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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조현이만난사람

우리가 남이가?

등록 2016-12-20 17:32

김종희 목회멘토링사역원 대표

목사 자녀들 미국여행가난해도 꿈은 부자로

어릴 때 또래끼리 싸워도꼭 ‘목사 자식이 저런다’는 뒷말  교회 울타리 안에서 외롭게 단절가난까지 대물림받아 이중삼중고 온라인매체 <뉴스앤조이> 만들어성공신화 목매는 목사들 호되게 비판 대안도 내놔야 할 것 아니냐는 요구에‘작지만 아름다운 교회’ 캠프 열고 아이들 위해 ‘꿈마실’ 프로그램 운영기금 모아 해마다 10여명씩 3주 여행 1년 전에 뽑아 탐방지 같이 공부갔다 와서도 함께하는 세상 고민 ‘돈 안 되는 일’만 해도 응원아내와 두 딸이 큰 힘

돈 한푼 안 받고 중고등학생들에게 3주일간 미국여행을 시켜주는 사람이 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종희 대표(49)다. 김 대표는 개신교에선 온라인뉴스매체인 <뉴스앤조이>의 얼굴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00년 창립때만해도 1년도 못갈것이라던<뉴스앤조이>를 개신교계 대표적인 뉴스매체로 이끌어온 그다. 날만 새면 목사들을 조저대니 어떤 목사들이 그 매체를 도와주겠느냐던 <뉴스앤조이>를 지금껏 유지시켜온 게 놀라운 일이다. 그는 <뉴스앤조이>를 통해 교회를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도 제시해줘야할것 아니냐는 물음에 응답해 목회멘토링사역원을 만들었다.

목사들이 ‘제2의 조용기’가 되겠다는 헛된 성공신화에 목매달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을에서 작지만 아름다운 교회를 만들어가도록 돕는 세미나와 캠프 등을 열기 위해서다.

김영란법 저촉 안되려 대표직 내놔그가 가난한 목사들만이 아니라 가난한 목사들의 자녀에게까지 시선을 돌린게 ‘꿈마실’이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매년 3년간 중교교생 10여명씩 43명에게 미주 여행을 시켜줬다. <뉴스앤조이>를 운영하면서 여행비를 모아 이 일을 해온 그는 김영란법이 제정되면서 언론사 대표는 그런 기금모금이 어려워지자, <뉴스앤조이>까지 사직하고, 이 일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요즘 꿈마실 4기생들의 여행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오는 2월2일엔 4기생 10명과 스텝 4명이 미국 동부를 3주간 여행한다. 해외여행이 흔해졌지만, 미자립교회 목사 자녀들은 대부분 해외여행 경험이 전무하다.

 그는 왜 하필 목사자녀들을 돕고 나섰을까. 사실은 동변상련 때문이다. 그도 목사 아들이었다. 그는 목사자녀들이 외부 세계와 단절된채 많은 시간을 교회 울타리 안에서 보내면서 교회에 ‘헌신’하는 아픔을 안다. 또한 또래들끼리 싸워도 꼭 ‘목사 자식이 저런다’는 뒷말때문에 스스로 억누르고 살아야 하는 것도 안다. 현재 한국교회의 60~70%가 스스로 자립할 수 없는 교회다. 목사들은 그런 삶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가난까지 대물림 받은 미자립교회 목사자녀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 김 대표는 자기 아버지가 미자립교회 목사는 아니었지만, 자신도 목사 자녀로서 청소년기의 방황을 거치며 속시원히 얘기할 멘토라도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그 일을 해주기를 손꼽아 기다렸지만, 아무도 그런 일엔 나서지않았다. 결국 이번에도 그가 총대를 맸다.

 그가 기획한 꿈마실은 일회성 여행이 아니다. 여정이 남다르다. 4기생들은 애틀랜타에서는 인권운동의 선구자인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어린시절을 보낸 사적지를 가고, 보스턴에서는 시민운동가이자 환경론자인 데이빗 소로우가 <윌든>을 썼던 호수가를 간다. 펜실바니에서는 기계문명을 거부한채 마차를 끌며 살아가는 아미쉬를 찾는다. 워싱턴에선 위안부 소녀상을, 뉴욕에서는 9·11기념관도 각각 찾아 역사의 아픔도 되새긴다. 그는 탐방단을 1년 전에 뽑는다. 그래서 매달 한번씩 모여 탐방지에 대해 발표하며 공부한다.

`욕설 힙합'도 함께 하자 마음 열어 탐방단은 미자립이지만 건강한 목회를 하려고 노력하는 목사의 자녀로서 해외 여행을 통해 꿈을 키워볼 열의가 강한 아이들을 2차 면접을 통해 뽑되, 일률적인 요건은 없다. 공부를 잘해 미국의 대학을 보고 싶어하는 아이와 다른 재능이 있는 아이, 또는 치유가 필요한 아이를 뽑기도 한다. 1기로 다녀온 부산의 한 학생은 9급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후배들의 예비모임 간식을 사들고 찾아와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뮤지칼가수를 꿈꾸며 늘 힙합만 듣던 중3 아이는 미국 교회에서 흑인성가대들이 노래하는 것을 보고, 꿈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이제 노래는 취미로만 하고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기도 했다.

 김 대표의 꿈은 여행을 통해 꿈을 갖게 하는것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연대해 서로 의지하고 위로하며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힘을 갖길 바란다. 여행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유지해가는 것은 그래서다. 좀 더 ‘함께’하기 위해 여행중엔 휴대폰 지참이 금지된다. 개별적으로 이어폰을 귀에 꼿고 음악을 듣지도 못하게 한다. 모두 좋아하는 음악을 내놓게 하고,이를 함께 듣는다. 처음엔 욕설까지 나오는 힙합을 목사 자녀가 들어도 되느냐는 얘기를 들을까봐 쭈뼛거리든 아이들도 그런 힙합 박자에 맞춰 잘 노는 김대표를 보고 마음의 장벽을 허문다. 그래서 옆자리에 앉은 그와 자연스런 대화를 나눈다. 특성화고에서 제과제빵을 배우는 한 아이는 빵집 사장이 되는게 꿈이라고 했다. 그는 “사장을 목표로하기보다는 내 빵이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게 하겠다고 생각하면 더 신이 나지않겠느냐”고 하자 아이의 표정이 환해졌다. 이처럼 꿈에 대한 자극을 주는 것이 ‘꿈마실 멘토 김 대표’의 열할이다. 그는 5기부터는 1년 과정의 목회자녀학교를 만들어 공부를 하고 졸업여행으로 꿈마실을 떠날 계획이다.

"내 아이라 여겼으면 그랬을까" 김 대표는 2007년부터 3년간 미국에 머물며 미주뉴스앤조이를 만들어 활동했다. 그 때 인연을 맺은 목사와 신도들이 탐방단들을 재워주고 먹여주며 적극 도와줘 1인당 300만원의 비용만으로 3주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사역원 스텝 4명의 인건비 외에 10여명의 여행비를 모금하는 것도 순전히 그의 몫이다. 그는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안타깝다. 자녀가 꿈마실 탐방단에 뽑힌 한 목사는 “왜 남의 아이들에게 이렇게 잘해주느냐”고 의문에 찬 시선으로 묻기도 했다.

  “제 큰딸도 97년생이어서 세월호에서 못나오고 죽은 아이들과 같은 나이지요. 만약 그 때 선장이나 선원들이 그 아이들을 자기 자기 아이라고 생각했다면 아이들에게 ‘선실 가만히 있어라’고 해놓고 자기들만 도망쳤을까요 대통령이나 해경도 자기 아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했을까요”

 김 대표의 부친은 서울에서도 대표적인 보수교회였던 한성교회에서 담임한 김진택 목사(2003년 별세)다. 신앙적으로도 정치저으로 보수적이었지만 시골교회 부흥회에 가면 사례비를 받아오기는 커녕 어머니에게 돈을 부치라고 연락해 도와주곤한 분이었다. 5남매의 교육비도 넉넉치않고 집 한 칸 없이 사택에 살고 있는 집안사정에 아랑곳없이 신학대에 장학금도 꼬박꼬박 내놓았다.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그는 “나는 커서 결혼하면 아버지처럼 살지 않고 내 아이만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는 어느새 ‘누가 내 어머니며 내 형제냐’고 물었던 예수 그리스도의 물음에 답하며 더 많은 어머니와 형제, 자녀들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하고 말았다. 물론 중학교 교사인 아내와 두딸이 ‘돈 안되는 일’만 하는 남편과 아빠를 응원해줬기에 가능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cafe.daum.net/pastor-mentor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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