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난상토론
총무원 쪽 영담 “무슨 확실한 로드맵 갖고 하나”
명진 ‘외압’ 의혹 제기엔 “종단 내부 문제” 반박
30일 서울 조계종총무원청사 공연장에서 5시간에 걸쳐 펼쳐진 ‘봉은사 토론회’는 조계종 총무원의 봉은사 직영 결정이 애초 해명과 달리 장기 계획 없이 성급히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총무원쪽은 소통과 로드맵의 부족은 인정하면서도, 외압설에 대해선 총무원과 봉은사가 평행선을 그었다. 총무원은 ‘로드맵 없이 무리수를 둔 것은 외압 때문 아니냐’는 명진 스님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 여전히 극구 부인했다. 이에 따라 이날 토론회는 직영사찰 지정의 문제와 대책에 대한 논의에 모아졌다.
이날 오후 1시 ‘우리는선우’ 이사장 성태용 건국대교수의 사회로 총무원과 봉은사, 불교단체 대표 9명이 200명의 청중 앞에서 벌인 난상토론은 첫 모두 발언에서 부터 달궈지기 시작했다.
첫발언자로 나선 총무원 총무부장 영담 스님이 “(봉은사 직영 지정문제는) 종단 내부 문제지 외부 문제가 아니다”면서 외압설을 제기한 명진 스님의 폭로를 반박하고 나섰다. 봉은사 직영 문제는 이미 2005년 중앙종회에서 법으로 발의되는 등 어제 오늘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종회의원이자 종회 총무분과 간사인 봉은사 부주지 진화 스님은 “총무원이 ‘(봉은사 직영을)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고 하는데, 2005년 종회의 속기록을 보니, 종회의장 법등 스님이 ‘직영 지정을 건의하는 분도 꼭 이것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 데 괜찮냐’고 물었고, 당시 종회의원인 영담 스님도 ‘총무원이 안받아주면 그만아니냐 그러니 건의해 봅시다’고 하는 등 중앙종회의원 5명이 건의하려던 사항이며 다른 로드맵이나 발전 계획서 하나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불교단체 대표로 나온 인드라망생명공동체 대표 도법 스님도 “(총무원의 발표대로 봉은사 직영 지정이)수도권 포교의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면 전체적으로 큰그림을 갖고 정책들이 이루어져야 마땅할 텐데, 달랑 봉은사 하나 가지고 포교 전략을 세운다는게 이해 안되고. 재정이 필요하다면 직영 사찰을 광범위하게 확대해야 할텐데 왜 갓바위와 맞바꾸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명진 스님도 “로드맵이 있었는 지, 없었는 지를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하고 나서자 영담 스님은 “직영할 때 무슨 확실한 로드맵을 가지고 하느냐”며 로드맵이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지금까지 일언반구의 상의도 없는 봉은사 직영 지정 결정에 ‘외압 때문 아니냐’며 강력히 반발했던 명진 스님이 이날 토론회에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명진 스님은 “조계종단이 1994년 개혁으로 인해 제도는 바꿨지만 사람은 바꾸지 못해 문중 대신 정치적 계파들만이 남아 계파에 속하지 않으면 종회의원도 못하는데 계파정치를 떠나서 제대로 살지 못했던 삶을 참회하고 한국 불교를 바꿔보겠다는 원력으로 천일기도를 했다”면서 “주지엔 연연하지않고 ‘잘해보겠다’는 원력만이 남아있기 때문에 총무원이 봉은사를 발전시킬 확실한 로드맵을 마련해 가져오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다면 직영을 받아들이고 나도 봉은사를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도법 스님이 “총무원도 직영 지정에 대해 전향적인 방안을 검토할 수 있느냐”고 물은데 대해 영담 스님은 “아직 봉은사 직영을 시행은 하지 않고 있지만 계속 시행하지 않는다면 담당자로서 직무유기이기 때문에 일단 시행을 하면서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불교단체 대표로 나선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명예대표 법안 스님도 “(지난해 말 취임한)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공약대로 연간 승가노후복지기금 25억, 승가교육진흥기금 15억, 복지진흥기금 5억 등 많은 예산이 필요해 직영의 필요성이 제기됐으리라고 보지만, 팔공산 갓바와와 강화도 보문사가 총무원장의 사금고 역할을 하고 부패와 비리온상이라고 해서 직영했지만 혁명 시기였음에도 많은 토론이 있었는데도 총무원이 사전 소통이나 계획없이 불쑥 던진 뒤에 후속작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 스님은 이어 “총무원 직영을 통해 총무원이 재정이 확충되어야 하지만 총무원에 내는 분담금을 2005년과 2009년을 비교해보면 봉은사는 78억원에서 116억원으로, 도선사는 62억원에서 90여억원으로 늘었지만 정작 직영인 조계사는 72억원에서 82억으로 늘어나는데 그쳤다”면서 “정말 직영 지정과 특별분담금이 종단에 도움이 되는지, 도움이 된다면 더욱 더 확대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지 등을 놓고 이런 토론회를 더 가지고, 총체적으로 조사하고 검토하고 종도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도법 스님을 비롯한 불교단체 대표들과 진행자 성태용 교수는 어떻게 해서든 총무원과 봉은사쪽의 접점을 찾아보고, 갈등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중재를 인내 있게 시도했으나, 총무원 대표인 영담 스님은 봉은사 직영 지정을 기정사화하면서 더 이상 논의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접점 없이 토론이 마무리되자 청중들은 허탈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불교단체 토론자들은 “일단 총무원이 토론에 참가해 경청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총무원의 노력에 대해서도 평가를 했고, 앞으로도 한국불교의 희망과 대안을 찾아가야 한다는 소리를 높였다.
조현 종교전문기자cho@hani.co.kr,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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