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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조현이만난사람

미국에서 불교철학강의

등록 2019-07-30 18:25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에서 서양철학을 강의하는 홍창성 교수(55)가 <불교철학강의>(불광출판사 펴냄)를 냈다. 그가 10여년 전부터 미네소타주립대에서 개설해 가르친 강의를 정리한 책이다. 서양철학과 불교의 만남도 흥미롭지만 서양학생들과 동양 종교의 만남이 주는 신선함이 있다. 하나의 종교 속에만 있으면 도그마에 빠져 질문을 잃어버리기 쉽다. 그러나 서양학생들의 질문은 예리하다. ‘무아(無我·내가 없다)라는데 도대체 무엇이 열반에 든다는 말이냐’는 질문 같은 것이 그렇다. 홍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해 알렉산더의 후손인 북인도의 그리스국가 메란드로스 왕이 던진 같은 질문에 불교 고승 나가세나 존자가 한 대답을 들어 응수한다. ‘촛불을 이 초에서 다른 초로 옮기듯이’ 윤회하는 것은 없지만 윤회는 있다는 것이다. 각기 다른 만남이 낳은 질의와 응답은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도록 돕는다.

  
홍 교수는 1992년 미국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는 어린시절 교회도 가고, 성당에도 가고, 절에도 가며 한국의 다양한 종교를 설렵했다고 한다. 그의 전공은 서양철학이다. 미네소타주립대에서도 주로 서양철학을 강의한다. 그는 서양철학자이면서 불교에 심취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이성은 넘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서양인들은 한계에 부딪친 것을 안다. 그러나 불교는 한계보다 늘 한걸음 더 나아가 있다. 그리고 심오한 침묵의 단계로 들어간다.”

 그는 미국에서 큰 영향력이 있는 미국철학학회 아시아분과위원 회장으로 활동하며 불교 학자들과 만나고 다양한 불교 관련 논문과 책을 접하면서 불교에 새롭게 눈을 떴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학자이면서도 교학이 아닌 돈오적 경험이 의외의 곳에서 뜻하지않게 있었다”고 했다. 그는 10여년전 쌍둥이 아이들의 기저기를 갈면서 온 체험을 전해주었다.

 아내 유선경(54)교수가 늦깎이 철학공부를 시작해 대학원에 다녀 자신이 쌍둥이 육아를 전담했는데, 매일 기저귀 24개를 갈며 하늘이 노래지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육아 책자마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라’고 조언한 이유를 절감할만큼 힘들었다고 고백하며 그 때의 체험을 이렇게 전했다.

 “기저귀를 7천개쯤 갈았을 때쯤 갑자기 막혔던 것이 쭉  내려가면서 온몸에 즐거운 전기 자극이 오는 느낌이 왔다. 2박 3일 정도 계속된 그 경험을 하며 ’깨쳤다‘라는 생각을 했다. 스님들이 하듯이 안거 수행을 하며 용맹정진한 것은 아니지만, 기저귀 갈이 용맹정진을 하면서, 아이들이 찌뿌둥해 있다가도 기저귀를 갈면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숭산 스님이 짧은 영어로 미국인들을 지도하는 것을 직접 보고 “저렇게 짧은 영어로도 미국인들을 가르치는데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한국불교를 영어로 된 불서로 접해서 제대로 불교를 공부하고 있는지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큰 감화를 준 현응 스님(조계종 교육원장)의 저서인 <깨달음과 역사>를 2010년 접하고, 내가 삼천포로 빠진 것은 아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불교 철학 강의를 듣는 미국 대학생들의 반응에 대해 “제 경험을 담아 강의하다 보니 재미있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강의 시작 전 5분동안 마음을 가다듬는 좌선인 ‘입정’을 시키는데, 바이킹족의 후예들 30여명이 고요히 입정에 든 모습이 장관이다”고 전했다. 그는 서양학생들이 교학으로 불교를 배우면서도 교학보다 ’선(禪)‘을 흥미있어 하는게 독특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학생들이 ‘무아’와 ‘공(空)’ 같은 불교적 개념들을 직관적으로 동양인들보다 오히려 더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서양식 강의는 같은 개념도 여러 각도에서 각기 토론을 집중적으로 벌이기 때문에 더 쉽게 이해하게 되는 듯 하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불교가 서양에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가지는지 묻자 “제 강의에서 한국 불교에 할애하는 시간보다 일본 불교에 2배 넘게 투자한다”면서도 “학생들에게일본과 한국 불교 중에서 주제를 선택해 에세이를 쓰라는 과제를 내면 일본보다  한국 불교를 주제로 잡아 작성하는 학생이 오히려 2배가 더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불교가 역동적이고 익스사이팅(exciting·흥미진진)해서 일본불교보다 미국인에게 더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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