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 바람을 불러일으킨 원불교 장산 황직평 종사가 6일 오전 5시20분 전북 익산 원광효도요양병원에서 열반했다.
장산 종사는 원불교 3대 종법사인 대산 김대거 종사를 33년간 시봉해 원불교 내에선 평생 부처님 곁을 지킨 아난 존자에 비견된다.
고인은 한국전쟁 당시 소년병으로 입대해 수없이 사선을 넘나들며 인생과 생사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끝에 제대 후, 1954년 원불교에 입교해 수계농원 간사를 시작으로 교무의 길을 걸었다.
고인은 1966년 종법사 부속실인 법무실 교무로 부임 할 때 당시 종법사인 대산 종사가 “첫째, 교단적 화합을 도모하는데 주력하라. 둘째, 너는 앞으로 한없는 시비가 있을 것이니 바보가 되어 살아라. 셋째, 어떤 경계가 오더라도 여래위하고 바꾸지 말라.”고 한 당부를 잊지않고 33년을 대산종사를 모시고 봉직했다.
고인은 독신인 정남(貞男)으로 평생을 수도에 전념하면서 수차례 건강상의 위기를 겪었으나 힘든 고비에도 병환으로 인해 얼굴을 찡그리지않고 도반 교무들의 도움이 없이 자력으로 병마를 이겨냈다.
특히 그는 소태산 대종사와 정산·대산 종사의 가르침을 받들어 마음공부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그의 지도로 마음공부를 배운 이들이 원불교가 만든 전남 함평 영산성지고와 경북 경주 화랑고, 경남 합천 원경고 등에서 학생들에게 마음공부를 지도해 큰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인은 생사의 기로를 넘나들던 1982부터는 역대 종법사들의 가르침을 기도문으로 만들어 후진들에게 전하였으며, 그 기도문으로 열반에 이르기까지 매일 기도를 올렸다.
장례는 원불교 교단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 향적당이다. 발인은 8일 오전 10시 30분 원불교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진행한다. 장지는 익산시 왕궁면 원불교 영모묘원이다. (063)850-3365
“‘어휴, 짜증나! 마음공부 같은 거 왜 하나?’ 더워서 마음공부가 하기 싫어졌다. 그 순간. ‘앗! 경계닷!’ 난 급히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아, 더우니까 짜증나는 마음이 일어났구나!’ 마음을 들여다보니 편안해졌다.”
한 초등학생이 쓴 일기다. 원불교의 창시자인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마음의 원리와 사용법’으로 제시한 ‘일상수행의 요법’에 따라 마음을 대조한 것이다.
‘심지(心地)는 원래 요란함(어리석음, 그름)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어리석음, 그름)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自性)의 정(定, 혜.慧, 계.戒)을 세우자.’
심지란 내 마음 땅을 말한다. 경계란 삶 속에서 내 마음과 만나는 모든 상황들이나 사건과 사실들이다.
보통 ‘일어나는 마음’을 아예 없애려 집착하기 쉽지만, 이 마음공부에선 경계를 따라 생기는 마음을 간섭하거나 시비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 ‘자성의 정’(원래 마음)을 세우도록 한다.
경계가 오는 순간 “앗! 경계다”라고, 알아차려 경계가 일기 전의 ‘원래 (분별 없는) 마음’으로 돌아가, ‘일어난 마음’을 바라보면서 ‘끌리는지, 안 끌리는지’(집착)만 지켜보는 것이다.
이런 마음공부를 지도한 장산 종사는 생전에 “경계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데 아상이 들어가 시비를 일으키는 것”이라며 “경계를 공부삼으면 오히려 경계가 은혜가 되고, 마음의 자유를 얻게 된다”고 말하곤 했다.
이 마음공부는 일반인들뿐 아니라 일반 학교를 중퇴해 갈곳이 없던 학생들을 모아 원불교가 설립한 영산 성지고와 화랑고, 원경고 등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 이 학교들은 하룻밤새 유리창이 학생들에 의해 깨지고, 폭력 사태가 잇따랐으나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마음일기를 통해 서로 속내를 나누며 변화해 갔다. 이 학교들은 영산 성지고가 경제협력개발기구에 의해 ‘세계 4대 열린학교’로 선정되는 등 부적응 학생 교육에서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