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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벗님글방

자신의 깊은 외로움을 달래려 먼저 해야 할 일

등록 2021-08-07 08:04수정 2021-08-07 08:04

그림 픽사베이
그림 픽사베이

치유의 힘은 자기인식에 있다. 자기인식은 자기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다. 분석심리학자 카를 융은 “무의식이 병이며, 치유의 결정적 요소는 자기인식”이라고 했다.

어떤 여성이,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생과 연로하신 부모님을 부양하며 사느라 항상 분주했다. 또 직장에서도 중책을 맡고 있어서 자신을 돌볼 여력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용실에 파마를 하러 갔다. 미용실 직원이 머리를 감겨주고 있는데 느닷없이 눈물이 줄줄 흘렀다. 이 여성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파마를 마치고 미용실을 나와 근처 공원에 가서 잠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꼭꼭 묻어둔 외로움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에도 부모의 관심과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부모의 관심은 늘 먼저 병약한 동생에게 향했다. 어릴 때부터 그는 스스로 생활해나갈 수밖에 없었기에 강인하고 씩씩하게 성장했다. 부모에게 의존하고 관심과 보살핌을 받고 싶은 아이로서의 욕구를 접어버리고, 동생을 돌보는 누나 역할도 잘 해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오랫동안 습관이 되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자신을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것을 자기도 의식하지 못하고 살았다.

그림 픽사베이
그림 픽사베이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외로움이 미용실 직원의 손길을 통해 눈물이라는 출구를 찾아 흘러나왔다. 그의 눈물은 자신이 아기였을 때 경험했던 부드러운 엄마의 손길에 대한 그리움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몸을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던 기억, 그리고 그때 느끼던 위안과 만족의 느낌들 말이다.

이 여성처럼 자신의 몸, 감정, 생각, 행동 등을 바라보는 나를 ‘관찰하는 자기’(Objective self)라고 한다. 관찰하는 자기는 자신의 내면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리게 하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 행동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자신의 외로움을 인식한 이 여성은 그날 하루를 잘 쉬었다. 부모가 돌봐주지 못했던 자기, 자신도 방치했던 자기에게 쉼과 돌봄을 충분히 해주기로 했던 것이다. 치유는 이렇게 자기에 대한 인식과 통찰, 그리고 자기 돌봄과 성장의 과정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자기 내면세계에 대해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 채 고통을 겪다 상담실을 찾아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의 경험은 그 의미를 알아주지 않으면 고통을 반복한다. 몸과 감정으로 고통의 신호를 보낸다.

일상생활에서 느껴지는 몸과 마음의 신호를 잘 알아차리고 자기를 이해하는 일이 치유의 시작이다. 특히 몸은 내면의 고통을 알려주는 가장 진실한 통로다. 의식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몸은 기억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진실한 통로는 감정이다. 특히 우울과 분노, 슬픔 등의 부정적 감정이 자주 들면 자신의 몸과 정신 건강을 잘 돌보아주어야 한다. 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일의 기본이다.

글 신선미 가톨릭전진상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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