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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마을체험기
현대판 오병이어의 기적
등록
2017-02-07 18:21
조현 기자 사진
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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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공동체인가
타이 아속
2.
가장 ‘핫한 남자’ 포티락을 만나다
3.이윤을 포기하고 부자가 된 사람들
4.현대판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다
인도의 오로빌
5.자기로 살면 누구나 천재가 된다
미국 브루더호프
7.공부보다 청소와 요리에 더 열심인 아이
8.뒷담화 말고 앞에서 솔직하게 얘기하라
일본 애즈원
9.인간과 사회 탐구, 제로에서 시작한다
10. 아무도 명령 하지않는 일터에서 일하다
일본 야마기시
11.못난이도 잘난이도 함께 살아가는 곳
새벽 6시 발우 들고 마을 순례
스님들 탁발 음식으로 식탁 차리면
공동부엌에서 만든 음식 더해 뷔페
누구나 와서 먹을 수 있고
독거노인, 점심과 저녁까지 싸가
거동 힘든 이들에겐 호박죽 배달
아속 레스토랑 6곳서도 나눔
1천원 내면 1만원짜리 채식요리
식당·슈퍼 옆 제일 목좋은 곳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노점상 내줘
조건 없는 베풂이 그곳을 명소로
아속을 떠나던 날
‘공밥’ 미안해 기부하려니 사양
일곱 번 방문 전까진 안된다며...
어릴 적 가장 아련하지만 따스한 기억 중 하나가 사랑방이다. 그닥 오래지 않은 30~40년 전만해도 우리 농촌마을은 그 자체가 하나의 공동체였다. 일할 때도 두레로 함께 했고, 내 집 일도 나 혼자 하기보다는 품앗이로 함께 했다. 농한기가 되면, 동네 여자들은 안방에 모여 바느질이나 마늘을 까며 수다를 떨고, 남자들은 사랑방에 모였다. 함께 하는 게 재미없고 피곤하기만 하다면 그렇게 할리 없는 일이다.
한국인들은 종교의 공동체성도 유별나다. 절이나 교회, 성당에서 모여 점심을 함께 먹는 곳이 적지않다. 우리나라가 아니면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해외로 나간 교회나 성당도 신앙의 공간에만 머물지 않고 교민들이 함께 먹고 정을 나누고 정보를 교류하고 서로 돕는 사랑방 구실을 한다.
한국의 종교 공동체는 이상이나 가치, 신앙만이 아니라 서로 희노애락을 나눈다. 어우러지는 이런 공동체문화는 갈등하고 상처를 헤집어 아프게 할 위험성도 내포하지만, 사는 재미와 의미를 배가시켜주기도 한다. 공동체의 성패는 여기서 갈린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조직의 쓴맛’을 느끼느냐, ‘조직의 단맛’을 느끼느냐다.
아속공동체 하모니의 비결도 독특한 ‘식사나눔’이다. 아속은 포틸락을 비롯한 출가자들이 모태가 된 공동체다. 타이나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불교국가들에선 아직도 스님들이 새벽에 탁발하는 문화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탁발하는 문화는 아속에서도 같지만, 그 탁발음식을 스님들끼리만 나누는 바깥과 아속의 나눔 방식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속에서도 스님들이 새벽 6시쯤 온 마을을 돌며 탁발한다. 공동체 사람들은 자기 집에서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이나 과일, 빵 등을 가지고 길가에 나온다. 사람들은 스님들이 기러기처럼 줄지어 가면, 바루에 공양물을 담아준다. 스님들은 공양받은 음식을 마을 한가운데 담마홀로 가져와 식탁 위에 뷔페처럼 차려놓는다.
<조현의 아속공동체마을 체험 사진 슬라이드>
식탁엔 스님들이 탁발해온 음식만 올라오는 게 아니다. 식사 시간이 가까워지면 어른 학생 너나할 것 없이 공동부엌에 우르르 몰려가 누구는 야채를 썰거나 다듬고, 다른 누군가는 양념을 빻고 밥을 해 뚝딱 부페식을 늘여놓는다. 쌀국수와 숙주나물이 곁들어진 팟타이, 빨간 국물의 툼얌쿵, 파파야 샐러드인 쏨땀 외에도 밭에서 방금 솎아서 삶아 낸 야채들로 푸짐하다. 이렇게 친환경적이고 맛갈스런 음식을 먹는 재미가 보통 쏠쏠한 게 아니다.
스님들이 먼저 음식을 바루에 담아가도 90% 이상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러면 누구나 와서 음식을 접시에 담아 먹을 수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집에서 요리를 해먹기 어려운 노인들은 도시락통을 가져와 점심과 저녁까지 싸간다. 개개인은 몇스님에게 공양을 올렸을 뿐인데, 그 공양물이 공동체 전체를 먹이는 잔치가 된다. 현대판 오병이어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공양을 올리는 사람들도 그런 배려를 하는듯 누구나 가져가기 쉽게 1인분식 아예 비닐봉지에 담아 공양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시사아속에선또 더 푸짐한 음식을 마련해 빈민가에 가서 잔치를 베풀곤 한다. 스님에게 공양을 올리는 게 결국 모든이와 나누며 공덕을 베푸는 자선이 되는 것이다.
아속다운 것은 어찌보면 먹는 것보다 잘 비운다는데 있다. 시사아속은 병든 몸을 디톡스(해독)하는 관장으로 유명하다. 시사아속의 공동화장실은 독특한 구조로 되어있다. 변기 말고, 벽쪽에 콘크리트침대가 있다. 화장실 밖 빨래줄엔 디톡스통 수백개가 널려있다. 패트병 밑동을 잘라내고, 뚜껑에 얇은 고무호스가 달린 통이다. 시사아속 사람들은 화장실 침대에 누워 혼자서 항문관장을 한다. 정제수를 이 통에 담아 미니호스를 항문에 넣어 물이 장에 흘러들어가게 한 다음 변을 눈다. 아속사람들의 얼굴이 그처럼 맑은 것은 채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디톡스 덕인 듯도 하다. 그들은 일상 속에서 시시때때로 관장을 했다.
내가 시사아속을 간 것도 공동체 체험보다 병 치료를 위한 디톡스를 해보고 싶어서였다. 아속에서 사나흘이 지나자 디톡스에 들어갔다. 시사아속의 촌장격인 수녀 아뻠이 디톡스 전문가다. 보통 4~5일간 단식과 동시에 하는 디톡스의 전과정은 그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다. 새벽에 코코넛 오일을 한입 가득 머금고 20분간 있다가 뱉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 세번 ‘리턱’이란 노란가루를 효소에 타마시고 저녁엔 레몬즙 등을 마신다.
단식과 함께 매일 관장을 하기 때문에 며칠이 지나면 변의 양은 현저히 줄고 염소똥처럼 동글동글한 변이나 기름이나 거품과 같은 독소들이 배출된다. 그러면 아뻠이 그 변을 막대기로 저어보고 몸 상태에 대해 얘기해준다. 단식과 관장 후 변을 보면 그동안 주로 어떤 음식을 먹고, 술담배를 어느 정도 하고, 어떻게 살아왔고, 어디가 안좋은지를 알수 있다고 했다.
인근에 사는 가난한 할머니도 나와 함께 디톡스를 했다. 그 때 게스트하우스엔 중국 광저우에서 온 밍웬이라는 30대 여성이 머물고 있었다. 그는 발에 습진이 심해 아시아 전역으로 용하다는 곳들을 찾아다니다, 방콕의 디톡스센터에서 50만원 정도를 주고 디톡스를 했다고 한다. 원조인 이곳에서 무료로 디톡스 해주자 그는 “여기서 할 걸”하며 아쉬워했다. 최근 시사아속을 다녀온 산청민들레학교 김인수 교장에 따르면, 타이에서 의료법이 강화돼 시사아속에서는 디톡스 프로그램을 중단했다고 한다. 대신 아뻠에게 배운 이가 인근에 치유센터를 만들어, 우리돈 10여만원으로 4박5일 디톡스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한다고 했다.
5일간의 단식과 디톡스를 끝내니, 뱃살도 들어가고, 날아갈듯 가뿐했다. 단식 후 최초로 먹은 게 호박죽이다. 피줌이라는 수녀가 만든 것이었다. 피줌도 아뻠처럼 방콕에서 대학에 다니다 포틸락에 귀의해 아속공동체에 합류했다. 정치학도로 정치인이 되겠다는 명문가의 딸이 세속적 삶을 포기하고 출가자와 같은 길을 걷겠다고 하자, 부모 형제들의 반대가 컸다고 한다. 방콕의 산티아속에서 30여년간 활동하며 포틸락을 보좌해온 피줌은 몇년전 실무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이곳 시사아속공동체에 내려와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냥 쉴 피줌이 아니었다.피줌은 새벽이면 죽을 쒀 보온병에 담아 공동체 안에서 식사를 준비하기 어려운 노인집에 돌린다. 그 호박죽은 천상의 맛이었다.
아속의 나눔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아속은 우본라차타니아속과 치앙마이, 바톰, 방콕 등 6곳에 아속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치앙마이 아속레스토랑은 시내에서 차로 30분 가량 떨어져 있다. 그런데도 외국인들까지 모여들어 장사진을 이룬다. 우리 돈으로 1천원 정도면 다른 식당에선 1만원을 내고도 먹기 어려운 뷔페식 채식 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대신 음식은 자기가 담아와야하고, 먹은 식기도 직접 씻어야한다. 아속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기가 먹은 식기를 직접 씻는 것처럼 손님들도 그래야한다.
시사아속을 나오는 날이었다. 이른바 선진국의 손님이 후진국에 와 거저 얻어먹는 게 좋아보이지 않아, 기부금을 내놓았다. 그런데 아뻠이 돈을 돌려주는 게 아닌가. 어떤 사람으로부터 그가 일곱번 방문하기 전엔 기부를 받아서는 안된다는 아속의 규정이 있다는 이유였다. 아속에선 손님들이 기부보다 함께 노동하며 참여하는 삶을 더 원한다고 했다.
방콕에서 차로 1시간반 거리인 바톰아속공동체에 가자 공동체가 텅 비다시피했다. 연말이 되면 타이 전역의 아속공동체 사람들이 1백여만평이 되는 우본라차타이아속공동체에 모여 함께 보낸다고 한다. 그래서 젊은이들과 학생들은 모두 그곳에 가고, 주로 노인들과 승려, 수녀 몇 명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게스트하우스 옆엔 수녀 할머니 한 분이 살고 있었다. 그는 낮엔 이 공동체 정문 옆에 있는 아속레스토랑에서 봉사했다. 새벽부터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고는 나를 불렀다. 음식을 가져가라는 것이다. 정성스런 음식을 매일 매일 할머니에게 받아먹자니 송구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바톰아속 정문 앞엔 아속슈퍼가 있고, 그 건너편엔 아속이 운영하는 초대형마트도 있다. 그런데 호수가 있어 가장 경치가 좋은 정문 옆 땅엔 과일이나 커피 채소 등을 파는 다양한 노점상들이 있었다. 아속 땅인 그곳을 아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무료로 내준 것이다. 그래서 쇼핑이나 식사, 군것질을 하고 호수 가에서 쉬기도 할 겸 먼곳에서 차를 끌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지않았다. 아속의 베품으로 젼형적인 시골거리가 고을의 명소가 된 것이다.
바톰아속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이는 비구니인 꺄오스님이다. 아침이면 그와 함께 출가자들의 오두막인 쿠티 구역에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쓸었다. 식사 이후엔 바나나 나무를 잘라 거름으로 만들기 위해 토막내는 작업을 함께 했다. 조그만 몸집의 꺄오스님은 갸냘프기 그지없었다. 하루 한끼만 먹으니 힘도 없어보였다. 그와 바나나나무를 썰면서 오래도록 함께 머물렀다. 스님의 쿠티엔 살림살이라고 할만한 게 없었다. 어떻게 저렇게 살아가나 싶을 정도로 단촐했다. 한끼만 먹고 참새처럼 야윈 몸으로 일을 하면서도 어떻게 저토록 평화로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것일까. 그의 평화와 헌신에 아무것도 보답할 게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렸다.
바톰아속을 떠나던 날. 꺄오 스님이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그는 단풍잎 모양의 편지지에 ‘나의 아들아’로 시작되는 편지를 주었다. 그가 내 나이를 알지 못해서든, 종교적인 수사이든 상관이 없었다. 그는 아무리보아도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의 심성을 가졌기에 ‘아들아’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편지엔 아인쉬타인의 말이 적혀있었다.
“참된 종교는 일상의 삶을 떠나있지 않습니다. 선량함과 정의를 가지고, 한 사람의 완전한 영혼과 함께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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