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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목사, 전광훈에 자기 욕망 투사…타락 주범은 결국 돈”

등록 2022-11-10 18:53수정 2022-11-10 20:41

[짬]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남오성 목사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남오성 목사. 조현 종교전문기자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남오성 목사. 조현 종교전문기자

이태원 참사 뒤 상처를 헤집는 발언이 종교인들의 입에서 잇따라 나와 우려를 사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북한 공작”이라고 주장했고, 개신교 예수교장로회통합 부총회장인 김의식 목사는 교회 설교에서 “귀신 축제인 핼러윈데이 대신 할렐루야데이를 만들려고 했는데, 귀신이 먼저 손을 썼다”고 말했다.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인 교회개혁운동가인 남오성(52) 목사는 이런 부적절한 발언이 ‘잘못된 신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봤다.

최근 종교개혁이 아닌 신앙개혁을 기치로 든 <예수 믿음 구원 천국>(뉴스앤조이)을 펴낸 남 목사를 8일 그가 담임을 맡고 있는 경기 일산 주날개그늘교회에서 만났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자기를 부인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다. 자기를 부인하는 것은 교만과는 정반대다. 자기가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한 전광훈씨의 오만한 모습은 기독교 신앙과는 정반대다.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울어주는 것이다.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는 공감하며 울어주는 게 참된 신앙인의 자세다.”

특히 남 목사는 ‘하나님 까불면 죽어’라고 하거나 자신의 아들을 독생자로 칭하는 등 목사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발언을 일삼는 전 목사를 한국 교회의 타락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전 지지자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업고 히틀러가 등장했듯 어느 시대나 시대정신이 있고 이를 상징하는 인물이 있는데, 지금 한국 교회에서는 그 대표적인 인물이 전 목사라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설사 탐욕과 교만이 있어도 부끄러움 때문에 입 밖에 내지 못한다. 적지 않은 중대형 교회 목사들이 은밀히 전광훈씨를 부추기는 것은 사실 자기들한테도 있으나 차마 말하지 못한 것을 대신해주는 그에게 욕망을 투사해서다. 교회가 위치한 서울 장위동 재개발조합에서 500억원대의 보상금을 타내는 것을 보라. 광화문 광장에 나와 온갖 말을 쏟아내지만 결국은 돈이다. 결국은 탐욕 때문이다. 신앙이란 탐욕을 비우는 쪽으로 작동하는 것인데, 양심을 무감각하게 만들어 탐욕을 합리화시키는 쪽으로 작동하는 것은 신앙이 아니다.”

개신교의 부끄러움은 전씨만이 아니다. 초대형 교회인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 담임직이 김삼환 목사에게서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로 세습된 것도 현대 한국 개신교의 상징적 사건으로 꼽힐 만하다. 이를 보는 그의 시선은 더욱 착잡하다. 남 목사의 부친도 탄탄한 중형 교회를 아들인 그에게 세습해주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는 세습을 거부하고 세습을 비판하는 교회 개혁가가 되었다. 당시 그는 부친 목사로부터 의절 당하는 이중고를 감내해야 했다.

부친 ‘탄탄한 중형교회’ 세습 고사하고

‘세습 비판’ 대표적인 교회개혁가로

최근 ‘예수 믿음 구원 천국’ 펴내

“한국 기독교인들 뭘 믿는지 잘 몰라

하나님을 선물 주는 산타로만 착각

사랑 정의 평화 생명의 삶 실천을”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남오성 목사. 조현 종교전문기자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남오성 목사. 조현 종교전문기자

“김하나 목사는 아버지와 사이가 너무 좋은 효자고, 저는 아버지를 배신한 불효자였다.”

그러나 그는 모태 신앙인으로서 기도할 때마다 ‘아버지’(하나님)라고 부르는 분에게 불효자가 될 수 없었다. 남 목사는 자기를 사랑해주는 아버지 교회에서 어려서부터 늘 함께했던 교인들을 핑계 대며 세습할 뻔도 했지만 “형네 교회에 좋은 게 하나님께도 좋은 건 아니잖아요”라고 한 후배의 한마디에 무릎을 꿇었다.

연세대와 성결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미국 듀크대와 보스턴대에서 교회사를 공부한 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교회사 교수를 했던 남 목사는 “예수님은 요즘으로 보면 ‘세포리스’란 신도시를 건립하는 대규모 공사 현장의 가난한 건축 막노동자였다”며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탐욕에 따른 부를 이루고 경제적 번영을 누린다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자와 함께하며, 가난한 자를 위해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남 목사는 ‘요한복음’ 3장16절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에서 ‘세상’에 주목한다.

“크리스천들이 예수님이 자신을 위해 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예수님이 온 것은 개인이 아니라 ‘세상’을 사랑해서다.”

따라서 기도해서 나만 잘 먹고 잘살자는 것은 기독교 신앙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예수 믿어 현세에서 축복받고 죽어서도 천국 가서 영생을 누리자는 것에도 일침을 가한다. “한문인 천국(天國)으로 번역된 말의 본래 단어는 ‘하나님 나라’다. 즉 살아서나 죽어서나 하나님이 기뻐하는 가치인 사랑과 정의, 평화, 생명을 꽃피우며 사는 삶을 말한다.”

그는 한국 크리스천들이 의외로 무엇을 믿는지 모른다고 꼬집는다. “성탄절 날 아이들이 산타를 기다릴까? 아니다. 만약 산타가 빈손으로 오면 아이들한테 혼날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것은 산타가 아니라 그가 가져올 선물일지 모른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을 산타로 생각한다. 돈 많이 벌고, 사업 성공하고, 승진하고, 자기 아이 명문대 가게 해달라며 교회 가서 설교 듣고 ‘아멘’ 하면 믿는다고 착각한다. 믿음의 결과에만 관심이 있다. 뭘 믿는지엔 관심이 없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유치한 신앙을 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을 안다면, ‘그분이 뭘 믿었기에 뻔히 십자가에 못 박힐 것을 알면서도 그 길을 갔을까’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분이 가졌던 가치관과 인생관이 자기의 믿음이 되어 사랑과 정의가 넘치는 ‘하나님 나라’를 만드는 데 동참하게 될 것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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