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백일법문’ 재출간 원택 스님
*원택 스님
“이제야 스님에게 밥값을 한 것같다.”
성철 스님(1912~93)을 생전에 시봉하고, 백련불교문화재단을 통해 사후에도 시봉을 이어가는 원택 스님(70·사진])이 스승의 대표작인 <성철스님 백일법문>(장경각 펴냄) ‘상·중·하’ 세권을 냈다. 11일 조계사 부근에서 만난 원택 스님은 오랫동안 지고 있는 짐을 부린듯 홀가분한 일성을 토해냈다.
이 책은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대찰의 정신적인 지도자)에 추대된 뒤 설법한 내용을 녹취한 것을 성철 스님이 열반하기 전해인 1992년 상·하 두권으로 출간된 바 있다. 성철 스님이 1950~60년대 팔공산 성전암에서 10년동안 두문불출해 경전과 선어록을 열람한 뒤 붓다의 핵심사상인 중도(中道)와 선(禪)의 요지를 담아 ‘불교란 무엇인가’를 정리한 것이다. <백일법문>은 조계종 승·재가의 폭넓은 존경을 받고있는 고우 스님도 “불교를 알고싶으면 먼저 그 책을 읽어보라”고 권유할 정도로 불교의 교과서로 추천되는 책이다.
“(성철)스님이 백일간 법문한 녹음테이프를 정리하다보니 92년 책을 만들 때 빠진 14개 테이프를 새롭게 발견해 보충했다. 이 부분들에 천태종·화엄종·법상종의 중도사상 내용이 더 상세히 들어있다. 또 중국선사들이 밝힌 중도의 뜻과 어록이 담겨있다. ”
원택 스님은 이 부분을 주로 하권에 담아 애초 두권을 세권으로 증보해 펴냈다. 이 과정에서 전체 분량을 다시 손수 다 살피고 윤문한 그는 돈오돈수(한번 깨달으면 더 이상 닦을 것이 없음)를 주장한 성철 스님이 고려 보조 지눌의 선사상을 ‘돈오점수’(깨달은 이후 닦아가야 함)라며 비판한 것과 관련해 설명했다.
“보조국사의 저서 <간화결의론>를 보면 그도 말년엔 돈오돈수 사상을 펼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선방 수좌(선승)들이 이를 간과한 채 보조국사가 20대 중반에 저술한 <수심결>과 <정혜결사문>에 나오는 돈오점수론에만 빠져 있는 것을 질타한 것이었다.”
*성철 스님
재밌는 것은 성철 스님이 백일간 법문을 하는 녹음에서도 법정 스님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원택 스님은 “‘법정 스님이 `왜 보조 스님을 그런식으로 보느냐’고 법상 턱 밑에 앉아 꼬치꼬치 대들고, 성철 스님은 ‘뭘 그리 물어쌌노’라고 쏘아붙이는 문답들이 녹음 속에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원택 스님은 오는 12월 18일부터 내년 3월까지 조계사 앞 텔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불과연구원 서재영 박사, 한국문화연수원 박희승 교수 등과 함께 ‘백일법문 강좌’를 연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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