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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나눠준 ‘신영복체’ 뜻 이어 ‘미얀마돕기’ 전시해요”

등록 2021-08-17 20:16수정 2021-08-18 14:22

[짬] 더불어숲 이사장 김창남 교수

더불어숲 김창남 이사장이 17일  재단 사무실에서 고 신영복 선생에게 배운 ‘신영복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현 기자
더불어숲 김창남 이사장이 17일 재단 사무실에서 고 신영복 선생에게 배운 ‘신영복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현 기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신영복(1941~2016)은 글씨를 남겼다. ‘더불어 숲’ ‘여럿이 함께’는 물론 소주 이름 ‘처음처럼’까지, 그가 맛깔나게 쓴 글씨는 이미 신영복체로 자리매김했다. 그 신영복체가 오는 22~29일 서울 인사동 나무갤러리에서 선보인다. <미얀마 민중과 함께 여는 새날전>에서다.

미얀마 민주화운동 후원 기금 마련을 위해 이번 전시회를 마련한 더불어숲 이사장인 김창남(61)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17일 서울 성북동 더불어숲 사무실에서 만났다.

독자모임에서 생긴 ‘더불어숲 서여회’
신영복 생전 10여년 동안 나눔전시회
2016년 사후에도 매주 모여 글쓰기
“떠나신 뒤에야 ‘글씨 사역’ 힘겨움 실감”

‘미얀마 민중과 함께 여는 새날전’
21~29일 수익금 전액 ‘임시정부’ 지원

김창남 이사장이 17일 성공회대교수회와 더불어숲 서여회가 함께 마련한 ‘미얀마 민중과 함께 여는 새날 전’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조현 기자
김창남 이사장이 17일 성공회대교수회와 더불어숲 서여회가 함께 마련한 ‘미얀마 민중과 함께 여는 새날 전’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조현 기자
이번 전시회는 성공회대교수회와 더불어숲서여회 공동 주최다. 1988년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 사색>에 감동을 받은 독자모임으로 출발한 ‘더불어숲’의 회원 10여명은 ‘더불어숲서여회’를 꾸려 생전 신영복 선생으로부터 글씨를 배웠다. 이들은 ‘스승’ 사후에도 매주 토요일마다 모여 서예를 익히며 해마다 자체 전시회를 해왔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김 교수를 비롯해 더불어숲서여회 구자춘 회장과 최훈 교육부장, 김성장 세종글씨연구소 소장, 가수인 이지상 성공회대 외래교수 등 10명이 쓴 신영복체를 선보인다.

“(신영복)선생님은 어려서 한학자인 조부로부터 서예를 배운데다가 서울대 재학 때 ‘대학신문’에 4컷 만화를 연재할 정도로 예술적인 감각이 탁월했고, 대전교도소 수감 중 정향 조병호 선생으로부터 서예를 배운 뒤 세월 따라 독자적인 글씨체를 만들어갔어요. 선생님의 글씨는 한 획, 한 글자 등 일부분이 부족하더라도 다른 획, 다른 글자로 보완해 전체적으로 조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중요시하지요. 그만큼 사회와 세상을 보는 눈이 담겨있는 셈입니다.”

김 교수는 이번 전시회도 신영복의 글씨와 삶에 담긴 공동체적 연대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시회 판매수익금 전액은 미얀마 임시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의 나눔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선생님이 정년퇴임(2006년) 하기 전에 성공회대 교수들 열댓명이 선생님을 모시고 수요일마다 학교에서 서예를 배워 2007년 첫 전시회를 했어요.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쓸 집을 짓겠다고 나섰을 때 이를 돕기 위해 전시해 3천여만원을 기부했는데, 실은 2700만원은 선생님 작품을 판 돈이었고, 나머지 작품들도 선생님이 우리 손을 잡고 써주다시피한 것들이었어요.”

경제 형편 탓에 휴학하는 학생들이 늘던 2011년에도 미등록 학생을 위한 전시회를 열었다. 이 전시회를 통해 마련한 장학금 1억3천만원 가운데 1억2천만원은 신영복 선생의 작품값이었다. 하지만 선생은 그렇게라도 ‘여럿이 함께’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뒀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그렇기에 전시회엔 성공회대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들과 경비 아저씨, 동문이기도 한 방송인 김제동도 출품작을 내며 동참했다.

“선생님한테 글씨 부탁을 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았고, 저도 선생님한테 글씨 사역을 많이 시켰는데, 그때마다 거절하지 않고 다 써줬어요. 당시엔 선생님은 붓만 들면 그냥 써지는 줄 알았어요. 나중에 직접 써보니 그게 얼마나 많은 정신력의 집중과 노동력이 필요한 것인지 알겠더라고요. 선생님이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게 선생님을 일찍 돌아가시게 한 요인 중 하나는 아닐까, 뒤늦게 글씨를 써보면서야 알겠더라고요.”

1996년부터 성공회대에 재직한 김 교수는 초대 인문학습원장이던 신영복의 인문학 프로그램을 마지막까지 곁에서 도왔고, 2004년부터 박경태·김진업 교수와 함께 ‘더숲트리오’ 밴드를 꾸려 신영복의 전국 순회 강연 때마다 노래로 분위기를 돋우며 바늘과 실처럼 함께했다. 김 교수는 “선생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그 무엇보다 행복했다”고 회고했다.

“선생님은 아주 재미있는 분이었어요. 책으로만 접한 분들은 고고한 선비로만 생각하는데, 모임에서 짜장면을 나눠 먹고 제자들이 밖에 나가 잠시 담배 피우고 들어오면 선생님이 설거지를 하고 다 치우고 계셨어요. 뒷전에서 ‘에헴’ 하고 앉아만 있는 어른이 아니라 소탈하고, 격의 없고, 다변이었어요. 선생님이 계시면 그 자리는 아주 즐거웠고, 선생님이 안 계시면 너무 허전했어요. 어느 자리에서든 가장 재밌는 유머를 하시는 분은 거의 선생님이었어요.”

김 교수는 “선생님은 최고의 스승이자 친구였다”고 회고했다. ‘친구가 되지 못한 스승은 좋은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되지 못한 친구는 좋은 친구가 아니다’라는 선생님의 말 그대로 ‘선생님이 바로 그런 분이었다’는 것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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