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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조현이만난사람

주식시장 같은 인생, 오르내림은 당연한 것

등록 2011-02-16 18:30

고통은 누구나, 어디에나 있잖아요. 그 실체를 받아들일 때 벗어날 길이 보이지요 돈만으로 행복해질순 없지만, 지혜와 경험이 있다면 부와 행복 함께 가질수도…

티베트불교 신세대 지도자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

수행자는 무겁고 권위적이다? 이런 고정관념을 깬 즐거운 수행자를 만났다. 지난 11일 밤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달라이 라마를 이을 티베트 불교의 신세대 영적 지도자인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36)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지난 9~14일 방한한 그는 히말라야 마나슬루가 보이는 네팔과 티베트 경계의 누브라계곡에서 명상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티베트의 고승 두명이 동시에 그의 몸을 빌려 태어났다는 ‘독특한 환생자(린포체)’로 전해졌지만 어려서부터 소심하기 그지없었다. ‘공황장애’ 때문에 많은 고통을 받던 그는 ‘곰’(명상의 티베트말)을 통해 공황장애와 친해지는 방법으로 장애를 극복했다. ‘곰’은 티베트어로 ‘친해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즉 티베트에서 ‘명상’이란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이나 장애와도 친해진다는 의미다.

23살 때부터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불법을 전하고 있는 그는 오는 5월 세번째 ‘3년 폐관(외부로 통하는 문이 없는 곳) 수행’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2002년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와이즈먼 뇌신경연구소 주관으로 실시한 뇌영상촬영 실험에 응한 적이 있다. 당시 그의 손발을 묶은 채 좁은 원통 속에 한 시간 넘게 가둬놓고 비명 소리 등을 들려주는 동안 그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본 뇌과학자들은 그에게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그의 대표 저서 <티베트의 즐거운 지혜>(문학의숲 펴냄, 류시화·김소향 옮김)는 2009년 한국에서도 번역돼 나왔다.

그는 ‘고통 속에서도 평화로운 마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뭐냐’는 첫 질문에 ‘마약’이라고 답하는 등 장난기 어린 소년처럼 농담을 즐겼다.

-고통을 겪으면서도 평화로운 마음을 유지한 비결은?

“내가 11살 때 얼굴을 씻다가 물이 귀에 들어갔다. 물을 빼려 안간힘을 쏟자 스승인 살자이 린포체가 귀에 물을 더 부으라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했더니 물이 빠져나왔다. 물을 이기는 것은 물이다. 고(고통)를 초월하기 위해 고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비결이다. 이제 나의 비결을 당신이 다 알아채버렸으니 슬프다.(웃음)”

-바위와 나무는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려도 고통스럽다고 소리치지 않으며 평화를 유지한다. 바위나 나무와 당신이 다른 것은 무엇인가?

“나는 고통을 가지고 있다. 고통도 행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고통이 없다면 행복을 찾을 필요도 없다. 고통이 있기 때문에 행복이 있다. 하지만 고통이 없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자아가 없다고 붓다가 된 것은 아니다. 이 테이블은 자아가 없다. 그러나 지혜가 없어서 붓다가 아니다.”

-돼지나 소의 비명을 듣는다면 어떤 사람들은 ‘듣기 싫다’고 인상을 쓰고, 어떤 사람들은 ‘불쌍하다’고 돕고 싶어할 것이다.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그런 연민이 수행과 훈련을 통해 개발될 수 있는가?

“자비는 마음을 여는 것이다. 남을 도우려고 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다. 자비에는 지혜가 필요하다. 안 그러면 남의 고통을 받아들이면서 우리도 고통을 받는다. 지혜가 있다면 남의 고통을 가져와도 거기에 따른 고통을 다 겪지는 않게 된다.”

-당신은 달라이 라마와 함께 마음생명협회를 이끌었다. 티베트의 지혜와 현대 정신의학의 만남을 통해 진보한 것이 있는가?

“마음생명협회 모임이 끝날 때마다 결론은 냉철한 두뇌와 따뜻한 마음이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이 자비와 협력할 때 인류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고통을 해소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외부 환경을 바꾸거나 마음을 바꾸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돈만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당신이 한 손엔 다이아몬드를, 한 손엔 마음을 바꾸는 진리를 쥐고 둘 중 하나를 내게 주려 한다면 나는 다이아몬드를 받겠다. 나는 현명한 것인가, 어리석은 것인가?

“다이아몬드가 마치 행복을 줄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부자는 전혀 고통이 없을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내 고향에선 사람들이 늘 웃고 행복하다. 그렇다고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통은 보편적이다. 서양에서 찍힌 멋진 사진을 보면 마치 서양이 서방정토인 것 같다. 나도 20살 때 처음 서양여행에 나서 파리 에펠탑에 올라갔다. 그런데 에펠탑은 철조망으로 막혀 있었다. 감옥 같았다. 불행한 사람들이 와서 자살하기 때문에 막아둔 것이었다. 문제라는 것은 어디에 가도 있었다. 사람들이 복권에 당첨되거나 결혼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복권에 당첨돼서 행복한 것은 딱 2년 간다. 그러고 나선 그것 때문에 더 큰 고통이 생긴다. 결혼으로 인한 행복감은 5년 간다고 한다. 돈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다이아몬드만 가지고도 행복해질 수 없다.”

-이제 다이아몬드는 돌려주겠다. 수행자들은 쉬며 명상하는 시간이 많다. 그러나 결혼해 가족을 부양하고,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 많은 문제에 부딪히면서도 쉴 시간도 명상할 시간도 많지 않다. 그들이 어떻게 안식을 얻겠는가?

“명상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걸으면서도, 먹는 동안에도, 영화를 보면서도, 회의를 하면서도, 운동을 하면서도 할 수 있다. 특히 자신의 문제를 명상의 도구로 사용한다면 더욱더 좋다. 자기 실수에서 배울 수 있다. 나는 공황장애를 가장 좋은 친구이자 스승으로 삼았다. 내가 그 문제를 직면하고 받아들일 준비만 되어 있다면 모든 것이 명상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포기해선 안 된다. 그러나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는 것과 포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명상에 관심 있는 현대인들의 주된 관심은 부와 성공과 명예를 잃지 않고 유지하면서도 어떻게 붓다나 예수와 같은 평화를 얻을 것이냐다. 둘 다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두 가지를 함께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를 선택하면 행복을 가질 수 없다.”

-정말이냐?

“(웃음) 농담이다. 네 가지 가능성이 있다. 부 없는 평화가 있을 수 있고, 평화 없는 부가 있을 수 있다. 또 돈과 평화를 같이 가지는 부류가 있고, 돈도 없고 평화도 없는 이들이 있다. 네번째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티베트에서 보면 좋은 수행자이면서 성공한 사업가도 많이 있다. ”

-밍규르 린포체처럼 잘생겼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왜 나는 밍규르 린포체나 한국의 예쁜 탤런트 김태희처럼 잘생기지 못했을까’라고 비관하며 성형외과 의사들에게 돈을 가져다준다. 고쳐서 열등감을 극복해야 하는가, 아니면 생긴 대로 살아가며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키워야 하나?

“돈이 있으면 성형이 더 쉬운 방법일 수 있다. 명상은 좀 지루할 수 있다. (크게 웃음) 농담이다. 사실 내면의 아름다움을 키워나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여기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조사도 있었다. 외모만 잘생기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과 마음이 따뜻한 사람을 본 피험자들이 처음엔 전자를 택했지만 나중엔 후자가 잘생겼다고 했다. 사실 얼굴 잘생긴 것은 몇시간 안 간다. ”

-삶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독이지만,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것 또한 독이다. 한번 실연을 당한 사람은 다시는 사랑하지 못하고, 한번 사기를 당하면 누구도 믿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피해의식을 극복해야 하나?

“지혜와 경험, 둘 다 필요하다. 첫번째, 인생이란 주식시장 같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다. 그리고 인생이 무상하다는 것, 대양의 파도와 같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다 가지거나 이룰 수 없다는 것, 그렇다고 항상 내려가기만 하거나 올라가기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인생의 색깔이 다채로워진다. 만약 주식시장이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오르내림이 있으니 사업도 되는 것이다. 부처님의 첫번째 가르침은 인생이 고라는 것이다. 굉장히 우울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내가 만약 고통이 뭔지 잘 안다면 그것이야말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다. 두번째는 경험이다. 생각으로 아는 것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명상은 지적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경험으로 체화하기 위한 것이다.”

-소수 수행자들은 깨달음이 관심이지만, 다수는 행복이 관심이다. 깨달았다는 분들이 고집 세고, 화합하지 못하고,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깨달음과 행복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사람들마다 성격이 다르다. 사람들이 ‘나는 깨달았어’라고 한다면 뭔가 이상한 것이다. 깨달은 분이라면 그런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제 주위의 위대한 명상가들을 보면 늘 행복하다. 그들은 마음이 좁지 않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작은 사진 이애자씨 제공

▶전문은 휴심정(we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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