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주교회의 환경사목위원회 제공
코로나19 팬데믹을 가져온 지구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변화 없이는 비슷한 위기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고는 경제논리 앞에서 너무도 쉽게 간과되고 만다. 종교계 엔지오를 중심으로 팬데믹을 인식 전환의 계기로 삼자는 움직임이 늘면서 환경 관련 세미나와 교육이 전례 없이 활발하다.
개신교는 5개 신학대·대학원을 비롯해 13개 단체 공동으로 ‘기후위기 기독교신학포럼’을 결성해 오는 29일 오후 3시 연세대 원두우신학관 2층 채플실에서 1차 월례포럼을 연다. 이 포럼에서는 신학·목회·환경운동 분야의 기후위기 대응 현황을 공유한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책임연구원 장동현 목사는 “코로나19 사태는 기후위기가 어떻게 다가올 것인지를 보여주는 샘플과도 같기에 개신교 내에 ‘기독교기후위기비상행동’이 결성되고 환경·생태 관련 세미나와 교육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3~5월 생태정의 아카데미 15회 온라인 강좌를 개설했고, 지난 11일에는 ‘후쿠시마 핵사고 10주기 예배’를 열고 관련 자료집을 배포했다.
기독교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백주년기념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제공
가톨릭은 지난해 10월 주교단 공동으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라는 특별사목교서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한국 천주교의 근본적인 변화의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이어 주교단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환경회칙 ‘찬미받으소서’ 발표 6주년을 맞는 6월18일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각 교구와 교회 차원의 실천 방향을 공표할 예정이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총무이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장인 백종연 신부는 “생태계 파괴는 각종 전염병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우리의 심리·정신까지 위협한다. 곧 정신건강까지 포괄하는 에코포럼을 열 예정”이라며 “교구와 성당의 일상적인 강의에서도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기후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12월24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불교환경연대 제공
불교계에서도 생태철학과 생명윤리를 공부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회원 900여명의 불교학회는 18일부터 6월10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7~9시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를 주제로 목요강회를 대면과 비대면으로 동시에 펼치기로 했다.
욕망과 성장 위주의 경제관을 넘어서 ‘생태와 공존하는 경제’를 논의하는 세미나도 마련한다. 동국대 불교대학 세계불교학연구소는 오는 20일 오후 1~7시 동국대 다향관 세미나실에서 ‘불교학과 경제학의 만남과 대화’를 주제로 불교경제학의 방법을 고찰한다. 불교학회 이사장 겸 회장인 고영섭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는 “생태위기의 심각성을 공부하면서 실천적 해결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 목요강회를 시작했다”며 “인간의 과도한 욕망과 쾌락에 맞춰 움직이는 경제를 지속가능한 경제로 전환하고, 삶의 방식을 바꾸기 위한 논의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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