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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평화 애쓰다 수난당한 손원영목사가 꿈꾸는 교회는

등록 2021-03-23 20:09수정 2021-03-24 08:54

[짬] 서울기독대 해직교수 손원영 목사

5년 전 훼불된 사찰을 도왔다는 이유로 서울기독대에서 해직당한 손원영 교수가 에세이집 ‘내가 꿈꾸는 교회’를 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조현 기자
5년 전 훼불된 사찰을 도왔다는 이유로 서울기독대에서 해직당한 손원영 교수가 에세이집 ‘내가 꿈꾸는 교회’를 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조현 기자

서울기독대 신학과 손원영(54) 교수의 꿈은 무엇일까. 그는 지난 2016년 한 개신교 신자가 경북 김천 개운사의 법당에 들어가 불상을 훼손한 사실을 알고 기독교인으로서 ‘사과의 글’을 쓰고, ‘개운사 돕기 모금 운동’을 펼쳤다. 사자와 어린 양이 들판을 평화롭게 뛰노는 성경 속 풍경처럼 여러 종교가 다투지 않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에 대한 그의 꿈은, 그러나 완고한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해직’을 당하며 박살이 났다. 그런 그가 이번에 <내가 꿈꾸는 교회-개벽교회론 서설>(모시는사람들 펴냄)라는 책을 냈다. 23일 손 교수를 만나 그의 꿈을 들어봤다.

5년 전 개신교도 ‘개운사 불당’ 훼손
대신 사과하고 돕기모금운동 앞장
재단 비리 비판 맞물려 ‘해직’ 보복
‘파면무효’ 판결에도 대학 복직 못해

‘내가 꿈꾸는 교회’ 에세이집 펴내
“대안적 개벽교회상 100가지 제시”

손원영 교수는 강단 밖으로 쫓겨난 2017년 2월 하룻밤을 꼬박 새며 참교회의 모습 100가지를 썼다고 소개했다. ‘내가 꿈꾸는 교회’ 표지. 모시는사람들 제공
손원영 교수는 강단 밖으로 쫓겨난 2017년 2월 하룻밤을 꼬박 새며 참교회의 모습 100가지를 썼다고 소개했다. ‘내가 꿈꾸는 교회’ 표지. 모시는사람들 제공

손 교수는 서울 은평구 신사동의 소규모 종합대인 서울기독대에서 교무연구처장과 신학전문대학원장을 지냈고, 오랫동안 신반포감리교회에서 겸임 목회를 해온 목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종교에 대한 ‘이웃 돕기’로 인해 강단에서 쫓겨났다. 때마침 다른 대학 연구원이던 부인도 계약이 끝나면서 부부는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를 팔아야 했다. 손 교수는 지난해 10월 법원에서 ‘파면 무효’ 확정판결을 받았음에도 학교 쪽은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 이강평 총장의 심각한 전횡과 비리가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이 교육부 감사 결과 드러났음에도 사립학교의 관리·감독권을 가진 교육부가 지금껏 매듭짓지 못한 채 미적대고 있기 때문이다. ‘손원영 교수 파면 시민대책위원회’는 촛불정부에 대한 실망으로 반발하고 있지만 정작 손 교수는 태평하게 꿈을 키우고 있다.

“해직된 해가 때마침 루터가 종교개혁을 한 지 딱 500년이 지난 2017년 2월이었어요. 루터가 중세 가톨릭을 비판하던 500년 전과 지금의 한국 개신교를 비교해보니 그때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나은 게 없어 보였어요. 그래서 지금의 문제를 극복한 참교회의 모습을 하나하나 적어봤어요. 저녁 먹고 시작했는데, 100가지를 적고 보니 이튿날 아침 7시였어요. 나도 모르게 무엇에 홀린 듯 밤을 꼬박 새워버린 거에요.”

소위 근본주의 신앙과 ‘정통’이란 휘장 속에서 온갖 부패·비리, 세습, 황금만능주의와 정죄로 신뢰 회복의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는 한국교회를 다시 ‘프로테스트’(개신)하려는 열망으로 하얗게 센 밤이었다. 그는 그때부터 페이스북에 매주 하나씩 2년 반 동안 그 의미를 고요히 묵상하며 해설했다. 그 글의 문패가 바로 ‘내가 꿈꾸는 교회’였다.

손 교수는 이 책에서 낯선 타자도 환대하는 교회, 교회든 교회 밖이든 성과 속을 구분하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길 위에서도 노래하고 춤추고 자전거 타며 기도하고 신앙하는 공동체, 말만이 아니라 삶과 실천으로 행하고 사회와 잘 소통하는 교회에 대한 꿈을 펼쳤다. ‘왕따’ 시키기보다는 서로 용서하고 품어주는 ‘교회의 꿈’에는 그의 아픔이 녹아 있다. 그는 해직 훨씬 이전부터 총장의 비리를 비판했기에, 같이 식사만해도 낙인 찍힐까 봐 두려워하는 교수들 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이웃 종교 간에 서로 대화하고 배우고, 3·1운동 때처럼 ‘공동선’을 위해 힘을 합치는 꿈을 접지 않았다.

“2017년도 동국대의 한 학위 논문을 보면, 1993~2017년 사이 불상이 훼손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것만도 407건이라고 조사됐어요. 자칫 종교 간 큰 싸움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데, 이만하길 다행이 아닐 수 없지요.”

종교 간 분쟁이 전쟁으로까지 비화하는 외국처럼 되지 않은 것은 훼불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닌, 손 교수 같은 상식적인 사람들이 있기 때문임을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손 교수도 애초는 주일이면 빨래도 하지 않을 만큼 철저히 안식일을 지키는 어머니 아래서 보수적인 신앙인으로 자랐다고 한다. 그러나 신학을 공부를 통해 겉치레가 아닌 본질을 추구하면서 열린 상식인으로 변했다고 한다. 평생 신학을 연구해온 그는 이웃 종교에 대한 폭력에 대해 “진정한 성경의 정신을 잘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회가 개천절을 지키며 전통과 조화를 이루자는 제안은 기독교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며, 그런 주장은 선교 초기부터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한 선교사로 알려진 호머 헐버트(1863~1949) 선교사를 예로 들었다. “헐버트는 한국 땅에 하나님을 전하러 왔는데 이미 수 천 년 전부터 이 땅에서 하나님을 섬기고 있었음을 알았어요. 단군신화에 삼위일체의 원형이 들어있다고 했어요. 그때 이미 토착화를 시작한 것이지요.”

그는 양심적인 선행으로 학교에서 큰 수난을 당했지만, 오히려 수난을 소명으로 전환하고 있다. “철학자 들뢰즈는 ‘사유는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했어요. 파면되지 않았다면 과연 종교 평화에 대해 이렇게까지 깊게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이 사건이야말로 종교 간 평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고, 종교 평화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했어요.”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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