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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간 팽창해온 한국 교회…예수님 오신 뜻 ‘희망’ 만들어야죠”

등록 2022-12-20 19:21수정 2022-12-22 21:16

[짬] 파주 한소망교회 류영모 목사

한교총 대표회장을 지낸 류영모 파주 한소망교회 담임목사. 조현 종교전문기자
한교총 대표회장을 지낸 류영모 파주 한소망교회 담임목사. 조현 종교전문기자
경기도 일산과 맞닿은 파주시 야당동에 한소망교회가 있다. 중도·보수 개신교단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임기를 무난히 마치고 지난 8일 물러난 류영모(68) 목사가 돌아온 교회다.

그는 정치 권력과 친분으로 권세를 자랑할 법한 자리에 있으면서도 금도를 지키며 교회다움, 목사다움을 강조한 보기드문 종교 지도자로 꼽혔다. 그런 그를 닮아서일까. 파주에서 가장 큰 교회임에도 휘황찬란한 성탄 트리 같은 치장이 눈에 띄지 않는다. 소박함 속에 ‘다시 일어나 희망을 재건하라’는 글귀가 눈에 띈다. 며칠째 혹한으로 꽁꽁 언 날씨 속에 20일 류 목사를 만나 희망의 길을 물었다.

중도·보수 개신교단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임기 마쳐
“권력 거리두며 ‘금도’ 지켰다” 평가

부친 6·25 부상…거창고 학생회장
“전영창 교장 말씀 따라 ‘소신’ 지켜”
연고 없으나 북녘 가까운 파주 ‘개척’

30년간 맨손으로 개척해온 파주 한소망교회 앞에 선 류영모 목사. 조현 종교전문기자
30년간 맨손으로 개척해온 파주 한소망교회 앞에 선 류영모 목사. 조현 종교전문기자
그는 희망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절망을 꺼냈다.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고, 목사가 목사답지 못해서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신자 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한국 개신교 현실에서 한소망교회 신자 1만5000여명의 평균 나이는 41살이다. 따라서 그의 경책은 젊은 신자들을 떠나게 하는 다수 교회들을 위한 애정 어린 고언인 셈이다. 그는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국교로 추앙했던 불교도 버리고, 조선시대 국교였던 유교도 버린 게 한민족이라는 점을 안다면 한국 교회가 지금처럼 자만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교회는 지난 150년간 ‘잘 살아보세’라며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번영 신학으로 팽창해왔다. 미국의 실용주의가 복음으로 둔갑해 교회 성장을 견인했지만 만연한 샤머니즘적 위(기)복신앙이 이젠 부메랑이 되어 교회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이제는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할 때다. 간혹 억울하기도 하지만 교회에 대한 따가운 질책조차 고맙게 생각하고 경청해야 한다. 이제 외적 성장의 시대가 아니라 교회다움의 성숙의 시대로 나아가야 할 때다.”

그는 일년 전 한교총 대표회장 취임 때 취임식을 대신해 양화진의 선교사묘역을 찾은 데 이어 전주, 광주, 대구 등 초기 선교사들이 목숨을 돌보지 않고 병든 자, 굶주리는 자들을 위해 헌신한 선교 현장을 찾아 한국 교회의 초심을 되찾을 것을 강조하곤 했다. 병원과 고아원, 학교를 지어 약자들을 돌본 초기 선교사들과 목사들의 헌신을 생각하면 ‘교회만을 위한 교회’를 결코 자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목사들이 지나치게 정치 권력과 이념을 지향하는 것도 교회나 자신만을 위한 이기심과 타락의 징조로 여긴다.

“목사들이 정치에 나서는 것은 악습이다. 그런 고리는 끊어야 한다. 교회는 기득권을 수호해 이익을 보는 곳이 되어서는 안된다. 교회는 손해를 보는 곳이 되어야지, 제 잇속을 챙기는 곳이 되어서는 안된다. 만약 목사가 그런 생각으로 정치권과 유착한다면 중세의 타락을 되풀이하려는 것이다.”

그는 부친이 한국전쟁 참전 중 부상해 일찍 세상을 떠나 어머니, 동생과 함께 어렵게 성장했다. 극우로 기울 수도 있는 환경이었지만 그는 교회가 이념에 경도되는 것을 극히 경계한다. “보수성을 지키는 것이 복음을 지키는 것이라는 착각이 문제다. 지나친 진보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사회 의식이지 신학은 아니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교회의 이념만이 아니다. ‘한민족 소망교회’를 줄여 한소망교회라고 지은 그답게 양극단의 이념이 한민족을 망치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해방전후사를 비롯한 역사 인식에 대한 견해 차가 너무 크다. 진영 논리를 확고히 다지는 모임은 많지만 질적 성장을 위한 스터디그룹은 드물다. 종교인도 정치인도 진영 논리에만 매몰되지 않고 비전을 이끌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 모임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 종교인과 정치인이 달라지지 않으면 한민족에게 미래가 있겠는가.”

남한만이 아니라 북녁 동포들도 저버릴수 없어 북과 가까운 파주에 자리 잡았다는 그답게 “종교 지도자나 정치 지도자라면 한민족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갈라져 있게 하는 현실을 누구보다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통일을 미국, 중국이 원하겠는가. 일본이 원하겠는가. 그들의 논리에만 끌려다니지 말고, 우리를 위한 역사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들이 우리 미래의 희망을 만들어주겠는가.”

그는 지난달 국민의힘 기독인회 조찬기도회에 초청받아 설교를 할 때도 “선당(먼저 당을 생각함)을 넘어 선국(먼저 나라를 생각함) 후사로 먼저 나라를 살리는 지도자가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건강한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힘을 합쳐 한민족이 살길을 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선거에 이겼으면 과거 정권과 싸우지 말고, 국민 기대에 귀를 기울이는 데 더 심혈을 쏟아 달라”고도 주문했다.

이념 과잉의 기독교 현실에서 그가 남다른 생각, 남다른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거창고 학생회장을 하면서 설립자 전영창 선생으로부터 들었던 설교 말씀이 귀에 박힌 덕분이다. 그는 “30년 전 맨몸 맨손으로 맨땅인 이곳 파주에 와 홀로 교회를 시작할 수 있었던 배짱도 ‘모든 조건을 갖추어진 곳은 피하고,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사회적 존경 같은 것은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저버릴 수 없어서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다음 세대의 희망을 만들어줘야 할 때”라고 말을 맺었다.

“우린 고생하면서도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다음 세대는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희망 없는 시대에 희망을 만들어가는 게 예수께서 오신 뜻을 따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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