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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등록 2020-12-15 08:53수정 2020-12-15 08:54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셋이 앉아 믿음에서 나오는 말의 능력에 대하여 이야기 나눔. 3시 예배, 세상에서 버림받은 자들을 성전 모퉁잇돌로 삼으시는 하느님에 대하여. 오늘 옮긴 요가난다의 기도가 마치 요즘의 코로나 시국을 미리 내다본 것 같다. “저를 축복하시어,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에 질려, 당신의 자녀에게 부여된, 인생의 온갖 시련과 시험들을 극복할 수 있는 무한능력을 스스로 마취시키지 않게 해주십시오. 깨어있든지 잠들어있든지, 생시든지 꿈이든지, 모든 것으로부터 지켜주시는 당신이 저를 감싸고 계심을 저로 하여금 알게 해주십시오. 제가 비록 인간의 성채에서 완전무장을 갖추었더라도 당신이 저에게 아니 계시면 질병과 지진과 뜻밖의 사고들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부서질 수밖에 없지만, 당신이 저와 함께 하시면 총알이 빗발치고 더러운 박테리아에 에워싸여 있어도 영원한 철옹성 뒤에서 안전하게 보호받는다는 사실을 제 몸으로 실감케 해주십시오.” 그렇다, 머리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몸이 느껴야 한다. (2020. 10. 4)

전남 순천사랑어린학교공동체에서 마음공부를 이끌고 있는 아무개 이현주 목사.
전남 순천사랑어린학교공동체에서 마음공부를 이끌고 있는 아무개 이현주 목사.

◇난봉산 정상에 올랐다가 옥천으로 내려온다. 호젓한 산길이 은혜로 충만하다. 비탈을 내려오며, 사람이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믿음으로 가능한 거로구나, 땅이 꺼지지 않는다는 믿음, 발이 미끄러지지 않는다는 믿음, 믿음이 모든 행위의 바탕이구나, 뭐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오른발이 미끄러지며 오지게 넘어진다. 비탈을 한 번 구르고 일어나 앉으니 팔뚝과 무릎이 벗겨지고 온몸이 얼얼하다. 웃음과 더불어 자동으로 묻는다. 이 뭣이고? 답이 온다. 네 믿음, 그거 믿지 마라. 믿을 게 못 된다. 누구를 지켜주는 건 믿음이 아니다. 모든 행동의 바탕 또한 믿음이 아니다. 그게 뭔지는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아멘.

삼산도서관 강의. 오늘은 ‘비대면’이 아니다. 덕분에 하나 배웠다. 다중(多衆)을 대면하여 만나면 눈을 마주볼 수 있는 사람이 여럿 가운데 하나뿐이지만 ‘비대면’으로 카메라 렌즈를 통하여 만나면 여러 사람과 동시에 눈을 마주볼 수 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각자 렌즈를 보면 거기에서 눈길이 마주치기 때문이다. 아하, 모니터마다 장치되어 있는 카메라 렌즈! 저것 하나면 온 세상 사람과 동시에 눈을 마주볼 수 있겠다. 저 렌즈 혹시 파람한사 요가난다가 ‘그리스도 센터’라고 말하는 양미간의 전두엽 아닐까? (2020. 10. 15)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엊그제 걸은 난봉산 길을 거꾸로 걷는다. 생각 없이 걷는데 한 말씀 주신다. 모든 상황에 예외 없이 응해라. 응하되 기계처럼 응하지 말고 사람답게 응해라. 버릇대로 응하지 말고 스스로 생각하여 응하라는 말이다. 왜냐고? 네가 천지를 창조하시는 하느님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자기 삶을 창조할 줄 모르면, 창조하지 않으면, 아직 사람이 아니다. (2020. 10. 19)

◇새벽꿈. 등장인물도 많고 사건도 복잡했지만 메시지는 간단하다. ―사람 안에 선한 마음 악한 마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한 마음이 다른 얼굴로 나타나는 것이다. 어느 얼굴로 네 마음을 나타낼 것인지를 남들이 정하지 못하게 해라. 사람으로 사는 길이 아니다. 아멘. 어제 산책으로 몸이 고단했던 모양이다. 온종일 나른하다. (2020. 10. 21)

◇아침 출근길을 서두르는데 전화가 걸려온다. 받으니 모기소리만큼 가늘게 당신이 오늘 학교에 첫 출근하는 선생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다시 묻는다, 당신이 동화작가 아무개냐고. 그런데 말투가 상냥치 않다. 여인이 다시 묻는다, 글을 쓴 지 얼마나 됐으며 교사로 발령받은 건 언제냐고. 순간 짜증이 나서 “바쁜 출근길에 무슨…”이라고 소리치다가 얼른 말투를 바꾸어 차분하게 지금은 출근길로 바쁘니 나중에 얘기하자… 여기까지 말하다가 꿈에서 깨어난다. 도중에 급히 말투를 바꾼 건 그나마 다행인가? 오늘 아침 옮긴 요가난다의 기도. “저에게 복을 내리시어, 사방으로 용서의 향기를 뿜어내게 하시고 거친 고함에는 부드러운 말을, 미움에는 사랑을, 분노에는 친절을, 상처에는 착한 손길을 내어주게 해주십시오.” 순간에 깨어있기가 참으로 만만치 않구나. 오랜만에 남산 종주. (2020. 10. 26)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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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준 목사의 범용기 2권을 읽는다. “단군, 기자, 위만 등 ‘조선’은 당분간 제쳐놓고 신라통일시대부터 치더라도 ‘통일조선’의 역사가 1300여년이 된다. 사회, 문화, 교육, 종교, 생활양식, 일용품, 관습, 습성 등에서도 이국적인 아무 인상도 남기지 않는다. 이것이 한두 해 얘기가 아니다. 1300여년을 그렇게 지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새 단어나 발굴한 것처럼 ‘통일한국’ 또는 ‘통일조선’을 신발명 전매특허인 양 가두판매점에 낸다는 것은 그 자체가 쑥스러워진다.” 이런 생각을 해방직후에 하신 분이 있다니 반갑고 통쾌하다. 과연 구만 리 장공(長空)다운 말씀이시다. 호흡이 길면 만사에 조바심할 터무니가 없는 거다. (2020. 10. 29)

◇글로 읽었는지 소리로 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음악은 생각과 느낌을 소리로 애무(愛撫)하는 것이다.” 그렇지, 음악 또한 결국은 사랑이지, 별 수 있겠어? 웅얼거리다가 꿈에서 깨어난다. (2020. 10. 31)

글 순천사랑어린학교공동체 마음공부 선생님 이현주 목사의 일기

***이 시리즈는 순천사랑어린학교장 김민해 목사가 발간하는 <월간 풍경소리>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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