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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뉴스

종교계 이판사판 선거판 개혁

등록 2012-09-19 17:46

그림 김영훈 화백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목사와 승려를 걱정하는 말세적 현상이 좀 잦아들려나. 

 ‘중 벼슬은 닭벼슬만도 못하다’거나 ‘교회에서 직책은 순교자의 순서를 정하는 것’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교단의 주요 직책에 앉겠다고 사회에선 이미 사라진 파렴치한 선거 행태가 자행되는 대표적인 곳이 종교계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선거를 둘러싼 금권선거 파문, 4년간 교단 대표자(감독회장)도 정하지 못한 채 고소 고발이 계속된 감리교 사태 등 직책을 둘러싼 이전투구는 한두 건이 아니다. 백양사의 도박 폭로와 갈등도 주지직과 방장직을 둘러싼 다툼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이번에 권력과 돈을 둘러싼 종교인들의 싸움을 스스로 해결해 보겠다고 종교계가 나섰다. 개신교와 조계종이 우연히도 동시에 선거법 개정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선 것이다. 조계종은 지난 18일 산중총회법을 입법부인 중앙종회가 통과시킴으로써 개혁을 단행했다. 개신교에선 기독교윤리운동이 교단선거법 개정안을 마련해 각 교단에 전달하고 각 교단이 총회에서 이를 채택하도록 입법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조계종=산중총회법 개정안의 핵심은 ‘본사 주지’(교구장)들을 선거가 아닌 합의로 추대한다는 것이다. 조계종 교구본사는 해인사·통도사·송광사·백양사·수덕사 등 25개다. 2500여년 전부터 대중 공의 정신에 따라 대소사를 결정했던 승가의 전통으로 회귀한 것이다.

  1994년 조계종단 개혁으로 총무원장이 모두 임명하는 전횡을 막기 위해 도입된 민주적인 선거제도가 다시 ‘개혁’된 셈이다. 그간 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금권과 갈등의 폐해가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산중총회에선 본사 주지 후보자가 한 명만 등록했을 때는 정족수에 상관없이 그를 후보자로 결정한다. 또 2인 이상이 주지후보로 등록했을 경우엔 총회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한 스님(주로 존경받는 어른 스님)에게 본사 주지 선출을 위임하거나 출석자의 과반수 동의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선출을 위임한다. 될수록 투표 없이 산중에서 권위를 가진 ‘어른’에게 위임해 본사 주지를 선임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또 하나의 핵심적인 내용은 본사 주지 선출 과정에서 비불교적 행위가 발견될 경우 강력한 징계 규정을 신설한 점이다. 지금까지는 어떤 행위에 대해 어떻게 처벌한다는 내용이 없어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개정안은 본사 주지가 확정되는 산중총회를 앞두고 다른 후보자에 대해 인신공격이나 비방을 하거나, 집회를 열거나, 금품 및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말사 주지직을 제공하기로 약속하는 행위가 적발되면 각 교구 선거관리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총무원 호법부에 징계심판을 청구한다.

이에 따라 부당행위로 징계가 확정된 자는 징계 종료 이후 10년 동안 산중총회 구성원이나 후보자가 될 수 없다. 또 금품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받은 자에겐 해당 금액의 10배를 벌금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이 벌금액을 납부할 때까지는 산중총회 구성원 및 후보자 자격을 제한하고 어떤 종무직에도 취임할 수 없다는 규정도 덧붙여졌다.

 이 법안은 비구니(여승)들의 참종권도 확대했다. 이에 따라 산중총회 구성원 가운데 10% 남짓이었던 비구니가 20%로 확대될 예정이다.

 ‘종헌개정 및 종법제개정특별위원회’위원장으로 법안 개정을 이끈 법안 스님은 “‘종단쇄신위’ 권유에 따라 총무원장과 종회의장, 호계원장이 과거 관행과 달리 엄중히 시행할 것을 선언할 예정”이라면서 과거의 관행이 되풀이될 수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개신교=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법률가와 교단 총대의원들로 구성된 ‘교단선거법 개정위원회’에서 마련한 개정안은 지금까지 금권선거로 몸살을 앓은 이유가 선거운동 범위와 징계규정이 모호한 데 있다고 보고 이를 명확히 했다. 

 개정안에선 선거운동과 관련해 △기부 및 매수 △후보자 매수 △선거의 자유 방해 △허위 사실 공표 △답례 △광고 △교회 개별 방문 △집단적인 의사 표명 △강연 등의 행위를 금지했다.

 또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면 교단 선관위는 즉각 의무적으로 재판국에 회부하고, 재판국은 60일 이내 판결하도록 해 암묵적으로 부정선거를 용인하거나 판결을 지연하지 못하게 했다.

 특히 부정선거를 저지른 사람은 5년 동안 총회 선거에 출마하거나 총회대의원 및 노회(연회·지방회) 대의원이 될 수 없으며, 금품 수수자에겐 최대 20배의 벌금을 불리고 신고자에겐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기윤실 교단선거법 개정위’ 부위원장인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 교수는 “각 교단들도 선거법 개정 의지가 있는 만큼 이번 안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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