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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벗님글방

25일간 걸으며 드디어 나와 대면했다

등록 2020-08-31 19:47수정 2020-08-31 19:47

<이 글은 사랑어린학교 천지인 9학년이 영산강과 섬진강을 스물닷새 동안 걸으며 쓴 시와 글입니다.>

순례

순례에 오기 전에 나의 9년 마무리와 그 이후 삶에 대해 질문을 품었다. 일상생활에서 찾지 못한 것들을 순례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희망했다. 걸으면서 오롯이 생각에만 집중할 기회가 생기면, 나의 질문에 대한 생각부터 했다. 올해 마무리는 학교생활 열심히 하고, 내가 원해서 나를 채우는 공부들을 힘 닿는대로 해보려 했다. 하지만 관옥 할아버지의 지금 현재 내가 무엇을 하는지에 집중하라는 말씀을 듣고, 이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하루하루에 집중하자는 쪽으로 생각이 정리되었다.

졸업 이후의 삶은 당장 고등학교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어서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질문이 상당히 고비였다. 내가 너무 방대하게 생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당장 고등학교 갈 것부터 고민했는데 일반 학교에 가서 그곳 삶도 체험해 보고 싶은 반면 내가 잘 적응할지, 혹은 나에겐 버거운 것이 아닐지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어느 학교를 택하든 중간에 전학을 가는 것은 또 싫었다. 세상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듯 하나를 포기해야 했지만 쉽지 않아서 자명 선생님의 조언을 따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알고, 거기에 맞는 학교를 고르려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정리했다.

크게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음악이다. 내가 어렸을 적 옛날 유명 가요 가사들을 뽑아다가 외우고 부르는 것을 무지 좋아했다. 조금 더 자라서 우연한 기회로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곡을 듣게 되었는데 좋아서 몇 번이고 들었다. 그 이후 음악에 관심을 크게 가지게 되었고 나의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음악을 만들어보고 싶었고 기타 실력도 키우고 싶었다.

두 번째는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 심리학을 전공하는 것이다.

중학생이 되고 조금씩 성숙해지면서 나와의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우연히 읽은 아들러 심리학을 통해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나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었다.

흔히들 일반고 가면 공부하고 대안고 가면 그렇지 않다고들 하는데 내 생각엔 장소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어딜 가도 할 놈은 하고 안 할 놈은 안한다. 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으니 차차 생각해보기로 한다. 책에서 읽은 글귀로 “인생에서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목표를 너무 높게 잡아서 실패하는 것 보다 너무 낮은 목표를 달성하고 만족하는 것이다.” 이런 글귀가 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도하며 살고 싶다.

매일 아침 걷기를 시작하고 아침을 맞이하는 시간에 함께 이 책을 읽었다. 하루 이틀 읽었을 즈음 책이 많이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생각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내가 공감하고, 내 뇌를 강타하는 듯한 구절이 있는 반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구절 또한 있었다. 그것들을 정리하기 위해 우선 못다 읽은 책을 마저 읽었다.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책의 저자인 조셉 머피라는 분은 이 많은 내용을 어떻게 이해하셨는지 대단했다. 책을 쓰려면 적어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텐데 아주 깨달은 사람이겠거니 하면서도 이 분은 신이 아니니 이 책의 모든 것을 내 개인의 것으로 받아들일 것과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것을 잘 구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잠재의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무의식이다. 잠재의식이 무의식이 되고 무의식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행동이 되고 그것은 내가 된다.

나에게 가장 와 닿은 글은 “당신의 두려움을 지켜보라. 그것들을 이성의 빛으로 비추어 보라. 당신의 두려움 앞에서 웃는 법을 배워라.”인데 나의 많은 내적 두려움의 원인이 직면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배웠다. 잠재의식은 나의 내면이고 네 가지 합의는 나의 행실인 것 같다.

나는 첫 번째 합의가 다른 합의들보다 나에게 와 닿아서 애매하게 네 가지 다 할 바에 똑바로 하나라도 하려고 무고한 말을 할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것을 습관화시켜야 진정 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할 수 있는데 아주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니 내가 고한 말들을 했을 때 바로바로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차차 습관화 될 거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검은 마법을 걸었을 때의 부정적 에너지도 엄청나지만 하얀 마법을 걸었을 때 그 긍정적 에너지가 남이 아닌 나에게도 엄청나게 전염된다는 느낌을 깨닫고 이 합의들의 중요성을 더 깊이 깨달았다. 이전까지의 순례는 타인과의 관계에만 몰두했다면, 이번 순례는 나와의 만남에 몰두했다. 나의 큰 변화이다. 나와의 만남으로 껍데기의 나와 내면의 나를 찾을 수 있었다.

글 순천사랑어린학교 9학년 김민준

***이 시리즈는 전남 순천사랑어린학교장 김민해 목사가 발간하는 <월간 풍경소리>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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