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자유 주장·징집 거부한 제자 행동가일뿐
구약도 궁극적 평화 강조…도리어 나의 스승”
류상태(54) 전 대광고 교목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야기 할 게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4년 미션스쿨의 ‘학교목사’로서, 종교자유를 외친 재학생(강의석) 편을 들어 교직을 그만 두고 나와 목사직까지 반납한 채 제자 편에서 계란으로 바위치는 싸움을 벌이면서도 한 번도 먼저 언론에 손을 내밀지 않았던 그였다.
지난해 백내장 수술 뒤 시력이 떨어져 대리기사도 할 수 없어 종교관련 서적만을 쓰는 ‘종교전문작가’로 변신한 ‘류 작가’를 지난 13일 서울 효창공원에서 만났다. 김구, 윤봉길 등 의기의 인물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류씨가 입을 연 것은 역시 자신이 아니라 제자 때문이었다. 교직을 그만 둔 뒤 노점상과 대리기사 등을 하며 광야에 서게 했던 ‘애물단지’ 제자를 위해 그는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했다가 6학기를 다니고는 더 이상 졸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자퇴한 강의석(25)씨는 이번엔 ‘군대 대신 감옥에 가겠다’고 징집을 거부해 지난 2일 법정 구속됐다. 강씨는 지난 2008년 10월1일 ‘국군의날’에 군인들 6만여명이 시가행진을 벌이던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알몸으로 나와 ‘전쟁을 반대한다’며 기관단총 모양의 과자를 먹는 퍼포먼스를 했다. 하지만 그는 1년6개월 형을 받고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이다. 강씨가 종교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 미션스쿨을 뛰쳐나온데 이어 군대마저 거부하자 그를 옹호하던 이들 중에서도 고개를 돌린 사람들이 적지않은 상태다.
“의석이는 ‘돌아이’나 ‘미친 놈’이 아닙니다.”
제자를 면회하고 왔다는 그는 ‘사람들은 머리 좋은 의석이가 군대를 거부하니 쇼를 한다고 하지만, 나는 의석이의 진심을 믿는다”고 말했다. ‘고등학교에서 종교강요에 항거한 의석이가 택시기사와 호스트 바와 이사짐센터까지 하고, 서울대를 자퇴하고, 군대거부까지 하니, 돌아이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자포자기해버리는 반면에 의석이는 머리와 발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란다.
류 작가는 “대광고에서 주는 교사월급이나 꼬박꼬박 받으며 방학이면 사랑하는 아내와 외국 여행도 한번씩 가며 아주 소시민적으로 살았을 소심한 내가 세상에 나와 이토록 ‘재밌는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게 된 것도 의석이 덕분”이라며 “그렇게 보면 의석이는 내 제자가 아니라 스승”이라고 말했다. 그는 “3년 전 국군의날 대로에서 알몸으로 거대한 군대와 맞서면서도 털끝만큼도 꺼리낌 없이 의연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그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이 더욱 더 굳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의석이의 행동은 개인적인 입영 거부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 자신도 처음엔 제자의 군대 거부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문제야말로 기독교의 본질에 닿아있는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기독교의 본질은 ‘하나님 나라’이며,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 나라를 이룩하려했던 분’인데, ‘비폭력 평화’야 말로 하나님 나라의 표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하나님 나라’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으로 바로 구약의 이사야 서를 꼽았다.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거하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찐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젖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뗀 어린 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 나의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해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니 이는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할 것임이니라’는 대목이다.
그는 “이사야 서는 강자가 약자를 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약자가 강자에게 보복을 하는 것도 없는 궁극적인 평화의 세계를 말해주고 있다”면서 “‘그런 세상이 오면 무기를 녹여 농기구를 만들 것’이라는 게 성경에 나와있는데 의석이가 한 국군의날 퍼포먼스와 군 거부는 그런 궁극적인 평화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면, 누군가는 생각을 실행하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면서 “‘혼자 꾸면 꿈이지만, 여럿이 함께 꾸면 현실이 된다’는 게 의석이의 생각”이라고 전했다.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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