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라도 때리지 말고…어린이가 행복한 나라 만들어야”
천도교 박남수 교령 범국민운동
새달 4일 범종교 원탁대토론회
“며칠 전 사는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아이와 함께 탄 한 엄마가 아이에게 ‘할아버지한테 인사하라’며 아이 머리를 톡톡 때렸다. 자기가 인사를 하면 아이는 절로 따라 할 텐데 자기는 안 하고 아이한테만 시키며 괜히 때리기에 ‘아주머니만 하면 되지’라고 한 적이 있다. 자기가 낳은 아이라도 때려선 안 된다.”
천도교 박남수(72) 교령은 2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학교와 보육원의 폭력은 가정폭력에서 비롯된다”며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 만들기’ 범국민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출산율이 저하되니, 다문화가정을 통해서라도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하는데, 얼마 전 필리핀에서 온 여성에게 ‘고향의 동생들에게도 한국에 시집오라고 권하겠느냐’고 묻자 ‘절대 못 오게 하겠다. 한국은 아이를 키우기가 너무도 힘든 나라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가 성공우선주의, 물질우선주의가 되다 보니 가장 피해자가 어린아이가 돼버렸다. 우리의 희망이고 꿈인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곳에서 미래가 있겠는가.”
‘사람이 곧 한울(天)이므로 사람을 한울처럼 공경하라’는 인내천과 사인여천(事人如天) 사상을 가진 천도교에선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이 ‘아이를 때리는 것은 곧 한울님을 때리는 것이니 한울님이 싫어하고 기운을 상한다’며 태중에서부터 위해당하지 않도록 구체적으로 가르쳤고, 3대 교주 의암 손병희의 사위인 소파 방정환이 94년 전 ‘어린이날’을 제정하고 어린이운동을 전개했다. 이런 종단 선구자들의 뜻을 이어 천도교가 다시 어린이운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청소년들의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 가출, 자살 등의 문제는 비단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문제아에게는 문제 부모가 배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들의 인성이란 부모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형성된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올바른 인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태교 교육부터 필요하다.”
박 교령은 “종교 지도자들이나 정치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 운동에 모두가 공감해 자기 종교 내에서도 자체적으로 이런 운동을 전개해나가기로 했다”며 “우선 범종교인들이 함께하는 토론회로 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천도교는 이에 따라 어린이날 전날인 5월4일 오후 1시30분 서울 종로구 경운동 중앙대교당에서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 아이를 때리지 마라’ 원탁대토론회를 열어 아동학대를 비롯한 교육현장의 문제를 논의하고 청소년 인성교육 모델을 제시하기로 했다.
원탁토론회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김명혁 목사와 정의화 국회의장의 인사말에 이어 법륜 스님이 기조발제를 하고, 방송인 김여진의 사회로 박종화 목사, 박경조 대주교, 김홍진 신부, 서울대 성해영 교수 등 종교인들과 교육 및 치유 전문가, 정치인, 시민단체 대표, 교사, 학부모 등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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