위원장은 “(김성혜 씨의) 공로를 존중하기 위한 명예목사 제도는 문제되지 않으며, 조희준씨는 (아버지 조용기 목사가) 대형교회 목사여서 상처를 입은 피해자”라고 김성혜·조희준 씨 모자를 옹호했다. 또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김윤배 장로는 “원로 목사 가족 문제를 교인들도 다 알지만 50년간 교회를 키워온 원로목사에 대한 예우가 있고, 우리도 자정능력이 있으므로 참고 기다려달라”고 요구했다. 역시 여의도순복음교회 소속이라는 오태정 목사도 “능력이 있으면 되지 인맥이 왜 문제가 되느냐”면서 “조 목사가 개혁연대와 한 약속보다 성도들이 조 목사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방인성 개혁연대 전 집행위원장은 “3년 전 면담 당시 조 목사가 ‘아무리 교인들이 원하더라도 물러날 때가 되면 물러나는 게 맞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 조용기목사가 교회개혁실천연대에 무슨 약속했기에
교회개혁실천연대는 기자회견에서 3년 전 조용기 목사가 사퇴를 약속한 과정과 관련 내용이 담긴 서면을 공개했다.
개혁연대 전 집행위원장인 방인성 목사는 “애초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재정(비리) 문제에 대한 내부 고발을 접수하고 교회쪽에 시정을 촉구했으나 미동도 하지않아 2006년 1월10일 비리를 법적으로 고발고소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었다”면서 “회견 당일 새벽 조 목사가 전화로 직접 만나자는 연락이 와 회견을 취소하고 1차 면담을 했었다”고 밝혔다. 방 목사는 “뒤이어 2007년 5월4일 2차 면담을 한 조 목사가 교회와 재단에 친인척 중용 배제, 지성전 독립 등과 함께 (재)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은 3년 안에 사직할 것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방 목사는 “당시 면담에서 조 목사가 ‘마음을 비웠다. 욕심을 부리지않는다. 사심이 없다. 내일이라도 다 내려놓고 북한선교에만 힘쓰고 싶다. 하지만 순복음선교회는 규모가 대단해 행정절차를 밟아야지 당장 그만둘 수 없으므로 3년만 유예해달라’고 했다”면서 “교회 명의로 교회개혁실천연대에 이를 약속하는 문건을 보내왔다”고 이를 공개했다. 조 목사가 사임을 약속한 ‘3년 되는 날’은 오는 5월 14일이다.
조현 기자
◇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조용기 원로목사님께 드리는 공개서신
“목사님, 이제 한 달 남았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및 관련기관 친인척 중용 배제와 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 사임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는 지난 2월 24일 보내드린 “조용기 원로목사님과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드리는 질의서”에 대해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하였기에 유감과 우려를 표합니다. 개혁연대는 조 목사님과 귀 가족들의 명예, 나아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한국교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2007년 5월 16일 보내주신 공문(문서번호: 순가홍 제2007-08호, 제목: 개혁연대 ‘조용기목사’면담내용의건)을 통해 약속하신 바를 반드시 이행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1. 여의도순복음교회 및 관련기관의 요직에 친인척을 배제하십시오.
조 목사님께서는 보내주신 공문을 통해 “최근 외부로부터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교회와 재단법인 내부의 친인척 인사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였으므로, 차제에도 여의도순복음교회와 독립될 지성전, 그리고 (재)순복음선교회에 친인척 중용을 배제한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이는 “교회가 더욱 건강히 세워져 가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고, 저희도 이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최근 이 약속을 어기고 계시기에 유감입니다. 이미 보내드린 질의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말씀 드렸듯이, 최근 아내 김성혜, 장남 조희준, 차남 조민제씨를 각재단 이사 및 요직에 재기용하심으로써 약속을 깨셨습니다. 특별히 최근 교회 내 발언권을 강화하고 있는 김성혜씨를 교회 내규와 교단 헌법상 아무런 근거도 없는 자리인 명예목사로 세우신 결정은 대단히 잘못된 판단입니다. 이러한 인사는 건전한 교회 운영을 방해하고, 친인척들의 교회 재산 침탈을 야기하기에 심히 위험합니다.
교회 및 관련 기관의 재산은 절대로 조 목사님 가족의 소유가 아닙니다. 친인척들의 교회 재산 침탈로 인해 조 목사님과 귀 교회가 겪었던 숱한 고통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가족을 위한 과도한 배려는 결국 조 목사님의 명예를 더럽히고, 교회의 건강한 발전을 거스르고,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우는 죄악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약속대로 친인척들이 교회 및 관련 기관 요직에서 물러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2. 2011년 5월 14일 이내에 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을 사임하십시오.
조 목사님께서는 보내주신 공문을 통해 “2008년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장직을 은퇴한 이후, 순복음선교회에서 파송된 선교 사업 등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 위하여 부득이 (재)순복음선교회의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되, 그 시한을 최장 3년으로 둘 것”이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이는 “후임 이영훈 목사의 안정적 목회”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하셨고, 저희 또한 동의합니다. 원로목사로 추대되신 날이 2008년 5월 14일이므로, 은퇴 후 3년 시점은 2011년 5월 14일입니다. 이 날이 바로 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기로 약속하신 시한입니다. 오늘로부터 약 한 달 남았습니다.
개혁연대가 순복음선교회를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조 목사님께서는 은퇴 후 후임에게 목회를 맡기고 간섭하지 않겠다고 여러 자리에서 수 차례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을 지키고 계시는 한, 자율적인 목회는 사실상 가능하지 않습니다. 잘 아시는 바, 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20개 제자교회들, 그리고 관련 단체들의 재산과 운영의 중심입니다. 순복음선교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와 20개 제자교회들의 재산을 관할합니다. 또한 각 제자교회들의 헌금 중 20%는 순복음선교회로 귀속됩니다. 순복음선교회 산하 여의도순복음교회 및 각 제자교회들에 소속된 성도들의 헌금과 봉사는 관련 기관인 국민일보, 한세대학교, 사랑과행복나눔, 엘림복지회, 굿피플인터내셔널 등의 운영에 중심 역할을 합니다. 결국 교회 및 관련 기관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힘은 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에게, 조 목사님께서 자리를 떠나지 않는 한 자율적인 목회 운영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고, 또한 관련 기관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친인척들의 교회 재산 침탈과 이로 인한 각종 의혹들도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개혁연대는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건강한 발전과, 조 목사님의 명예로운 퇴진을 진심으로 원합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4년 전 하신 약속을 지키셔야만 합니다. 친인척들을 사퇴시키시고, 조 목사님 본인도 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을 사임하십시오. 만일 2011년 5월 14일 토요일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으신다면, 저희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위해 불의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조 목사님, 이제 한 달 남았습니다. 목사님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합니다.
2011년 4월 12일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박종운, 백종국, 오세택, 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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