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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조현이만난사람

“신뢰도 꼴찌 인정…유리알처럼 종단 운영”

등록 2009-12-01 15:04

조계종 총무원장 취임 한달 맞는 자승 스님

“소통과 화합으로 불교 중흥의 기치 올리겠다”

‘용산참사 현장’ 첫 공식 발걸음 등 소신 주목

 

 

조계종 총무원 청사가 있는 조계사 마당엔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부처상이 있다. 구김살 없이 활짝 웃는 상이다. 새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그 앞에 섰다. 닮은 꼴이다.  지난해 불교계는 이명박 정부 들어 종교 편향이 본격화했다며 늘 울상이었다. 과연 앞으로 4년 간 불교계를 이끌 자승 스님이 불교계의 울상을 얼마나 웃음으로 바꿀 수 있을까.

 

‘부처 웃음’ 닮은 젊은 피­…거의 만장일치로 추대

 

일단 자승 스님의 객관적인 조건은 여러모로 좋다. 우선 젊다. 전임 총무원장 지관(77) 스님보다 스무살도 더 어리다. 전임 총무원장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젊은이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력과 소신을 보였기에 그에겐 젊음에 걸맞는 더욱 더 강한 패기와 개혁이 기대되고 있다. 더구나 그는 정치권의 여야 싸움만큼이나 치열한 총무원장 선거판에서 각 계파를 망라해 만장일치나 다름없는 추대를 받았다. 불자들의 신뢰도보다는 계파 안배에 주력한 새집행부 인선에서 보여주었듯이 그가 주변 눈치나 살피며 어정쩡한 태도를 취할 수도 있지만, 반대파의 태클이 없는만큼 소신을 펼치기엔 그지 없는 호기로 삼을 수도 있는 조건이다. 

 

30일 총무원장 취임 이후 25일 만에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난 자승 스님은  “소통과 화합을 통한 불교 중흥의 기치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총무원의 입법부격인 종회 의장으로 있으면서 각 계파를 모두 자기편으로 끌어들일만큼 화합력 혹은 정치력을 갖춘 그다운 언사다. 전임 총무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오찬 초청을 거부할 만큼 불편했던 대정부 관계에서도 ‘정치적 유연성’을 보였다.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는 정부의 종교 편향에 대한 총무원의 대응이 미진하다는 쪽에 무게를 두었던 선거캠프의 주장은 어느덧 ‘종교 편향은 정부 차원이 아니라 특정한 신앙을 가진 공무원 개인 차원’이라는 어조로 바뀌었다.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기보다는 관계를 개선하려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걸어서 6층 오르내리며 예산 허투루 쓰지 않겠다 의지 보여

 

하지만 그런 정치적 행보와는 다른 소신도 보인다. 그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친 채 총무원장 당선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용산참사 현장’을 선택했다. 그는 “용산참사 현장은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곳”이라며 영가와 유족들을 위로했다. 앞으로도 “용산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나서겠다”고 했다. 용산참사 현장과 함께 천주교사회복지시설인 요셉의원과 노숙인쉼터인 보현의집을 방문한 그는 “불교계가 국민들의 필요에 부응하도록 거듭나겠다”고도 했다. 앞으로 매달 2차례씩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하기로 한 것도 신뢰 회복의 일환이다.

 

그는 최근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설문조사에서 불교-개신교-천주교 등 주요 3대 종교가운데 국민의 신뢰도에서 불교계가 꼴찌라는 조사에 대해 “현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그는 총무원장실이 있는 청사 4층에서 지하 2층 식당까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굳이 걸어다닌다.  전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 스님(1937~2003)이 모친의  유산으로 만든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을 물려받은 이사장이자 또 젊은 종회의장으로서 ‘귀족적’으로 비쳐졌던 이미지를 깨고, 불자들의 재산을 한 푼도 허비하지 않고 제대로 쓰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셈이다. 종단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말을 특별히 강조하기도 했다.

 

취임 한 달은 4년 임기의 신임 총무원장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데는 짧은 시간이다. 아직은 그만의 색깔과 비전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알기도 어렵다. 그래서 그가 어떤 불교상을 빚을 지 더욱 주목되고 있다. 

 

글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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