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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조현이만난사람

“부처님의 서비스 정신이 자비와 사랑”

등록 2011-04-28 10:43

 

석탄절 맞아 만난 통도사 정우 주지스님 일생 동안 일군 20여 개 사찰 헌납하고 ‘빈 손’ “자기를 내세우면 온전한 자기 모습 잃어버려”  

자장율사가 부처님 정골사리를 모신 보궁이 있는 경남 양산 통도사는 불(佛·부처가 머무는 통도사)·법(法·팔만대장경이 있는 해인사)·승(僧·16명의 국사를 배출한 송광사) 3보 사찰 가운데 하나다.

3~4년 전과는 사뭇 다른 늠름한 자태의 소나무와 활짝 웃는 왕벗꽃의 두 팔 벌린 봄 마중을 받고 보니, 중생심으로 숨어들던 ‘존귀한 불성’이 다시 기지개를 켠다. 이 숲길을 따라 불기 2555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지난 21일 통도사를 찾아 주지 정우(59) 스님을 만났다.

 

주지 맡자마자 ‘신도 중심’으로 바꾸고 가꾸고

 

4년 전 통도사 주지를 맡자마자 일주문 밖에서부터 잡목부터 깔끔히 베어내 수백 년 된 소나무들의 위용이 드러나게 한 그다. 또 처마 밑에서 옹색하게 대중공양(식사)을 해야했던 대중들을 위해 설법전 지하를 파 1천여 명이 동시에 공양을 할 수 있는 식당을 만들고, 산뜻한 대중화장실을 9곳에 새로 만들어 연간 통도사를 찾는 수백 만 명이 불편이 없도록 했다. 한 식당이라도 식탁과 의자가 스님용과 신도용의 ‘급수’가 다른 게 예사 절집이지만 통도사에선 신자용도 스님용과 다름 없는 고급목재로 배치했다.

 

 
 

 

스님들이 쓰는 화장실이나 물품이 고장 나면 혼자나 소수가 쓰는 건 아껴쓰라고 신신당부하면서도 신자들이 이용하는 화장실 등이 고장 났는데도 방치하는 것은 결코 두고보지 못하는 게 정우 스님이 성정이다. 그는 또 통도사 식구들이 직접 10만여 평에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할 영농법인을 만들고, 잡목을 베어낸 자리에 낙동강 공사중에 파헤치려던 매실수를 캐와 이곳에 심었다. 통도사 뒷편 습지엔 연못을 만들어 불모지의 외관을 일신케 했다. 통도사의 변화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외적인 것만이 아니다. 일요일 직장인을 위한 가족법회도 그가 온 이후 변화다.

그는 10대 초반 통도사에 출가했지만 경남권에서보다 수도권에서 확고한 거점을 만든 장본인이다. 1980년대 서울 강남에서 가장 큰 절 가운데 하나인 구룡사를 창건한 이래 일산의 최대사찰인 여래사와 외국의 8개 사찰 등 국내외 20여 곳의 사찰을 창건한 조계종 포교의 주역이다. 지난해 말 구룡사와 여래사를 비롯한 그 대찰들을 모두 통도사에 공찰로 등록한 이유를 물었다. “애초부터 내 것이 아니니 내놓고 말고가 없는 것”  

-왜 오랫동안 힘들여 일군 사찰들을 소리 소문 없이 공찰로 내놓았는가.

“쑥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그게 당연한 것인데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세상이 됐으니. 시주자들이 내놓은 돈으로 이루어진 삼보정재는 애초부터 내 것이 아니라 승가공동체의 것이었으니 내놓고 말고가 없는 것이었다.”

-부자들도 부가 개인의 것만이 아니라고 여기고 기부를 많이 하면 좋으련만 99개 가진 사람이 한 개 가진 사람 것까지 뺏어 100개를 채우려는 소유욕으로 가득 찬 게 현실 아닌가.

“봄소풍에 고무풍선 하나씩 들고 아방궁을 지은 것처럼, 풍선이 천년만년 갈 것처럼 집착하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차주전자를 들고) 사람들은 이것을 내가 ‘소유’했다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보면 집착하는 이 물건에 내가 붙들려 있는 것이다. 노예가 된 것이다. 그래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리모콘으로 텔레비전 채널은 잘도 바꾸면서 왜 (소유욕에 붙들린) 자기 마음은 바꾸지 못하는가. ‘소유’한 사람은 자기 것으로 여기니 내놓지 못하지만, ‘성취’한 사람은 원력을 이룬 것으로 만족하니 원래대로 돌려주게 된다.”

-욕심이 없어지는 것인가.

=보살은 욕심은 한이 없지만, ‘내 것이 없는 것’이다. 개인적인 욕심은 업력에서 나오고, 보살의 욕심은 원력에서 나온다. 원력은 정직한 것이다. 삿되고 용렬한 것이 아니다. 똑같은 물을 마셔도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되고, 젖소가 마시면 젖이 되는 것처럼 같은 욕심도 같지 않다. 중생은 내 것에만 집착하지만, 보살에겐 내 것이 없다.”

-불자는 어떻게 ‘성취’하는가.

“신심이라는 생명력과 원력이라는 정직함과 정진이라는 진지함 속에서 성취하는 삶을 살 수 있다.”

-다 내놓을 것을 왜 그렇게 애써서 많은 절을 창건했나.

=계기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절에서 자랐지만 부처님이 그렇게까지 좋은 줄은 몰랐는데, 군대에 가서 고립되니 사무치게 그리웠다. 그래서 탈영을 할까, 아니면 부처님을 이곳에 모셔올까를 고민했다. 그러다 모셔오는 쪽을 택했다. 의정부 26사단에 지금도 있는 호국황룡사와 호국일월사를 22~23살 때 군생활하며 창건했다. 군에서 제대하자 월하 노스님, 벽안 노스님 등이 산 내 대중들을 모두 운집시킨 대중법회에서 25살의 새까만 나를 법상에 올려 법문을 하게 했다. 열린 사고를 가진 그분들이 후학의 울타리가 되어줘 그 기운으로 서울에 올라가 구룡사를 창건했다.

  

“다가오는 사람들까지 홀대한다면 나쁜 불교”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후회는 없는가.

=여한은 없다. 하지만 어른들의 가르침의 자양분으로 성장하면서 나답지 않게 살아온 게 많다. 이렇게 사는 것만이 내가 아니다. 대단히 분방했다.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집착하지 않고 살고 싶었는데, 너무 많은 것을 취하고, 구했다. 스님이라는 틀, 열심히 살아왔다는 틀 속에 갇혀 있을 때가 많다. 이제는 놓아버리고, 잊어버려야 할 때가 왔다.”

-앞으로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더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 그늘지고 어두운 사람들 곁에 머물고 싶다. 그들을 바라보며 함께하고 싶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고 싶다.”

-매년 티베트를 가고, 인도의 티베트 린포체와 스님들을 만나는데 왜 그렇게 티베트를 좋아하는가.

“순수해서다. 자연스러워서다. 거기 있는 사람들 사진을 찍으면 모델 아닌 사람들이 없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으면 자연이 된다. 진정한 자유는 자연이 되는 것이다. 만개한 꽃은 온전한 자기 모습을 가지고 있다. 자기를 내세우는 사람은 온전한 자기 모습을 잃어버린 것이다.”

-전통사찰들은 스님들의 수행에 방해된다 해서 많은 공간을 닫아두는데 왜 통도사는 보궁의 출입까지 허용하고 대중들에게 모든 문을 열어젖혔나.

“다가가지는 못하더라도 다가오는 사람들까지 홀대한다면 ‘나쁜 불교’다. 대중들을 평등하게 대우하지 못하는 종교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불자란 자기 중심적인 삶에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으로 전환한 사람이다. 그런 불자라면 상대에 대한 배려와 관심과 친절이 나타난다. 부처님의 자비와 사랑과 보살도의 실천을 현대어로 바꾸면 서비스정신이다. 그것은 불자의 하심과 겸손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상론을 펴지만 잘 실천은 하지 못하지 않은가.

“윌키오(영성심리학자)의 말대로 이상은 우리를 꿈꾸게 할 뿐 아니라 행동하도록 부추기는 것이어야 한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정우 스님이 버린 것들

 

정우 스님은 일생을 걸고 일군 사찰들을 모두 조계종에 헌납하고 빈손으로 돌아갔다. 총무원 청사에서 벌어졌던 종권을 둘러싼 폭력사태와 여타의 절뺏기 싸움에 더 익숙한 불교계에 어떤 ‘말의 성찬’보다 더 큰 법비가 아닐 수 없다.

통도사는 영축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일대 600만 평을 소유한 대가람이었다. 그런데 해방과 6·25를 거치며 많은 땅이 개인소유로 등록됐다. 통도사와 산 내 13개 암자에 있는 노스님들 명의로도 10만여 평이 있었다. 만약 개인소유권 그대로 노스님들이 열반해 절땅이 유족들에게 인계될 경우 두고두고 화근이 될 일이었다.

정우 스님은 노스님들의 개인 땅도 모두 통도사로 귀속시켰다. 아무리 승가공동체라고 하지만 개인소유로 된 땅을 내놓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처사에 마뜩찮아 하는 정서가 없지 않지만 더는 시비하기 어려웠던 것도 주지 스님 스스로가 재산가치로 따지면 수백, 수천 배의 절을 내놓은 솔선수범 때문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모은 보물급 문화재 등 570여 점도 남김 없이 통도사 성보박물관에 내놓기도 했다.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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