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학위 논문 표절로 6개월의 자숙 기간을 가졌던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담임 오정현(57) 목사가 지난 22일 설교를 재개했으나 다시 재정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사랑의교회 신자 3000여명은 최근 <한겨레> 등에 낸 광고를 통해 검찰에 고발된 오 목사의 재정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사임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오 목사와 교회 건축위원장 김아무개(전 ㄱ은행 총재) 장로가 교회 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지난 7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당했다.
고발인 김아무개 집사를 비롯한 ‘사랑의교회 갱신과 회복을 위해 기도하는 성도들’이 주로 참여하는 인터넷 누리집 사랑넷은 오 목사와 교회 당회(최고의결기구)에 보내는 ‘95개조 질문’을 통해 오 목사를 둘러싼 의혹들을 제기하고 있다. ‘95개조’는 16세기 독일의 마르틴 루터가 부패와 타락으로 얼룩진 로마 교황청을 향해 던진 반박문을 본뜬 것이다.
이들은 95개조 등을 통해 서초동 대법원 앞에 짓고 있는 부지 6782㎡를 2009년 대림산업으로부터 매입하면서 당시 시가 61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1178억원에 매입했다며 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이 토지는 주차, 고도, 건폐율, 용적률 제한 등으로 대림산업 쪽이 매도하려고 해도 팔리지 않아 2009년 2월 한국토지공사에 588억원에 매각하기로 한 땅인데, 오 목사가 2009년 5월 당회를 소집해 이 토지 매입을 결의해 서둘러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교회 신축에 땅값 1100억여원과 공사비 1000억여원 등 총 21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됐으나 오 목사 등이 공식적인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건축 계획을 바꾸고 건축비를 32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해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지난 2008년 고 이아무개 장로가 헌금한 6억5000만원을 (오 목사가) 자신이 이사로 있는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 계좌에 예치했다가 2009년 5월 5억원은 평양과학기술대학에 기부하고, 나머지 돈 1억5000만원은 사랑의교회가 평양에 운영할 평양문화원의 건립매입 대금으로 북한당국자에게 교부했다며 (오 목사가) 의향서와 확인서를 제시하는데 이게 사실이냐”고 따졌다.
또 “2006~2011년 사랑의교회가 실질적으로 소유 운영하는 ‘북카페 사랑플러스 서점’의 이익금 중 3분의 1을 공금관리 계좌로 입금시키지 않고 (오 목사가) 측근이 관리하는 별도 계좌로 빼내 횡령했고, 교회 특별새벽부흥집회의 찬양집회 실황을 담은 ‘내 영혼의 풀콘서트’란 이름의 라이브 앨범 시디와 디브이디 판매 수익금도 별도 계좌에 빼내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 목사 쪽은 지난 8월25일 전체 교인들에게 배포한 ‘교회 현안에 대한 설명’ 유인물에서 사랑의교회 담임이었던 고 옥한흠(1938~2010) 목사가 생전에 ‘사랑플러스 서점’의 대표였던 김건우 목사에게 수익이 발생하면 3분의 1씩 훈련원, 옥한흠장학회, 담임목사의 목회지원비로 후원하도록 부탁한 것을 시행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다음날 옥 목사의 장남 옥성호 집사가 사랑넷에 글을 올려 “미국에서 목회중인 김건우 목사가 ‘옥 목사께서 자신에게 그런 부탁을 하신 적이 없고 자신이 재정관리에 관여한 적도 없다’는 메일을 보내왔다”고 폭로하면서, “오 목사가 개인적인 비자금으로 착복한 것을 옥 원로목사의 핑계를 대지 마라”고 반박한 바 있다.
오 목사의 대변인 격인 교회관계자는 교회 신축부지 매입 의혹에 대해 “대림산업이 토지공사로부터 토지대금으로 받았다는 588억원은 2008년 건설 경기가 꺾여 유동성 위기가 오자 1년 이후 되사는 환매조건부 담보대출이었다”며 토지 구입이 시가에 따른 거래였음을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또 평양에 간 돈을 두고선 “승인서, 입금증 통장 사본 영수증 등이 있다”며 “제기된 의혹들은 대부분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해명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의혹 제기 신도들은 “사랑의교회엔 대선 공동선대위원장 김성주 회장,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 현 정권 실세들이 많아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랑의교회 홍보를 맡았던 박성호 커뮤니케이션실장도 지난 4월 청와대 기독교담당 행정관으로 임명됐다.
한편 오 목사의 사임을 주장하는 사랑의교회 신자들은 지난 29일까지 34주째 매주 금요일 밤 ‘사랑의교회 회복을 위한 금요마당기도회’를 열고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